시작하며
전북 부안 격포항에서 배를 타고 1시간쯤 들어가면, 식도라는 작고 조용한 섬이 하나 있다. 섬 이름만 보면 밥이 먼저 떠오르는데, 실제로 이 섬은 '밥섬'이라고도 불릴 정도로 푸짐하고 맛있는 식사를 할 수 있는 곳이다. 그 중심에는 바로 서해식당이 있다. 해산물을 좋아한다면, 여기만큼 만족스러운 여행지는 드물 것이다. 식사를 중심으로 민박과 섬 트레킹까지 곁들인 1박2일 코스, 이번에 직접 다녀온 생생한 후기를 천천히 풀어보려 한다.
1. 격포항에서 배 타고 식도로
식도에 가기 위해선 먼저 전북 부안군 변산면에 위치한 격포항여객터미널로 가야 한다. 여기서 하루 6회 식도행 배편이 운항되며, 첫 배는 오전 7시 55분부터 시작된다. 미리 온라인으로 배표를 예약하고, 현장에서 실물 티켓을 발권해야 한다. 가격은 편도 기준 6,600원이다.
차량도 함께 실을 수는 있지만 사전 예약은 안 되고 당일 선착순 현장 발권만 가능하다. 차량이 많지 않기 때문에 일찍 가는 게 안전하다. 배를 타려면 신분증도 반드시 지참해야 하니 꼭 챙겨야 한다.
2. 배 타기 전에 챙겨야 할 꿀팁
배는 1층에 차량이, 2층에는 승객이 탑승하는 구조다. 실내 좌석도 있고, 야외 데크에도 자리가 마련돼 있어 날씨 좋은 날은 바다 풍경을 즐기기 딱 좋다.
이때 새우깡은 꼭 챙기자. 이유는 간단하다. 갈매기 때문이다.
배가 출발하고 바다 한가운데쯤 들어서면, 갈매기 떼가 배를 따라오기 시작하는데, 새우깡만 들고 있어도 정말 영화처럼 갈매기들이 날아와 먹이를 낚아챈다. 조심할 점은 얼굴 가까이까지 다가오기도 해서 약간 무서울 수 있다는 점. 하지만 여행의 재미를 더해주는 요소임엔 틀림없다.
3. 식도 도착 후 서해식당으로
배는 위도를 잠시 들렀다가 식도로 향한다. 식도 선착장에 도착하면 서해식당 사장님이 직접 마중을 나오시는 경우도 많아, 초행길이라도 어렵지 않게 찾아갈 수 있다.
식도는 워낙 작은 섬이라 매점이 따로 없을 거라고 생각하고 음료나 술을 미리 사오는 사람들도 있는데, 서해식당 내에서 기본적인 주류나 음료는 판매하고 있으니 굳이 무겁게 들고 갈 필요는 없다.
4. 자연산 해산물로 가득한 한상차림
서해식당의 가장 큰 매력은 뭐니 뭐니 해도 그 푸짐한 해산물 한상이다. 4인 기준 15만원에 제공되는 이 밥상은 단순히 양이 많은 것이 아니라, 하나하나 정성이 들어간 음식들로 구성돼 있다. 메뉴는 계절에 따라 조금씩 달라질 수 있지만, 대체로 다음과 같다.
- 갑오징어 물회: 사장님 특제 소스가 들어간 시원하고 칼칼한 맛
- 아귀찜: 콩나물보다 아귀가 더 많은 푸짐한 구성
- 갈치구이: 밥그릇보다 큰 갈치 한 마리가 통째로
- 꽃게 양념찜: 속살까지 양념이 촉촉하게 배어 있음
- 간장게장: 짜지 않고 달달한 밥도둑
- 병어조림: 감칠맛이 뛰어난 조림 요리
- 양념 아나고: 불향 가득한 아나고 구이
- 전복장과 해삼장: 부드러운 식감이 인상적
- 대왕 홍합탕: 크고 깊은 맛의 국물 요리
- 제철 나물들: 식도에서 직접 채취한 나물로 구성
메뉴 하나하나가 개별 식당에서 단독 메뉴로 팔아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퀄리티가 뛰어나다. 따로 회를 추가하고 싶다면, 예약 시 3만원을 더하면 3kg짜리 자연산 회도 준비해주신다.
