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하며
겨울이 되면 꼭 한 번 보고 싶었던 풍경이 있었다. 바로 일본 홋카이도에서만 볼 수 있는 ‘유빙’. 얼어붙은 바다 위로 떠다니는 유빙을 실제로 본다는 건 상상만 해도 가슴이 뛰는 경험이다. 그런 특별한 풍경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장소가 바로 시레토코 지역이다. 그중에서도 숙소 선택은 정말 신중해야 했는데, 고민 끝에 선택한 곳이 바로 키타코부시 시레토코 호텔 & 리조트였다.
이 호텔은 위치, 시설, 서비스, 식사까지 어느 것 하나 부족함이 없는 곳이었고, 유빙과 온천을 동시에 누릴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었다. 도쿄에서 시작해 시레토코까지 이동한 과정부터 호텔에서의 실제 체험, 식사와 휴식까지, 생생하게 풀어보려고 한다.
1. 도쿄에서 시레토코까지의 여정
시레토코는 홋카이도의 동북쪽 끝자락에 위치해 있다. 그래서 국내선 항공편과 열차, 버스까지 모두 이용해야 하는 다소 번거로운 이동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 과정 자체가 이미 여행의 일부처럼 느껴졌다.
아침 일찍 도쿄에서 비행기를 타고 약 2시간 거리의 메만베쓰 공항으로 이동했다. 공항은 작고 조용했지만, 주변 자연 풍경이 매우 인상 깊었다. 공항에서 다시 버스를 타고 약 30분, 아바시리라는 도시에 도착했다.
이곳은 겨울철 얼음에 덮인 강이 주변에 펼쳐져 있어, 홋카이도 특유의 분위기를 제대로 느낄 수 있다. 특히 길바닥에는 미끄럼 방지를 위해 모래를 뿌려두는 전통적인 방식도 여전했다.
아바시리역은 크지 않은 규모였고, 편의점 같은 건 없어서 미리 음료나 간식을 챙기는 게 좋다. IC카드가 지원되지 않기 때문에 현금이 필수였다.
2. 유빙 열차 타고 시레토코로
아바시리에서 시레토코샤리역까지는 센모 본선 유빙열차를 이용했다. 이 열차는 겨울 한정으로 운영되는 특별 열차로, 창밖으로 유빙을 볼 수 있는 일본 유일의 노선이다.
열차에 몸을 실으면 창밖으로 펼쳐지는 바다 풍경이 점점 달라진다. 드문드문 떠다니던 얼음 조각들이 어느 순간부터 바다를 가득 채우기 시작하는데, 그 장면은 정말 말문이 막힐 정도였다.
가는 도중에 야생 사슴이나 여우를 볼 수 있는 행운도 있었고, 바다와 산을 동시에 바라보며 달리는 기차에서의 한 시간은 순식간에 지나갔다.
시레토코샤리역에 도착하면, 호텔까지는 버스로 약 40분 정도 더 이동해야 한다. 대기 시간이 다소 있었지만, 날씨가 좋아 풍경을 감상하며 기다릴 수 있어 크게 불편하진 않았다.
3. 드디어 도착, 첫인상부터 남다른 호텔
버스에서 내려 호텔 입구에 들어섰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오호츠크해가 바로 눈앞에 펼쳐지는 압도적인 풍경이었다. 유빙이 바다를 하얗게 메우고 있었고, 그 뒤로는 눈 덮인 산맥이 펼쳐져 있었다.
호텔은 원래 1960년대에 작은 여관으로 시작해 지금은 상당히 규모가 큰 리조트형 숙소로 성장했다고 한다. 체크인 시간은 오후 3시지만, 우리가 도착했을 때 다행히 준비가 되어 있어 조금 일찍 방에 들어갈 수 있었다.
로비와 라운지는 고급스러운 인테리어에 여유로운 분위기가 가득했고, 곳곳에 배치된 소파와 테이블, 따뜻한 조명이 편안한 느낌을 더해주었다. 심지어 라운지에서는 로봇이 짐을 옮기거나 서비스 안내를 돕는 모습도 볼 수 있어 꽤 인상 깊었다.
