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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

제주 서귀포 마보기오름: 조망권 좋은 오름에서 만나는 자연의 아름다움

by 김춘옥 TV 2025. 4. 6.

시작하며

제주의 자연은 늘 다채롭고 풍요롭지만, 그중에서도 조용하게 산책하듯 오를 수 있는 오름은 여행의 피로를 풀기에 안성맞춤이다. 서귀포시 안덕면에 위치한 마보기오름은 그리 높지 않은 해발과 비교적 완만한 경사 덕분에 부담 없이 오르기 좋다. 게다가 정상에 오르면 펼쳐지는 한라산과 제주의 남서부 전경은 마음속까지 환히 트이게 만든다. 붐비지 않아 혼자 또는 가족 단위로 다녀오기에 알맞은 곳이다.

 

 

1. 마보기오름의 위치와 이름의 유래

마보기오름은 서귀포시 안덕면 상천리 산 83번지에 자리한 오름이다. 해발은 560m, 비고는 약 45m로, 아주 높은 산은 아니지만 정상에서 만날 수 있는 풍경은 기대 이상이다.

이 오름의 이름은 제주어에서 '남풍'을 뜻하는 '마포름'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다. 이 지역은 남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강하게 지나가는 지형이라, 마보기라는 이름이 자연스럽게 붙여졌다고 한다.

오름은 전반적으로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고 있으며, 두 개의 봉우리가 서로 마주 본 형상이다. 가운데는 움푹 팬 원형 분화구가 자리해 있으며, 억새가 사방으로 넓게 퍼져 있다. 계절마다 색과 분위기가 달라져 다양한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오름이다.

 

2. 들머리부터 시작되는 숲길의 매력

마보기오름의 시작 지점은 핀크스 골프장 입구 인근, 삼나무 숲으로 이어지는 길이다. 차량은 골프장 인근 공터에 주차하면 되고, 도보로 바로 진입할 수 있는 간편한 접근성이 장점이다.

입구에는 오름 관리 안내판이 있어 쉽게 확인 가능하며, 탐방로는 자연 그대로의 숲길을 따라 이어진다. 초입부터 삼나무와 편백나무가 울창하게 뻗어 있어 그늘이 짙고, 걷는 동안 숲의 향기가 코끝을 맴돈다.

이 구간에서 느낄 수 있는 특징은 다음과 같다.

  • 나무 사이로 비치는 은은한 햇살
  • 발 아래 부드러운 흙길과 떨어진 낙엽
  • 걷는 사람 키를 넘는 억새가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
  • 군데군데 박혀 있는 화산탄의 흔적
  • 한 사람이 지나기 적당한 너비의 정돈된 탐방로
  • 삼나무와 편백나무에서 퍼지는 피톤치드 향

길은 비교적 평탄하고, 갑작스러운 경사 없이 이어진다. 자연의 공기를 그대로 마시며 걷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맑아진다.

 

3. 억새를 지나 만나는 조망의 순간

삼나무 숲이 끝나고 나면 갑자기 하늘이 열리며 시야가 탁 트인다. 이 지점부터는 억새밭이 길을 감싼다. 바람에 따라 방향을 바꾸는 억새는 오름 위 풍경을 살아 움직이게 만든다.

걷는 길은 완만한 능선 형태로 이어지고, 안전을 위해 설치된 밧줄 구간이 등장한다. 여유 있게 천천히 걸어도 20~30분이면 정상에 닿는다.

정상에 오르면 아래와 같은 풍경들이 펼쳐진다.

  • 멀리 보이는 한라산의 장쾌한 능선
  • 가까운 거리의 영아리오름, 대병악, 소병악
  • 줄지어 늘어선 정물오름, 도너리오름, 믜오름
  • 시야 끝에 위치한 마라도, 가파도
  • 바다 위로 떠 있는 듯한 형제섬, 송악산, 산방산
  • 눈 아래 펼쳐지는 푸른 핀크스 골프장 전경

탁 트인 전망에 감탄이 절로 나오는 순간이며, 사진을 찍기에도 좋은 포인트가 곳곳에 있다.

 

4. 계절마다 달라지는 마보기오름의 풍경

마보기오름은 사계절 내내 전혀 다른 분위기를 보여주는 오름이다. 계절의 변화에 따라 억새의 색감, 하늘의 분위기, 바람의 질감까지 달라진다. 어떤 계절에 가든 각각의 매력을 경험할 수 있어 한 번만 다녀오기엔 아쉬운 곳이다.