5. 식사 외에도 섬에서 할 수 있는 것들
한 끼 식사만 하고 나가기 아쉬운 사람들은 1박을 선택한다. 섬에서 하루를 머물면 해변 산책이나 트레킹 같은 소소한 즐길 거리도 생긴다.
- 해변에서 물수제비 튕기기
- 바닷바람 맞으며 해변 정자에서 낮잠
- 가마귀산(약 120m) 오르기
- 여름철엔 바닷가 수영
- 물때가 맞으면 해루질 가능
정적인 힐링을 원하는 사람에게 잘 맞는 분위기다. 시끄럽지 않고, 사람도 많지 않아 마음 편하게 움직일 수 있다.
6. 숙박, 민박은 어떤 분위기일까?
서해식당은 식사만 가능한 게 아니라, 민박도 운영하고 있다. 식도에 하루 묵으며 천천히 섬을 둘러보고 싶다면 숙박을 고려해볼 만하다. 가격은 2인 기준 5만원, 3인이 묵을 경우 1인당 1만원을 추가하면 된다.
시설은 도시의 모텔처럼 깔끔하고 최신식은 아니지만, 하루 머물기엔 부족하지 않은 정도다. 방은 정감 있는 시골집 분위기고, 바닥은 따뜻하게 난방이 잘 되고 침구도 깨끗하게 정리돼 있다. 단, 화장실은 공용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점은 미리 알고 가는 게 좋다.
사장님이 굉장히 친절하게 대해주셔서, 시설 자체가 조금 오래돼도 전혀 불편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7. 저녁과 아침 식사 구성은?
점심만큼이나 만족스러웠던 게 바로 저녁과 아침 식사다. 각각 1인 2만원인데, 구성은 가격 대비 매우 알차다.
저녁 구성 예시
- 간장게장
- 갈치구이
- 양념 아나고
- 제철 나물
- 홍합탕
아침 구성 예시
- 간장게장
- 된장국
- 밥과 나물 반찬류
밥만 먹는 게 아니라, 해산물에 국물, 나물까지 밸런스 있게 나오기 때문에 무거운 느낌 없이 깔끔하게 한 끼를 마무리할 수 있다.
8. 1박2일로 딱 좋은 추천 코스
처음엔 점심만 먹고 나올 생각이었지만, 실제로 가보니 하루 머무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자 입장에서 가장 효율적인 일정은 아래와 같다.
- 첫째 날: 오전 11:35 배 탑승 → 점심 또는 저녁 식사 → 민박 체크인 → 해변 산책 또는 가마귀산 트레킹 → 숙박
- 둘째 날: 아침 식사 → 오전 7:20 배 탑승 → 위도 이동 → 위도 트레킹 또는 공용버스 타고 이동 → 오후 배편으로 격포항 복귀
위도는 식도에서 배로 약 5분 거리로 정말 가깝다. 아침 일찍 이동하면 섬을 여유롭게 둘러볼 수 있다.
9. 위도 여행 꿀팁
위도에 도착하면 공용버스가 항구 앞에 대기하고 있어 걷는 게 불편한 분들도 걱정 없다. 가까운 거리는 1,000원, 먼 거리는 2,000원 정도로 요금도 저렴하다. 버스를 타면 기사님이 간단한 해설도 해주셔서 마치 미니 투어를 하는 기분이다.
트레킹을 좋아하는 분들은 직접 걷는 것도 좋지만, 시간적 여유가 부족한 경우엔 버스를 활용하는 게 훨씬 효율적이다.
10. 전체 요약 한 줄평
푸짐한 해산물 한 상과 조용한 섬마을의 정취, 따뜻한 민박집과 갈매기와의 짧은 추억까지. 식도와 서해식당은 도시의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기 좋은 곳이었다. 자연을 느끼고 싶거나, 편하게 힐링하고 싶다면 이 섬은 분명히 기억에 남을 여행지가 될 것이다.
마치며
식도 여행은 단순히 밥만 먹고 오는 여행이 아니었다. 음식, 사람, 자연, 섬의 분위기까지 조화롭게 어우러져 하루하루가 참 여유로웠다. 평소 여행에 늘 바쁘게 움직이던 나에게 '쉬는 법'을 다시 알려준 곳. 다음엔 가족을 데리고 다시 오고 싶다. 마음 놓고 쉬고 싶다면, 식도와 서해식당을 한 번쯤은 꼭 경험해보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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