4. 객실 내부 – 전용 노천탕이 있는 오호츠크 뷰룸
우리가 묵은 방은 오호츠크 클럽 DX 트윈룸이었다. 이 객실의 가장 큰 장점은 개별 노천탕이 있는 테라스와, 그 앞에 오호츠크해와 유빙을 바로 감상할 수 있는 뷰다.
방에 들어서자마자 눈에 띄는 건 깔끔하게 정돈된 트윈 침대와 소파가 있는 넓은 거실, 그리고 바깥쪽으로 연결된 테라스였다. 침대 매트리스는 적당히 탄탄했고, 침구는 포근하고 따뜻했다.
냉장고 안에는 삿포로 클래식 맥주, 당근 주스, 차가운 물이 가득 들어 있었고, 테이블 한 켠엔 커피 캡슐과 티백이 준비돼 있었다. 이런 디테일한 부분이 이 호텔이 왜 고급 숙소로 불리는지 실감하게 해줬다.
화장실과 세면 공간도 넓고 깨끗했는데, 특히 ReFa 샤워기와 드라이어가 비치되어 있어 만족도가 높았다. 어메니티도 전부 갖춰져 있어서 따로 챙겨온 건 거의 쓰지 않았다.
노천탕은 실내에서 유리문을 열고 나가면 바다 쪽을 향해 노출된 테라스가 있고, 거기에 따뜻한 온천수가 가득 찬 탕이 있었다. 몸을 담그고 바다를 바라보는 그 순간, 이곳에 오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5. 유빙 테라스와 족욕 공간
호텔 로비를 지나 안쪽으로 들어가면 바다를 향해 열려 있는 공간이 하나 있다. 바로 유빙 테라스다. 이곳은 호텔 투숙객이라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족욕 공간이 마련된 야외 전망대다.
따뜻한 물에 발을 담그고 유빙이 떠 있는 바다를 바라보는 경험은 이곳에서만 누릴 수 있는 고유한 즐거움이었다. 특히 겨울 바람이 차가운 날에도 물 온도는 적당해서 족욕을 오래 즐길 수 있었다.
낮에는 유빙의 흰빛이 바다 위에 퍼져 장엄한 풍경을 만들고, 밤에는 조명이 은은하게 켜지면서 또 다른 분위기를 연출한다. 조용히 앉아 바다를 바라보며 시간을 보내는 이 공간은 여행 중 가장 편안했던 순간 중 하나였다.
6. 올인클루시브 라운지 – 하루 종일 자유롭게
이 호텔이 특별한 또 하나의 이유는 바로 24시간 운영되는 올인클루시브 라운지다. 언제든지 들를 수 있고, 그때마다 다양한 음료와 간식, 술이 무료로 제공된다.
라운지에는 홋카이도에서만 마실 수 있는 삿포로 클래식 생맥주를 포함해, 무알콜 맥주, 콜라, 주스, 차, 커피, 그리고 푸딩, 크림 퍼프, 비스킷, 초콜릿 같은 간식들이 있었다. 더 놀라웠던 건 모짜렐라 치즈와 살라미, 고급스러운 안주류도 함께 준비되어 있다는 점이다.
좌석 구성도 다양해서, 창가에 앉아 책을 읽거나, 친구와 담소를 나누거나, 조용히 노트북 작업을 하기에 모두 적당했다. 사람은 제법 있었지만 시끄럽지 않았고, 분위기 자체가 차분해서 머무는 동안 마음이 편해졌다.
무엇보다 이 라운지는 체크인 전에도 이용 가능해서, 도착 후 객실 준비를 기다리는 동안에도 편하게 쉬기 좋았다. 정말 자주 들르게 되는 공간이었다.
