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하며
최근 무비자 정책 덕분에 상하이 여행이 훨씬 쉬워졌다. 비행 시간도 짧고 도시 분위기도 세련돼서 가볍게 다녀오기 좋은 여행지다. 이번에는 상하이에서 요즘 많이 언급되는 신상 호텔 세 곳에 각각 2박씩 머물며 비교해봤다. 분위기부터 위치, 조식, 부대시설까지 직접 경험한 내용을 토대로 정리했다. 숙소 고민 중이라면 이 후기가 꽤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다.
1. 시클루시브 호텔 – 오래된 건물에서 만나는 상하이 감성
첫 번째 숙소는 우캉루에 있는 시클루시브 호텔이었다. 외관만 보면 호텔이라기보다는 유서 깊은 주택처럼 생겼다. 실제로 1918년에 지어진 건물을 리모델링해 만든 곳이라고 한다. 예전에는 석유 회사 직원들이 머물던 숙소였다고 하는데, 지금은 그 분위기를 살리면서도 감각적으로 꾸며진 부티크 호텔 느낌이다.
프랑스 조계지 한가운데 있어서 주변 분위기 자체가 독특하고, 조용한 골목 속에 자리잡고 있어 은근히 프라이빗한 느낌도 들었다. 입구를 지나면 고풍스러운 나무 정원이 있고, 안쪽으로 들어가면 샹들리에가 달린 로비가 나타난다. 마치 작은 유럽식 별장에 들어선 듯한 인상이었다.
내가 묵은 객실은 엘레강트 트윈 룸이었다. 구조가 꽤 흥미로운데, 방 안에 계단이 있어서 위층으로 올라가야 욕실이 있다. 세면대는 동으로 된 빈티지 스타일이고, 창문도 오래된 구조가 그대로 남아 있어 과거와 현재가 섞인 듯한 느낌을 줬다.
이 호텔의 또 다른 매력은 어메니티다. 상하이의 전통 화장품이라 불리는 빈티지 크림이 작은 기념품처럼 비치돼 있었고, 기본 어메니티는 꽤 고급 브랜드였다. 작은 디테일이 돋보이는 공간이었다.
아침 식사는 세트 메뉴 형식으로 제공됐다. 기본적으로 서양식 접시에 한 가지 중국식 메뉴가 곁들여지는 방식인데, 첫날은 토스트와 만두국, 다음 날은 크로아상 샌드위치와 죽이 나왔다. 양은 많지 않지만 분위기와 맛 모두 좋았다.
무엇보다 이 호텔이 좋았던 건 위치였다. 요즘 인생샷 명소로 유명한 우캉루 거리와 아주 가까워서, 아침 산책처럼 걸어서 돌아다니기 좋았다. 트렌디한 편집숍, 카페, 갤러리들이 골목마다 숨어 있어서 둘러보는 재미가 꽤 있었다.
다만 단점도 있다. 가장 가까운 지하철역까지는 도보로 약 10분 이상 걸리고, 주변에 편의점이나 마트가 없어서 간단한 음료나 간식을 사기엔 조금 불편했다. 그리고 엘리베이터가 없는 구조라 짐이 많거나 아이가 있는 가족 여행객에게는 다소 부담이 될 수 있다. 대신 조용하고 감성적인 여행을 원한다면 충분히 만족할 수 있는 곳이었다.
2. 콘래드 상하이 – 전망, 위치, 편의성 모두 잡은 고층 호텔
두 번째로 선택한 호텔은 콘래드 상하이였다. 예전에는 르 로열 메르디앙으로 운영됐던 곳인데, 2022년부터 콘래드 브랜드로 리뉴얼되며 다시 문을 열었다. 위치는 정말 좋다. 상하이 중심인 인민광장 바로 옆이고, 대형 쇼핑몰과 관광지가 모두 가까워서 이동에 전혀 스트레스가 없었다.
호텔 건물 자체가 꽤 고층이고, 내가 묵었던 객실은 42층에 있는 이그제큐티브 트윈룸이었다. 들어서자마자 창밖으로 펼쳐지는 시내 전경이 정말 멋졌다. 레디슨 타워와 인민광장이 한눈에 들어왔고, 밤에는 도시 야경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객실은 전반적으로 고급스럽고 차분했다. 콘래드답게 디자인에는 중국 전통 요소들이 자연스럽게 들어가 있었는데, 서예 작품이나 도자기 장식 같은 것들이 곳곳에 배치돼 있어 분위기를 더해줬다. 공간도 넓고 침대나 책상, 욕실 구조도 편하게 구성돼 있었다.
부대시설은 필요한 건 다 갖춰져 있었다. 실내 수영장은 겨울이라 특히 유용했고, 피트니스 센터도 넓고 쾌적했다. 44층에 위치한 이그제큐티브 라운지도 아주 만족스러웠는데, 저녁에는 간단한 뷔페와 와인, 맥주를 즐길 수 있었고, 조식도 라운지에서 먹을 수 있었다.
