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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도시락 하나로 만나는 일본의 전통과 풍경, 에키벤 여행기

by 김춘옥 TV 2025. 4. 4.

시작하며

기차를 타면 특별한 즐거움이 있다. 도시락에 담은 일본의 자연을 맛보다. 환상적인 눈과 꽃, 도야마의 매력, 깊은 산속 군마의 봄을 구사쓰 온천에 빠져본다. 맞따라 멋따라, 기차 타고 즐기는 도시락 여행을 떠나보자.

 

1. 도쿄역에서 시작하는 철도 여행

100년 이상의 역사를 지닌 도쿄역은 철도 여행의 중심지로, 하루 100만여 명이 이용한다. 전쟁으로 파괴된 건물을 65년 동안 보존할 만큼, 도쿄의 역사는 국가 중요 문화재이자 일본 근대화의 상징이다.

오늘날에도 하루 3,000편의 열차가 일본 전역으로 운행하는 도쿄의 현관이다.

 

2. 신칸센과 함께한 일본의 변화

신칸센은 세계 최초의 고속철도다. 1964년 도쿄 올림픽 시즌에 개통됐고, 오늘날 규슈에서 홋카이도까지 전국 어디든 반나절이면 갈 수 있는 교통수단이다. 빠르고 편리한 고속철도 덕분에 여행객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3. 일본 철도 여행의 별미, 에키벤

철도 여행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도시락이다. 도쿄역 산내에 있는 이곳은 전국의 인기 특산물 도시락을 모두 모아 놓은 최대의 도시락 가게다. 이곳엔 대표적인 특산 도시락 150종류가 있고, 시간당 1,000개 이상이 판매된다.

철도 이용 증가에 발맞춰 일본 지방의 특산물 도시락이 경쟁적으로 출시되며 도시락 전성시대가 열렸다. 일본 철도 도시락은 '에키벤'이라고 하는데, '에키'는 역, '벤'은 도시락으로 기차 역사에서 판매되는 도시락을 뜻한다.

에키벤은 철저한 위생 기준뿐만 아니라, 기차 안에서 먹을 수 있도록 국물과 냄새가 없어야 한다. 이러한 기준을 통과한 에키벤은 현재 2,000종이 넘는다. 130년 철도 역사와 함께 여전히 많은 일본인들이 사랑하고 즐겨찾는 대표 메뉴다.

 

4. 도야마에서 만나는 자연과 도시락

도쿄에서 도야마까지 신칸센으로 약 2시간. 여기에서 미리 에키벤을 구매해 기차에서 점심을 먹고 느긋한 오후를 즐길 수 있었다. 빠르고 편리한 기차 덕분에 도시락 여행이 가능하다.

‘풍요로운 산’이라는 이름의 도야마에는 사시사철 맑은 물이 흐르고 맛있는 쌀이 재배된다. 높은 산 위엔 겨울을 머금은 흰 눈, 나무엔 짧은 봄을 아쉬워하는 꽃, 강엔 설산의 맑은 물이 보석처럼 반짝인다.

길가에는 꽃들이 흰 눈처럼 펼쳐져 있고, 그 아래를 오가는 사람들의 얼굴에는 행복한 미소가 가득하다. 눈부신 아름다운 시절엔 유람선을 타는 사람들도 꽃들처럼 모여든다.

30분 운항에 약 18,000원으로 조금 비싼 편인데도 기꺼이 배를 타려는 사람들이 많다. 적을 막았던 성의 해자는 이제는 천천히 봄꽃을 감상하는 멋진 강이 됐다.

 

5. 도야마 강가에서 느낀 봄

도시의 중심을 가로지르는 강을 따라 2.5km에 걸쳐 500여 그루의 벚나무가 늘어서 있다. 모두가 봄꽃의 향연에 흠뻑 빠진다. 꽃잎과 햇빛이 출렁거리는 다리 속을 통과하면 또 다른 터널이 펼쳐진다.

봄과의 이별에도 강물은 무심히 흘러가지만, 간질간질한 바람에도 꽃잎은 살랑살랑 흔들리고 햇살은 나뭇잎 사이로 스며들며 반짝인다. 어느새 세상 모든 걱정과 고민이 사라진다.

강 위에서 만난 오래된 전차도, 사람들도 모두 행복한 추억이 된다. 아이들처럼 웃고 있는 사람들의 얼굴에 그 시절의 감정이 담겨 있다. 이곳에선 서로의 사랑과 행복을 축복해주는 순간들이 이어진다.