7. 대욕장과 사우나 – 유빙 보며 온천욕
호텔 최상층인 8층에 위치한 대욕장은 단순한 목욕 공간을 넘어, 이 호텔에서 반드시 경험해봐야 할 핵심 장소 중 하나다. 실내탕, 노천탕, 사우나, 냉탕, 휴게 공간까지 고루 갖춰져 있었고, 성별에 따라 시간대별로 공간을 바꿔 사용하는 시스템도 신선했다.
실내에는 두 개의 욕조가 나뉘어 있었는데, 하나는 비교적 낮은 온도, 다른 하나는 중간 온도였다. 온천수는 나트륨염화물천으로, 자극이 거의 없고 피부에 부드럽게 스며드는 느낌이 좋았다. 탕 안쪽에는 반쯤 누워서 반신욕을 할 수 있는 의자형 자리도 있어서 꽤 오랫동안 편안하게 머무를 수 있었다.
노천탕은 유빙이 보이는 쪽으로 개방되어 있었다.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고 찬 바람을 맞으며 바다 위 유빙을 바라보는 경험은 정말 특별했다. 물 온도도 적절하게 유지돼 있었고, 겨울철 야외임에도 몸이 따뜻하게 유지되어 전혀 춥지 않았다.
사우나는 ‘UNEUNA’라는 이름이 붙어 있었는데, 나무 동굴을 형상화한 인테리어와 함께 네모난 창 너머로 유빙이 보이는 구조였다. 안쪽은 꽤 높은 온도로 유지되고 있었고, 사우나 후에는 14.8도 정도로 유지되는 냉탕으로 이동해 온도를 식힌 후, 다시 나선형 계단을 타고 야외 휴게 공간으로 향할 수 있었다.
그 야외 공간에는 바다를 바라보며 앉을 수 있는 긴 의자들이 줄지어 있었고, 바람은 차가웠지만 그 차가움 덕분에 사우나 후 더욱 개운함을 느낄 수 있었다. 조용히 앉아 있으면 갈매기 소리까지 들려와서, 그야말로 자연 속 힐링이라는 표현이 딱 어울렸다.
8. 저녁 뷔페 – 셰프가 직접 만들어주는 고급 메뉴
온천욕으로 몸을 녹인 뒤, 저녁 시간이 되어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뷔페식이라고 해서 흔한 셀프 뷔페를 생각했는데, 전혀 달랐다. 셰프가 직접 조리해서 제공하는 방식이 많아, 뷔페지만 마치 코스요리를 받는 듯한 느낌이었다.
전채부터 메인, 디저트까지 음식 종류는 정말 다양했고, 지역 특산 식재료를 활용한 메뉴가 대부분이었다.
기억에 남는 주요 메뉴들
- 참치, 광어, 단새우가 포함된 사시미
- 명란젓과 말차 소스를 곁들인 연어 요리
- 시레토코산 에조사슴 라구 파스타
- 바삭하게 구운 대구와 아귀찜
- 연어알 덮밥, 소고기·돼지고기 구이
- 바게트, 샐러드, 스프 등 다양한 곁들이 음식
술 종류도 꽤 많았다. 나는 이미 라운지에서 맥주를 마셨기 때문에, 저녁에는 현지 포도 스파클링 와인으로 분위기를 살렸다. 직원들이 식자재와 요리 설명을 친절하게 해줘서, 메뉴 선택이 즐거운 경험이 되었다.
9. 디저트와 나이트 라운지 – 하루의 마무리
디저트 코너 역시 퀄리티가 높았다. 단순한 케이크나 아이스크림이 아니라, 홋카이도산 치즈나 호박을 활용한 디저트가 준비돼 있었고, 하나하나가 완성도 높은 요리처럼 느껴졌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디저트
- 유빙 치즈케이크: 부드럽고 진한 크림치즈에 요거트 셔벗이 올라가 있었다
- 펌킨 스파이스 파르페: 단호박의 고소한 맛이 진하게 느껴지는 디저트
- 홋카이도 멜론, 바움쿠헨, 도넛 등
식사를 마친 후 다시 라운지로 향했다. 밤이 되면 호텔 라운지의 조명이 한층 더 부드럽고 아늑해진다. 유빙 테라스는 조명이 은은하게 켜져 있어 낮과는 또 다른 분위기를 연출했다.
