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하며
충청남도 서산은 서울에서도 그리 멀지 않고, 자연과 문화유산이 조화를 이루는 곳으로 손꼽힌다. 특히 올해 봄에는 그동안 쉽게 접근할 수 없었던 공간이 드디어 문을 열었다. 바로 서산목장 안에 새로 개방된 ‘웰빙산책로’다.
서산목장은 국내에서도 귀하게 여겨지는 씨숫소를 사육하는 장소로, 일반인 출입이 제한되어 있던 곳이었다. 그런데 2024년 12월부터는 일정 구간을 산책로 형태로 개방하면서, 그동안 궁금했던 그 풍경 속으로 직접 들어가 걸어볼 수 있게 됐다. 여기에 예산 수덕사까지 함께 돌아보면, 하루 일정으로도 충분히 봄의 분위기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코스가 된다. 이번 글에서는 서산목장의 웰빙산책로와 수덕사를 중심으로 충남 서부권에서 즐길 수 있는 걷기 좋은 여행지를 소개한다.
1. 서산목장, 이제는 걸어서 만나는 초원의 풍경
서산시 고북면에 위치한 서산목장은 지금까지 철저히 보호된 목장이었다. 한우 씨숫소의 보증 개체를 관리하는 곳으로 유명한데, 씨숫소 한 마리의 가치는 무려 20억원 수준으로 평가된다고 한다. 그래서 이곳은 오랫동안 일반인의 출입이 제한되어 있었지만, 최근 웰빙산책로라는 이름으로 약 2km 정도의 데크길이 개방되면서 많은 이들이 찾는 장소가 되었다.
웰빙산책로는 목장 내부를 따라 조성된 길로, 부드러운 곡선의 능선과 탁 트인 목장의 풍경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다. 실제로 걷다 보면, 넓은 초원이 펼쳐지고, 가끔은 한적한 시골 풍경이 배경이 되어준다. 길은 대부분 평탄한 데크길로 조성되어 있어서 누구나 편하게 걸을 수 있다. 전체 코스를 여유롭게 걷는다면 약 40분에서 1시간 정도 소요된다.
특히 주차장부터 바로 산책로로 이어지는 구조라 접근성도 좋고, 주차장에는 화장실도 깔끔하게 마련되어 있어 나들이 코스로 부담이 없다. 이 길의 매력은 무엇보다도 풍경의 변화다. 한쪽에는 눈 덮인 초원이, 다른 쪽에는 봄꽃이 피어나기 시작한 벚꽃나무들이 줄지어 서 있는 풍경이 펼쳐진다. 봄이 무르익을 무렵, 벚꽃이 만개하면 이 길은 더욱 화사하게 변한다.
산책로 중간에는 전망대도 있다. 이곳은 사방으로 시야가 탁 트여 있어서 그야말로 마음까지 시원해지는 느낌을 준다. 날씨가 맑은 날엔 멀리까지 펼쳐진 목장과 산 능선을 바라보며 잠시 앉아 쉬기에도 좋은 공간이다. 이곳 전망대 근처에는 지역 캐릭터 조형물과 스탬프 투어 지점도 있어, 아이들과 함께 오기에도 나쁘지 않다. 서산 9경 중 하나로 선정된 ‘서산 한우목장’의 인증도 받을 수 있다.
산책로의 마지막 구간은 도로 옆 인도를 따라 걷게 되는데, 전체적으로 한 바퀴를 돌면 다시 주차장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길지 않은 코스이지만, 계절의 흐름을 천천히 느끼며 걷기에 좋은 곳이다.
2. 수덕사, 고요함 속 이야기를 품은 사찰
서산목장을 충분히 둘러본 후, 차로 약 30분 정도 이동하면 예산군 덕숭산 자락에 자리한 수덕사를 만날 수 있다. 대한불교 조계종 덕숭총림의 중심이자, 역사와 문화, 예술이 공존하는 공간이다.
주차장에서 도보로 10분 정도만 오르면 일주문을 지나 본격적인 사찰 구역에 들어서게 된다. 입구 쪽에는 미술관과 성보박물관이 함께 있어, 사찰을 둘러보기 전후로 가볍게 둘러볼 수 있는 장소다. 특히 이응노 화백의 흔적이 남아 있는 ‘수덕여관’ 자리는 복원되어 있으며, 그가 남긴 암각화도 확인할 수 있다.
수덕사는 조용하고 넓은 공간이 인상적인데, 그중 대웅전은 맞배지붕 양식으로 지어진 건축물이어서 일반적인 사찰의 팔작지붕 구조와는 다른 분위기를 전한다. 건물의 균형과 형태가 아주 아름답고, 햇빛이 비칠 때 대웅전 주변에 비치는 그림자 또한 인상적이다.
이곳은 단순히 종교적인 의미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근현대 여성 인물들과도 관련이 깊다. 일제강점기 당시 '일엽스님'으로 널리 알려진 인물이 이곳에서 출가해 수행을 했고, 여기에 얽힌 이야기가 대중문화에서도 다뤄진 바 있다.
만공탑까지의 짧은 산행
수덕사를 더 깊이 경험하고 싶다면 ‘만공탑’까지 짧은 산행을 해보는 것도 좋다. 편도 약 0.8km, 도보로는 30분에서 35분 정도 소요되며, 경사가 심하지 않아 부담 없이 오를 수 있다. 이 탑은 한국 불교의 정통성을 지키고자 했던 만공스님의 사리탑으로, 그 형태도 독특한 원형 부도탑이다. 사면에는 불상이 새겨져 있어 ‘사면불’이라고도 불린다.
중간중간 작은 암자들이 숨어 있고, ‘소림초당’처럼 고요한 공간도 있어 하루쯤 묵으며 머물러 보고 싶은 생각이 들게 한다. 주변 풍경은 사계절 내내 아름답지만, 특히 봄에는 산벚꽃과 함께 산사의 분위기가 어우러져 한층 더 따뜻한 인상을 남긴다.
3. 봄날, 서산과 예산을 함께 둘러보는 코스
이번 봄, 서산목장의 웰빙산책로를 중심으로 하루 코스를 계획해 본다면 이렇게 구성해볼 수 있다.
- 서산목장 웰빙산책로: 약 1시간 (전망대 포함)
- 개심사 또는 유기방 가옥: 30분~1시간 (벚꽃 또는 수선화 시즌에 추천)
- 예산 수덕사: 약 1시간 30분~2시간 (대웅전, 만공탑, 박물관 포함)
- 해미읍성: 선택적 방문, 사진 촬영 및 산책
이 코스는 계절감을 느끼기 좋고, 각각의 장소가 가진 이야기들이 살아 있어서 단순한 관람을 넘어 하나의 경험이 된다. 봄꽃이 피기 시작한 지금이 가장 걷기 좋은 시기이고, 가족 단위나 연인, 친구들과 함께 다녀오기에도 부담이 없다.
마치며
서산목장의 웰빙산책로는 그동안 문이 닫혀 있던 공간이었기에, 이제서야 직접 걸어볼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 초원의 푸르름과 벚꽃이 어우러지는 풍경은 도시에서는 느끼기 어려운 여유를 준다. 수덕사는 고요한 사찰의 분위기와 함께, 역사적인 인물의 흔적을 찾아보는 재미가 있는 공간이다.
이 두 곳을 중심으로 개심사, 유기방 가옥, 해미읍성까지 연계해 돌아보면, 하루 일정으로 충남의 봄을 오롯이 느낄 수 있다. 이번 봄에는 가까운 서산과 예산을 향해 한 번쯤 떠나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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