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하며
부산을 여행하면서 음식에 대한 고민이 생긴다면, 지역 주민의 오랜 경험이 담긴 맛집 리스트를 참고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특히 택시 기사님들이 뽑은 ‘택슐랭 가이드’는 단순한 후기나 광고가 아닌, 오랜 시간 직접 경험을 바탕으로 선별한 식당들이라 더욱 신뢰할 수 있다. 이번에는 이 리스트 중 일부를 실제로 방문해보고 음식의 맛과 분위기를 정리해보았다. 2024년 10월부터 12월까지, 무려 두 달 동안 여러 번 부산을 오가며 어렵게 찾은 곳들도 포함되어 있다. 실패와 재도전을 거듭한 끝에 마침내 경험할 수 있었던 가게들의 이야기까지 담아, 부산 여행을 계획하는 이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고자 한다.
1. 여행의 시작, 첫 끼는 국밥 – 송정3대국밥
부산역에 도착한 뒤 가장 먼저 들른 곳은 서면역 근처의 송정3대국밥이다. 다양한 매체에 소개된 바 있고, 꾸준한 후기가 이어지는 식당이라 기대감을 안고 들어갔다.
‘금봉 따로국밥’이라는 메뉴를 선택했는데, 가격은 9,000원. 김치와 부추무침이 기본으로 나왔고, 식사 후에는 사탕까지 제공되어 소소한 정을 느낄 수 있었다. 국물은 맑은 편이며, 처음 한입 먹었을 땐 약간 심심하게 느껴졌지만 부추를 넣어 함께 먹으니 맛이 살아났다.
면사리를 넣어 한 그릇을 완성한 후, 곱빼기로 시켰어야 했다는 아쉬움이 남았다. 양이 많은 편은 아니었지만, 첫 끼로는 무리 없었다. 국밥의 깊은 맛보다는 산뜻하고 담백한 스타일을 선호하는 이들에게 적당한 곳이다.
2. 점심시간에 문전성시 – 바오하우스
국밥으로 가볍게 속을 채운 뒤, 근처에서 발견한 중식당 바오하우스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곳은 미쉐린 가이드에도 소개된 중식 전문점으로, 점심시간이 되자마자 긴 줄이 형성되어 있었다. 대기팀만 13팀이었을 정도로 인기가 대단했다.
기다림 끝에 들어가 ‘클래식 바오 세트’를 주문했다. 이 세트에는 마파두부 볶음밥, 가지튀김, 우육면이 포함되어 있었는데, 세 가지 메뉴 모두 수준 높은 맛을 자랑했다.
마파두부는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감칠맛이 좋았고, 가지튀김은 바삭한 식감과 함께 튀김옷의 두께도 적당했다. 특히 우육면의 국물은 깔끔하고 깊은 맛이 느껴져 만족스러웠다. 전체적으로 간이 강하지 않아 누구나 편하게 즐길 수 있는 구성이다.
3. 깔끔한 국물 맛이 인상적인 – 본전돼지국밥
다음날 본격적인 맛집 투어를 시작하며 가장 먼저 찾은 곳은 본전돼지국밥이었다. 부산역에서 가까운 거리에 위치해 있어 접근성이 좋았고, 이른 아침부터 사람들로 북적였다.
이곳의 돼지국밥은 보통 우리가 생각하는 진하고 기름진 스타일과는 다르다. 오히려 맑은 국물에 닭곰탕을 연상케 하는 맛이 특징이다. 부추무침, 고추, 양파, 마늘, 겉절이 등 반찬 구성도 알찼고, 국밥과 함께 먹기에 잘 어울렸다.
개인적으로는 전날 방문한 송정3대국밥보다 입에 잘 맞았고, 가볍게 즐기기 좋은 메뉴였다. 국밥을 자주 먹는 편이라 여러 곳을 비교해보았는데, 이곳은 진한 맛보다는 깔끔함을 추구하는 사람들에게 적합하다고 느껴졌다.
4. 가성비 좋은 두툼한 한 끼 – 고관함박
본전돼지국밥에서 나와 찾은 다음 맛집은 ‘고관함박’이었다. 외관부터 깔끔했고, 내부는 넓지 않지만 정갈한 분위기였다. 무엇보다 눈에 띈 건 메뉴 구성과 가격. 뚝배기 함박과 고관가스 등 몇 가지 대표 메뉴가 있었고, 그중 뚝배기 함박(8,900원)을 주문했다.
