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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100만 명이 살았던 앙코르와트, 도시는 왜 숲에 묻혔을까

by 김춘옥 TV 2025. 4. 25.

시작하며

캄보디아의 대표적인 유적지 앙코르와트. 사진으로 보면 신비롭고 아름다워 보이지만, 한때 이곳은 무려 100만 명이 살아가던 거대한 도시의 일부였다. 지금은 사원만 남아 있고 도시의 흔적은 거의 사라졌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오늘은 앙코르와트가 어떻게 만들어졌고, 왜 역사 속에서 사라질 수밖에 없었는지 그 과정을 찬찬히 따라가 보려 한다.

 

1. ‘앙코르와트’는 어떤 의미일까?

앙코르와트는 사원 이름이면서 동시에 도시의 정체성을 담고 있는 단어다. ‘앙코르’는 고대 크메르어로 도시를, ‘와트’는 사원을 뜻한다. 합치면 '도시의 사원'이 되는 셈이다.

이 사원은 단순한 종교 공간이 아니라, 왕권과 종교가 결합된 상징적인 건축물로 지어진 것이다.

크기만 봐도 놀랍다. 가로 1.5km, 세로 1.3km에 달하는 거대한 구조물이며, 중심에 솟은 다섯 개의 탑은 힌두 신화 속 신성한 산, 메루산을 형상화한 것이다.

 

2. 동시대 도시들과 비교하면 얼마나 컸을까?

앙코르와트가 세워졌던 12~13세기, 유럽의 주요 도시인 런던은 고작 3만 명 수준의 인구를 갖고 있었다. 반면 당시 크메르 왕국의 중심지였던 앙코르 지역에는 약 100만 명이 거주했다고 전해진다.

이 숫자는 과장이 아니라, 다양한 고고학적 증거와 사료를 통해 뒷받침된다.

우리가 알고 있는 앙코르와트는 이 도시의 일부였고, 그 주변에는 수많은 사원과 주거지, 수로가 존재했다. 앙코르톰이라는 이름의 신도시도 함께 있었으며, 이곳 역시 왕조의 권위를 상징하는 거대한 구조물로 가득했다.

 

3. 도시가 사라진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1) 자연환경의 변화

앙코르 지역은 밀림 지대다. 기후가 덥고 습해 식물의 생장이 매우 빠르다. 도시가 잠시만 방치되어도 금세 덩굴과 나무에 덮여 버리게 된다.

수백 년 동안 아무도 살지 않으면, 건물은 점점 숲에 묻혀 잊히게 되는 것이다.

(2) 종교적 변화

초기에는 힌두교가 중심이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불교, 특히 상좌불교가 주류가 되었다.

왕들이 세운 힌두 사원들은 점점 그 의미를 잃어갔고, 더 이상 보수하거나 유지할 이유도 줄어들었다.

(3) 정치적 요인

15세기 무렵 태국의 아유타야 왕조가 세력을 넓히며 앙코르 지역까지 침입하게 된다.

당시 크메르 왕국은 이를 피해서 수도를 지금의 프놈펜으로 옮기게 되는데, 이로 인해 앙코르 지역은 중심지로서의 기능을 잃고 버려지게 된다.

 

4. '잃어버린 도시'라는 시선은 누구의 것일까?

서양의 시선에서 앙코르와트는 ‘발견된’ 유적이었지만, 현지인들은 이곳을 잊지 않고 있었다.

16세기 포르투갈 선교사들의 기록에도 이 지역에 사람들이 살고 있고, 사원이 존재한다는 내용이 등장한다.

하지만 19세기 프랑스 탐험가들이 ‘처음 발견한 것처럼’ 소개하면서 앙코르와트는 ‘로스트 시티’라는 낭만적 이미지로 재탄생하게 된다.

이런 시각은 현지 문명에 대한 과소평가이자 왜곡에 가깝다. 앙코르와트를 지은 사람들은 분명히 크메르인들이고, 이 지역의 문화와 종교를 담은 결과물이었다.

 

5. 외계인이 지었다는 얘기는 왜 나올까?

지금도 일부 사람들은 앙코르와트 같은 건축물을 두고 외계인의 손길이라고 말하곤 한다. 하지만 이는 당시 사람들의 기술력을 무시한 주장이다.

앙코르와트는 정교한 석조 기술과 배수 설계, 광범위한 도시 계획을 바탕으로 세워졌고, 이를 가능하게 만든 인력과 기술은 크메르 제국 내부에서 나온 것이었다.

이런 주장은 오히려 현지 문명의 위대함을 가리는 결과를 낳는다.

 

6. 앙코르와트는 ‘사라진’ 것이 아니라 ‘옮겨간’ 것이다

사람들은 종종 앙코르와트를 ‘잊혀진 도시’라 표현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사라진 것이 아니라, 이동한 것에 가깝다.

기후 변화, 정치적 이유, 경제적 필요에 따라 수도를 교역에 유리한 프놈펜으로 옮겼고, 앙코르 지역은 자연스럽게 기능을 멈춘 것이다.

한동안 비워진 도시에는 금세 숲이 자라났고, 그렇게 사람들의 기억에서도 희미해져 갔다.

 

마치며

앙코르와트는 단순한 유적이 아니다. 과거 거대한 문명이 존재했다는 증거이며, 문화와 종교, 정치가 얽힌 복합적인 공간이다.

그 아름다움에만 감탄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만들어졌고, 왜 지금과 같은 모습이 되었는지를 함께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앙코르와트를 통해 우리는 역사란 ‘한순간의 사건’이 아니라, 변화의 연속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