아래는 계절별 마보기오름의 풍경 특징이다.

  • : 숲속 나무들 사이로 신록이 피어나며, 억새도 조금씩 생기를 되찾는다. 들녘에는 초록빛이 짙어지고 햇살은 따뜻하다. 한라산과 오름들의 윤곽이 뚜렷해지는 날이 많다.
  • 여름: 짙은 나무 그늘과 숲의 향기가 진해진다. 삼나무와 편백나무에서 퍼져 나오는 냄새가 산책을 더욱 상쾌하게 만든다. 다만 오전 시간대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 가을: 마보기오름이 가장 화려해지는 시기다. 억새가 황금빛으로 일렁이며 오름 전체를 덮는다. 풍경 사진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특히 인기 높은 계절이다.
  • 겨울: 억새는 바래고 하늘은 청명해진다. 잎이 떨어진 삼나무 숲은 더 깊고 고요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조망도 더 넓어진다. 맑은 날엔 먼 바다 너머 마라도까지 선명하게 보인다.

 

5. 탐방 전 꼭 알아야 할 정보

마보기오름은 그리 힘들지 않은 코스이지만, 자연 그대로의 환경이라 미리 알고 준비하면 훨씬 안전하고 쾌적하게 다녀올 수 있다. 다음은 방문 전에 알고 가면 좋은 핵심 정보들이다.

  • 탐방 소요 시간: 왕복 기준 약 1시간 내외. 천천히 풍경을 감상하면 1시간 30분도 충분히 여유롭다.
  • 들머리 위치: 핀크스 골프장 입구 맞은편. 삼나무 숲길이 시작되는 곳.
  • 주차 정보: 골프장 인근 공터에 주차 가능. 별도 지정 주차장은 없음.
  • 이정표: 들머리엔 안내판이 있지만 탐방로 중간에는 별도 표지판이 많지 않음.
  • 신발과 복장: 바닥이 흙길이기 때문에 트레킹화 또는 등산화가 필요. 억새밭과 숲길이 많아 긴 바지 권장.
  • 음식과 물: 오름 내부에는 식수나 판매시설이 없으므로 미리 준비해야 함.
  • 화장실: 입구 주변에 별도 공중화장실이 없어 출발 전 해결 필요.

마보기오름은 코스가 짧지만 단조롭지 않다. 숲길, 억새밭, 능선, 조망 포인트까지 다양하게 구성돼 있기 때문에 중간중간 천천히 둘러보는 여유가 중요하다.

 

6. 함께 둘러보면 좋은 주변 명소들

마보기오름 인근에는 반나절 또는 하루 일정으로 함께 둘러볼 만한 장소가 많다. 차로 5~15분 내 이동 가능한 곳들도 있어 일정 조정이 유연하다.

함께 들러볼 수 있는 명소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핀크스 미술관: 현대 건축과 자연을 함께 감상할 수 있는 전시 공간
  • 안덕계곡: 물길과 숲이 어우러진 조용한 산책 코스
  • 산방산과 용머리해안: 바다를 마주한 독특한 지형과 해안 산책로
  • 송악산 해안도로: 드라이브 코스로 인기 높은 바닷가 도로
  • 가파도·마라도 선착장: 배를 타고 도보 여행을 즐길 수 있는 섬 여행의 시작점

이처럼 마보기오름은 오름 자체로도 충분히 매력 있지만, 주변의 자연과 문화 요소들을 함께 엮으면 더욱 풍성한 일정이 완성된다.

 

마치며

제주의 오름은 모두 다르지만, 마보기오름처럼 조망이 좋고 조용하며, 계절의 변화를 가까이서 체감할 수 있는 오름은 흔치 않다. 나무 그늘을 따라 천천히 걸어 올라 억새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을 맞고, 정상에서 한라산과 제주 남서부를 바라보는 그 순간이야말로 제주 여행에서 기억에 남을 한 페이지가 될 수 있다. 빠르게 오르고 금방 내려오는 산행보다, 천천히 자연과 호흡하며 걸을 수 있는 장소를 찾는다면 마보기오름은 그 목적에 잘 맞는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