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하며
요즘 무한리필 식당이 워낙 많다 보니, 이제는 “리필”이라는 단어에 별 감흥이 없는 경우가 많다. 특히 회나 해산물 무한리필은 가짓수만 많고 품질은 아쉬운 곳들이 많아 기대치를 낮추게 된다. 그런데 얼마 전, 방이동에서 색다른 무제한 이자카야를 발견했다. 숙성회부터 튀김, 꼬치, 국물요리까지 전부 무제한으로 즐길 수 있는 이자카야라는 말에 솔깃했고, 직접 다녀와봤다.
‘나나미 이자카야 잠실방이점’은 잠실에서 그리 멀지 않은 방이동에 있다. 내부는 일반 이자카야처럼 꾸며져 있었고, 술과 함께 곁들이는 안주가 주가 되는 공간이었다. 기본 요리 무제한 코스는 인당 39,000원으로 세 시간 동안 테이블에 앉아 다양한 안주를 무제한으로 주문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처음엔 혹시 싸구려 메뉴로 구성된 거 아닐까 의심했는데, 실제로 접해보니 이자카야 인기 메뉴는 물론이고 일반 단품집에서 볼 수 있는 정돈된 요리들이 포함되어 있어 꽤 놀라웠다.
1. 메뉴 구성과 시스템 간단 정리
가게에 들어서면 선택할 수 있는 무제한 코스는 몇 가지로 나뉜다. 나는 술을 별도로 주문하고 요리만 무제한으로 즐길 수 있는 기본 요리 무제한 코스를 선택했다. 그 외에도 사케와 와인까지 포함된 프리미엄 무제한 코스도 있다.
기본 요리 무제한 코스 구성은 아래와 같다.
- 숙성회 기본 한 판 제공 + 리필 가능
- 꼬치류(야키토리) 전부 주문 가능
- 튀김류, 국물요리 포함
- 초밥 밥(샤리) 별도 주문 가능
- 태블릿으로 주문 → 리필 부담 없음
- 이용 시간: 총 3시간
술은 별도 주문이지만, 가격대가 과하게 높지 않았다. 화요25 작은 병이 27,000원, 소주와 맥주는 각각 5,000원으로 서울 평균 수준이었다.
2. 기본 안주부터 숙성회 한 판까지
자리에 앉으면 가장 먼저 가볍게 입맛을 돋우는 기본 안주가 나온다. 참깨소스가 뿌려진 양배추샐러드와 나초칩이 함께 제공되고, 술과 함께 가볍게 시작하기 좋은 구성이다. 그리고 메인인 숙성회 한 판이 등장한다.
첫 번째 숙성회 구성
- 광어, 연어, 참돔
- 참다랑어 뱃살, 황새치 뱃살
- 삼치, 문어, 날개오징어
- 메카도로, 찐 전복
- 김으로 감싼 이소베마키 스타일 회
- 핏불구동까지 포함
비주얼부터 평범한 무한리필 스타일이 아니었다. 보통 무제한 회집에서 보기 어려운 구성인데, 이자카야에서 단품으로 나올 법한 퀄리티의 회가 한 접시에 담겨 나왔다.
3. 숙성회 퀄리티, 기대 이상이었다
첫 점은 광어 지느러미로 시작했다. 얇게 썰어낸 회에 살짝 토치로 불향을 입혀 고소한 맛이 올라왔고, 위에 얹힌 다시마 절임이 감칠맛을 더해줬다. 그 다음 먹은 삼치는 김소스를 얹고 훈연한 방식이었는데, 향이 부담스럽지 않게 퍼지면서 꽤 인상적이었다. 달큰하면서도 짧게 끊기는 단맛이 깔끔했고, 이날 먹은 삼치 중 가장 좋았다.
찐 전복은 전복 내장으로 만든 소스(개우 소스)가 올려져 있었고, 오일 느낌 나는 향과 단맛이 꽤 괜찮았다. 전복도 질기지 않고 야들야들한 편이라 식감도 좋았다.
무한리필 메뉴엔 초밥은 없지만, 초밥용 밥인 샤리를 따로 주문할 수 있다. 회에 샤리를 얹어 초밥처럼 먹을 수 있어서 구성의 유연함도 좋았다. 밥 위에 회를 얹어 먹으니 포만감도 생기고 조합도 나쁘지 않았다.
4. 국물 요리도 허투루 나오지 않는다
술이 들어가면 국물이 당기기 마련인데, 이곳에선 나가사끼 짬뽕과 스이모노(맑은 조개탕)를 무제한 메뉴 안에서 주문할 수 있다.
