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하며
청도 운문사 하면 떠오르는 건 거대한 전각과 깊은 역사일지 모르지만, 운문사에서 고개를 돌려 북쪽 산길을 따라가다 보면 또 하나의 공간과 마주하게 된다. 바로 북대암이다. 작은 암자이지만 그 존재감은 작지 않다. 깊은 산 중턱, 제비집처럼 붙은 위치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은 물론, 그 안에 담긴 이야기와 기운은 이곳을 찾는 이들의 마음을 조용히 정돈해준다.
1. 북대암까지 이어지는 조용한 오르막길
운문사에서 북대암까지는 약 870m 정도 떨어져 있다. 차로 이동하면 10분도 걸리지 않는 거리지만, 이곳을 제대로 느끼기 위해서는 걸어가는 것이 가장 좋다.
길은 처음엔 평탄하지만, 중간부터 경사가 점차 심해진다. 하지만 오르막길은 생각보다 부담스럽지 않다. 주변 풍경과 바람, 발 아래 바스락거리는 낙엽이 오히려 집중하게 만들어 준다. 길가에는 법당과 신도 숙소 방향을 알려주는 작은 표지판이 있어 길을 잃을 염려도 없다.
- 총 거리: 약 870m
- 소요 시간: 천천히 걸으면 30~40분
- 특징: 차량 진입 가능하나 경사와 협소한 도로로 인해 도보 권장
- 추천: 혼자 걷기에도 좋고, 대화하며 오르기에도 알맞은 거리
- 주차: 운문사에 주차 후 도보 이동 권장
길을 걷는 동안엔 자연스럽게 주변 풍경에 집중하게 되고, 어느 순간 ‘걷는다’는 느낌보다 ‘정리된다’는 감정이 먼저 든다.
2. 호랑이 형상의 산 위에 자리한 암자
북대암이 위치한 호거산은 호랑이가 웅크린 모습이라 해서 붙은 이름이다. 북대암은 그중에서도 ‘턱’에 해당하는 자리에 자리 잡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북대암에 다녀온 이들 중 일부는 "호랑이 기운 받았다"는 말을 하기도 한다.
정확한 창건 연대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다음과 같은 설이 전해진다.
- 운문사 창건 전, 한 스님이 금수동에서 수도를 시작하며 북대암 자리에 암자를 세웠다는 설
- 고려 태조 시기 보양국사가 창건했다는 또 다른 설
위치는 가파른 절벽 가까이여서 아래에서 보면 아찔하지만, 위에 올라서면 오히려 마음이 탁 트인다. 주변 풍경은 사방으로 펼쳐져 있고, 특히 겨울철엔 구름이 산 능선을 감싸고 있어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3. 작은 규모지만 균형 잡힌 전각 배치
북대암은 그리 넓은 공간은 아니지만 전각 구성은 탄탄하다. 중심이 되는 법당을 비롯해 산신각, 독성각, 칠성각, 그리고 요사채까지 오밀조밀 모여 있다.
- 법당: 정면 5칸, 측면 3칸의 팔작지붕
- 내부에는 아미타불을 중심으로 지장보살과 관세음보살이 함께 모셔져 있음
- 좌우에는 영산해상도와 신중도가 걸려 있음
- 산신각·독성각: 같은 건물 안에 두 개의 현판
- 정면 2칸, 측면 1칸의 팔작지붕
- 내부에는 채색된 산신도와 독성도
- 칠성각: 측면 1칸 맞배지붕
- 안에는 칠성신과 인물상이 봉안됨
- 요사채: 수행 및 생활 공간
법당 마당에서 내려다보는 경관은 압권이다. 멀리 운문사 전경이 보이고, 겨울철엔 산 능선에 남은 눈과 엷은 구름이 맞물려 고요함이 극대화된다.
4. 발걸음을 멈추게 만든 짧은 글귀
법당 옆에는 안내판이 하나 세워져 있다. 여기에 적혀 있는 원유 대사의 수행글귀는 짧지만 강한 울림이 있다.
- “지혜로운 이는 험한 바위를 찾아든다.”
- “푸른 솔과 계곡은 수행자의 집이다.”
- “배고프면 나무 열매로, 목마르면 흐르는 물로 마음을 달랜다.”
- “몸은 반드시 끝이 있는데, 다음 생은 어찌할 것인가.”
- “다급하고 다급한 일이로다.”
이 짧은 문장들 앞에서 많은 이들이 조용히 서서 눈을 감는다. 오래 머물지는 않지만, 오히려 그런 순간이 더 오래 남는다.
5. 다녀온 이들이 말하는 북대암의 매력
북대암은 많은 말을 하지 않아도 그 공간 자체가 조용한 울림을 준다. 올라가는 길, 법당 앞에 서는 순간, 그리고 내려올 때의 기분까지—다녀온 이들은 하나같이 평온함을 이야기한다.
- 걷는 동안 주변과 나 자신을 함께 돌아볼 수 있었다
- 법당 앞에서 느껴지는 정적이 깊은 여운으로 남았다
- 내려올 때는 올라갈 때보다 마음이 훨씬 가벼웠다
- 별다른 계획 없이 올라갔지만 생각보다 큰 위로를 받았다
- 굳이 기도를 하지 않아도 그냥 그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 좋았다
누군가는 이곳을 ‘기운을 충전하는 장소’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호거산이라는 이름처럼, 마치 호랑이의 기운이 조용히 퍼져 있는 느낌을 받는다고 한다.
6. 북대암을 찾기 전 알아두면 좋은 정보
청도 북대암은 일반적인 사찰처럼 접근이 쉽지는 않다. 대신, 그 어려움이 오히려 이곳의 가치를 높인다. 직접 다녀오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간단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위치: 경상북도 청도군 운문면 호거산 자락
- 접근 방법: 운문사 주차 후 도보 약 40분
- 주차: 북대암 주차장은 매우 협소, 운문사에 주차 권장
- 도로 상태: 경사 심한 산길로 차량 진입 비추천
- 준비물: 물, 모자, 미끄럼 방지 운동화, 조용한 복장
- 권장 시간: 아침~오후 늦지 않은 시간, 겨울엔 해지기 전 하산 필수
- 주의사항: 산사 예절 지키기, 말소리 최소화, 쓰레기 되가져가기
단순히 풍경을 보기 위함이 아니라, 잠시 머무르며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정리하기 위한 방문이라면 북대암은 아주 좋은 선택지가 된다.
마치며
북대암은 쉽게 닿는 장소는 아니다. 그러나 그 길을 오르는 동안, 오히려 복잡했던 생각들이 조용히 정리되고, 고요한 법당 앞에 서면 굳이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느낌이 있다. 호거산의 품 안에서 자신과 마주하고 싶은 이들에게, 북대암은 조용히 문을 열어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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