함박은 일반적인 두께보다 훨씬 두툼했고, 포크를 넣었을 때 육즙이 스며 나올 정도로 촉촉함이 살아 있었다. 소스는 달지 않고 담백한 풍미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어 고기의 맛을 해치지 않았다. 고관가스는 함박을 튀긴 스타일인데, 바삭한 식감과 속의 부드러움이 잘 조화를 이뤘다.
함께 나온 샐러드, 감자튀김, 밥 등 사이드도 신경 써서 구성되어 있었다. 플레이팅에 오이와 고추까지 올라가 있어 보기에도 깔끔했다. 가볍게 먹는 점심보다는, 제대로 된 식사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할 만한 식당이었다.
5. 오랜 기다림 끝에 드디어 만난 – 백설대학
부산 영도에 있는 백설대학은 몇 년 전부터 도전했지만 번번이 영업을 하지 않아 실패했던 곳이다. 오랜 기다림 끝에 2024년 12월, 크리스마스이브에 마침내 방문에 성공했다. 이곳은 한 번에 손님을 받고, 모든 음식을 서빙한 뒤 새로운 손님을 받는 독특한 방식으로 운영된다. 이런 시스템 때문에 회전율은 느리지만, 음식의 질을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약 한 시간 반을 기다린 끝에 매장에 들어갔고, 떡볶이, 삼색김밥, 참치김밥, 쫄면을 주문했다. 떡볶이는 고춧가루와 설탕이 강하게 어우러진 직선적인 맛이었다. 약간 조화가 부족한 느낌도 있었지만, 토핑으로 올라간 만두와는 꽤 잘 어울렸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건 김밥이었다. 참치김밥은 유부와 오이, 참깨가 어우러져 담백하고 시원한 맛을 냈고, 삼색김밥은 비주얼과 맛 모두 만족스러웠다. 특히 사장님이 직접 김밥을 빠르게 써는 모습은 거의 예술 수준이었다. 이곳에 오게 된다면 김밥은 반드시 먹어봐야 할 메뉴였다.
6. 중식으로 마무리 – 유원
백설대학에서 식사를 마친 후 마지막으로 들른 곳은 중구에 위치한 ‘유원’이라는 중식당이었다. 이곳은 간짜장이 특히 맛있기로 알려져 있었고, 실제로 주문해 본 결과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간짜장은 소스가 진하고 면발에 잘 어우러져 있었으며, 지나치게 기름지지 않아 깔끔했다. 일반적인 짜장면과는 다른 매력이 있었고, 면과 함께 즐기는 식감도 훌륭했다.
함께 주문한 광동면은 중국 광동지방에서 유래된 음식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스타일은 아니었지만, 해산물이 들어간 얼큰한 국물과 면의 조화가 독특하게 느껴졌다. 간짜장을 중심으로 한 중식 마무리 코스로 손색없는 식사였다.
7. 팥 디저트로 따뜻하게 – 마루팥빙수단팥죽
부산 여행의 마지막 코스를 장식한 곳은 ‘마루팥빙수단팥죽’이다. 계절에 따라 메뉴가 달라지는 이곳은 겨울에는 팥죽, 여름에는 팥빙수를 중심으로 운영된다. 가게는 깔끔하고 조용한 분위기였고, 따뜻한 팥죽의 향이 입구부터 느껴졌다.
이곳 팥은 달지 않고 고소한 맛이 강조된 것이 특징이다. 너무 진하거나 느끼하지 않아 부담 없이 먹기 좋았고, 고운 입자와 부드러운 식감이 마무리로 안성맞춤이었다. 마지막 후식으로 따뜻한 팥죽 한 그릇을 먹으니 부산 여정의 피로가 풀리는 듯한 기분이었다.
마치며
이번 여행은 단순히 맛있는 음식을 먹기 위한 것이 아니라, 지역에서 오랫동안 자리 잡은 곳들을 직접 체험해보는 시간이었다. 택시 기사님들이 선정한 맛집 리스트는 단순한 추천을 넘어, 진짜 부산의 생활과 연결된 공간들이었다.
각 가게마다 다른 개성과 분위기를 갖고 있었지만, 공통적으로 가격 대비 만족도가 높고, 누구나 편하게 접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부산을 여행할 계획이 있다면 이 리스트를 참고해 하루 또는 이틀 코스로 구성해보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화려한 관광지만 둘러보는 여행보다 훨씬 실속 있고, 현지의 온기를 느낄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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