직접 맛본 국물 요리들
- 나가사끼 짬뽕: 잔국 느낌으로 나왔고, 안에는 꽃게, 조개, 오징어살이 들어 있었다. 생각보다 깊은 맛이 났고, 짠맛보다는 은근한 단맛이 느껴지는 국물이었다.
- 스이모노(조개 맑은탕): 메뉴 이미지도 없고 무지한 메뉴라 기대 안 했는데, 국물 맛이 깔끔하고 조개도 적당히 들어 있었다. 술 마신 뒤 입가심으로 딱 좋았다.
보통 무한리필 메뉴에서 국물은 거들뿐인 경우가 많은데, 여기선 국물까지도 신경 쓴 느낌이었다.
5. 회 리필 시스템, 눈치 안 보고 편하게
기본 회를 다 먹고 나서, 태블릿으로 추가 주문을 진행했다. 원하는 회만 선택해서 수량 조절까지 가능하다. 리필 주문 시에도 퀄리티가 떨어지지 않고, 구성도 깔끔하게 담겨 나왔다.
특히 만족스러웠던 부분은, 처음 맛보고 괜찮았던 삼치와 흰살생선 위주로만 골라서 리필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전복도 추가로 두 점 더 주문해봤는데, 소스 맛도 동일했고 크기도 크게 차이 나지 않았다.
게다가 메뉴에 없던 마그로 타다키(살짝 익힌 참치)가 나왔는데, 산뜻한 소스와 마늘칩이 곁들여져 있어 단독으로 나왔던 참치보다 훨씬 더 밸런스가 좋았다.
6. 야키토리와 튀김, 회만 먹기 아쉬울 때
계속 회만 먹다 보면 입안이 좀 지칠 수 있다. 그럴 때 구이 메뉴나 튀김류가 확실히 분위기를 전환시켜준다. 태블릿 메뉴에서 야키토리와 튀김도 마음껏 주문할 수 있다.
직접 먹어본 꼬치 메뉴
- 집쿠네(닭완자 꼬치): 육즙이 터지는 편이라 떡갈비 같은 느낌도 들고, 연골이 살짝 씹히는 식감이 있어 씹는 재미가 있다. 직화로 구운 듯 불향도 남아 있어 기본 이상은 하는 맛이다.
- 닭다리살+대파 꼬치: 닭다리살은 부드럽고 촉촉한데, 파가 약간 질긴 감이 있었다. 닭과 파의 조합은 좋았지만 식감에서 조금 아쉬움이 남았다.
- 염통 꼬치: 특유의 쫄깃함은 살아 있지만, 인상 깊지는 않았다. 무난하게 먹을 수 있는 정도.
튀김류 중 기억에 남은 메뉴
- 가지 덴푸라: 바삭함보다는 촉촉한 튀김 느낌에 가까웠다. 튀김옷이 두껍지 않고, 안쪽 가지도 너무 물러지지 않아 밸런스 좋았다. 소스에 찍어 먹으면 기름짐도 중화되어 편하게 즐길 수 있었다.
튀김이나 꼬치 메뉴는 양도 과하지 않게 나와서 무제한임에도 불구하고 질리지 않게 구성되어 있었다.
7. 메로구이와 숙주볶음으로 마무리
테이블당 한 번만 주문 가능한 메뉴 중 하나인 메로구이를 마지막으로 주문해봤다. 이게 정말 기대 이상이었다. 부위는 가마살 쪽으로 추정되는데, 기름기가 적당히 있고 살이 부드러웠다. 지나치게 느끼하지 않고 고소함이 살아 있어 회 이후 먹기 좋은 메뉴였다.
배가 꽤 불렀지만 그래도 한 가지 더 먹어보자 싶어 선택한 게 숙주볶음이었다. 차돌박이와 숙주가 같이 들어간 메뉴로, 약간 짭짤한 편이다. 숙주와 함께 먹으면 간이 잘 맞고, 술안주로는 꽤 괜찮았다. 다만 단독 요리로 먹기엔 조금 짤 수 있으니 참고하면 좋겠다.
마치며
이자카야 스타일의 무제한 구성이라 해서 처음엔 기대를 크게 하지 않았지만, 생각보다 구성도 알차고 퀄리티가 유지되는 점이 꽤 마음에 들었다. 숙성회는 종류도 다양했고, 리필 시스템도 눈치 보지 않고 쓸 수 있어 여유롭게 즐기기 좋았다.
무제한이라고 해서 메뉴가 대충 나오는 게 아니라, 각각의 안주가 단품으로 팔아도 될 만큼 기본은 하는 맛이었다. 단, 술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이자카야라는 공간 자체가 부담일 수 있으니 참고할 필요는 있다. 안주 중심의 식사를 즐기고 싶은 사람이라면, 충분히 만족스러운 선택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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