조식은 메인 레스토랑과 라운지 중 선택이 가능한데, 나는 라운지에서 먹었다. 사람이 적고 조용해서 편했고, 음식 구성도 부족하지 않았다. 오히려 메인 레스토랑은 사람이 많고 북적여서 조금 정신이 없다고 느껴졌다.
이 호텔의 단점은 거의 없지만 굳이 하나 꼽자면 미니바가 유료라는 점이다. 물론 대부분의 특급 호텔이 비슷하긴 하지만, 무료로 제공되는 게 없다는 점은 참고할 필요가 있다. 그 외에는 위치, 시설, 조식, 객실 모두 만족스러웠다. 상하이 여행이 처음이라면 이곳을 선택해도 실패는 없을 듯하다.
3. 블라썸하우스 상하이 – 리조트 감성 가득한 가족 여행 맞춤 숙소
마지막으로 묵은 곳은 블라썸하우스 상하이였다. 상하이 중심지에 위치해 있지만, 분위기는 마치 도심 속 리조트에 가까웠다. 이 호텔은 중국의 대형 호텔 그룹에서 운영하는 브랜드로, 원래는 자연 속 휴양지에 주로 위치해 있었는데, 상하이에 처음 문을 연 케이스라고 한다.
가장 큰 장점은 위치다. 상하이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지 중 하나인 예원까지 도보 10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고, 와이탄도 가깝다. 관광 중심 동선을 계획한 여행자라면 더할 나위 없이 편한 위치다.
호텔 입구부터 인상적이다. 황동색으로 디자인된 꽃잎 모양의 입구가 눈길을 끌고, 로비로 들어가면 넓고 개방감 있는 라운지가 펼쳐진다. 일반적인 호텔과 다르게 공간이 굉장히 여유롭고, 천장이 높아 실제보다 더 넓게 느껴졌다.
이곳은 단순히 잠만 자는 호텔이 아니라,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되는 리조트형 호텔이다. 하루 세 타임으로 나눠 문화 체험 프로그램이 진행되는데, 나는 체크인 직후 오후 타임에 향 만들기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향 파우더를 금속 틀에 눌러 모양을 만들고, 차와 함께 즐기는 방식이었는데 꽤 정성스럽고 독특했다.
한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직원이 직접 안내해줘서 체험 과정도 부담 없었다. 프로그램 일정은 위챗을 통해 매일 전달되며, 예약도 그 채팅창으로 가능하다.
객실은 아이가 있는 일행을 배려해 캐릭터 테마 룸으로 배정받았다. 울트라맨 테마였는데, 아이가 그리 좋아하지 않아 시트를 걷어낸 뒤 기본 인테리어로 유지했다. 전체적으로 핑크톤이 은은하게 돌고, 금속 소재의 소품들이 섬세하게 배치돼 있어 세련된 느낌이 강했다. 퀸 침대와 싱글 침대 구성에 넓은 거실까지 갖춰져 있어 가족 단위 여행객에게 특히 잘 맞는다.
객실 내 미니바는 전부 무료로 제공됐다. 간단한 음료와 간식은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어 좋았다. 조식은 뷔페 형식이었는데, 세 호텔 중에서 가장 상하이다운 메뉴가 많았던 곳이었다. 죽 코너, 즉석 누들, 다양한 딤섬이 준비돼 있었고, 특이한 건 옥수수 튀김이나 캐릭터 모양의 만두처럼 보기 드문 메뉴도 있었다. 재미와 맛을 동시에 만족할 수 있는 구성이다.
공항 픽업 서비스도 활용해봤다. 체크인할 때 직원이 위챗으로 안내해줬고, 원하는 시간에 맞춰 차량을 신청할 수 있었다. 내가 예약한 시간은 오전 7시였는데, 정확히 호텔 앞에 7인승 차량이 도착해 있었다. 여행 마지막 날 이동이 가장 번거로울 수 있는데, 그런 점에서는 꽤 만족스러운 마무리였다.
단점도 있다. 리조트형 호텔이다 보니 수영장이 없다는 점은 아쉬웠고, 객실 간 방음이 조금 약해서 민감한 분들은 불편할 수 있다. 그리고 도심 중심에서 살짝 떨어진 위치라, 난징동루 같은 상업지역을 가려면 지하철을 타야 하는 번거로움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호텔은 가족 여행자에게 꽤 괜찮은 선택이었다. 특히 어린이를 동반한 여행이라면 여유로운 구조와 체험 프로그램이 큰 장점이 된다.
마치며
호텔을 단순한 숙소로만 보지 않는 여행자라면, 이번 후기가 좋은 참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세 호텔 모두 분위기나 특징이 완전히 달라서, 여행 목적이나 동행자에 따라 선택이 달라질 수 있다.
감성적인 공간에서 조용히 머물고 싶다면 시클루시브 호텔이 적당하고, 편리한 위치와 전망을 중요하게 여긴다면 콘래드 상하이가 잘 맞는다. 가족 중심의 여유롭고 다양한 체험을 원한다면 블라썸하우스를 고려해볼 만하다.
이번 여행은 숙소마다 다른 색깔을 느낄 수 있어서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다. 상하이 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각 호텔의 분위기를 잘 비교해서 자신에게 맞는 공간을 골라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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