와인 한 잔에 모짜렐라 치즈와 안주를 곁들이며 조용한 음악과 함께 하루를 마무리했다. 손님이 많았지만 조용했고, 각자 여유롭게 자신만의 시간을 즐기는 느낌이었다.
10. 아침 식사 – 기대 이상으로 알찼던 조식 뷔페
하루가 밝고, 아침 7시쯤 식당으로 향했다. 사실 대부분의 호텔 조식은 간단하게 끝내는 경우가 많은데, 이곳은 전날 저녁만큼이나 구성이 알찼다. 무엇보다도 인상적이었던 건 아침인데도 셰프들이 조리를 직접 해준다는 점이었다.
조식 메뉴로 기억에 남는 것들
- 시레토코 연어 크림치즈 고로케: 겉은 바삭하고 속은 진짜 부드러운 크림 스타일
- 시레토코산 쇠고기와 돼지고기로 만든 햄버거 스테이크
- 에베쓰 돼지 뼈를 넣은 수제 소시지
- 다양한 채소가 들어간 따끈한 크로켓
- 콘야쿠 모찌와 같이 지역 특색 있는 반찬들
- 갓 구운 빵, 샐러드, 스프류도 충실하게 준비
음료도 꽤 고급스러웠다. 무알콜 샴페인, 무알콜 맥주, 저지우유, 과일 주스까지 다양한 선택지가 있었고, 원하는 만큼 자유롭게 마실 수 있었다.
아침부터 이렇게 제대로 된 식사를 하게 되면 그날 하루가 정말 든든해진다. 특히 뷔페 음식 하나하나가 정성스럽고 깔끔하게 담겨 있어서, 그냥 ‘많은 음식’이 아니라 ‘잘 만든 음식’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11. 체크아웃과 마지막 유빙 감상
식사를 마치고 객실로 돌아와 짐을 정리하고, 체크아웃 시간인 오전 11시에 맞춰 퇴실 준비를 마쳤다. 아쉽지만 호텔에서의 일정도 마무리할 시간이 다가왔다.
체크아웃 후엔 짐을 프런트에 맡기고 마지막으로 호텔 주변을 산책했다. 유빙 테라스 쪽으로 다시 걸어 나가 바다를 바라보며 잠시 머물렀다. 바람은 차가웠지만, 그 바람에 실려오는 바다 냄새와 유빙이 서서히 떠다니는 풍경은 마음을 차분하게 해주었다.
호텔에서 제공하는 유빙 블렌드 커피도 다시 한 잔 마셨다. 이름은 특별하지만 실제로 유빙이 들어간 건 아니고, 유빙에서 영감을 받아 블렌딩한 커피다. 깔끔하고 부드러운 풍미가 인상적이었다. 한 켠에는 티롤 초콜릿도 놓여 있어 작은 디저트처럼 곁들였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호텔을 떠나며 들었던 생각은 하나였다. “이 정도라면 이동이 좀 번거로워도 다시 올 수 있겠다.”
마치며
키타코부시 시레토코 호텔 & 리조트는 단순히 잘 쉬고, 잘 먹는 숙소 그 이상이었다. 바다와 맞닿은 공간에서의 조용한 휴식, 고급스럽고 세심한 서비스, 그리고 유빙을 바라보며 즐기는 온천과 족욕까지. 자연을 그대로 품은 공간에서의 하루는 마음까지 따뜻해지는 시간이 되었다.
혹시 겨울의 홋카이도를 여행할 계획이 있다면, 이 호텔은 정말 한 번쯤 머물러볼 만한 가치가 충분한 곳이다. 번거로운 이동만 감수할 수 있다면, 기대 이상으로 만족스러운 경험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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