 

6. 도야마의 명물, 송어초밥

맛있는 쌀과 함께 도야마의 맑은 물이 낳은 또 하나의 명물은 바로 송어다. 나는 130년 동안 일본인의 입맛을 사로잡았다는 송어초밥 도시락이 궁금해졌다.

송어초밥 도시락은 기름기가 적당하고 맛이 담백하며 냄새가 거의 없어, 오늘날까지 철도 여행의 별미로 꾸준히 선택되고 있다. 이곳에서는 일본 에키벤의 역사를 전시하고 있다. 홋카이도에서 규슈까지, 지역 특산 에키벤을 만날 수 있다.

포장지 그림만 봐도 어떤 도시락인지, 어느 지역 도시락인지 한눈에 알 수 있다. 에키벤은 여행자들에게 친숙하고 정겨운 소울푸드이자, 역사와 문화를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독특한 음식이다.

 

7. 송어초밥의 역사와 체험

초고속 열차의 등장으로 비록 기차에 머무는 시간은 줄었지만, 에키벤은 여전히 많은 이들의 추억 속에 자리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300년 역사의 송어초밥 전통과 기술을 체험할 수 있다.

도야마에서 갓 잡은 송어로 만든 초밥은에도 막부로부터 향토 음식으로 인정받았다. 1912년 도야마역 앞에서 그 전통과 기술을 활용한 송어초밥 에키벤을 만들어 대성공을 거두었다.

송어초밥은 보관성이 뛰어나 냉장고가 없던 시절부터 기차 여행 선물로 인기를 끌었다. 박물관 내부에는 제조 공장이 있어, 관광객들은 초밥이 만들어지는 공정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

도야마에서도 특히 물이 좋은 곳이라 몇 년 전 공장을 이전했다고 한다. 하루 평균 5,000개의 도시락을 만들어낸다. 맛있는 초밥을 위한 첫 번째 공정은 공기 차단이 가능한 도시락 용기를 준비하는 것이다.

 

8. 송어초밥 만들기 체험

이곳에서는 130년 전통의 송어초밥을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다.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다름 아닌 손씻기. 다테야마의 흰눈처럼 깨끗하게 손을 씻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소금에 절인 송어와 쌀이 만나 다테야마 설산이 만든 별미가 된다. 잘 지은 윤기 나는 밥을 빈틈없이 도시락에 깔고 꾹꾹 눌러준다. 나도 밥을 눌러 담으며 ‘맛있어져라, 맛있어져라’ 속으로 주문을 건다.

강에서 막 잡아 올린 싱싱한 송어를 손질해 하루 동안 소금에 절인 뒤 식초로 간을 해 준비한다. 도시락 한 개에는 일곱 조각의 송어가 빈틈없이 밥 위에 덮인다. 마치 송어 케이크 같다.

송어초밥의 핵심은 마무리를 잘하는 것이다. 이물질이 들어가거나 공기에 닿아 변질되지 않도록 대나무잎으로 싸고, 뚜껑을 꽉 닫아야 한다. 하나, 둘, 셋. 내가 직접 만든 송어초밥을 기념하기 위해 프로그램 이름을 꾹꾹 눌러 써 본다.

 

9. 송어초밥 포장과 시식

마지막으로 무거운 돌을 올려놓고 기다리면 송어초밥 포장 준비가 끝난다. 포장을 할 때도 흐트러지지 않도록 막대기로 뚜껑을 눌러 고정시킨다. 누르고 또 눌러야 송어초밥이 완성된다.

내가 만든 초밥은 잘 만들어졌을까? 직접 만든 초밥은 박물관 내 식당에서 먹을 수 있다. 초밥과 함께 튀김, 절임, 국물요리, 디저트까지 멋지게 차려진다.

송어초밥을 케이크처럼 잘라 내놓는다. 오랫동안 정성을 들여 만든 송어초밥, 과연 어떤 맛일까? 밥이 눌려져 있고, 찰기 있게 잘 지어졌다. 한입 먹어보니 저항감 없이 스며드는 그런 맛이다. 향긋하고 맛있다.

 

10. 도야마에서 만난 전통과 현대

산과 바다가 어우러진 멋진 경관, 그리고 전통과 역사가 살아 있는 도야마의 마을. 도야마역에서 전철을 타고 20분이면 이와세 마을에 도착한다.

에도 시대의 교역항으로 명성을 떨쳤던 이와세 마을은 전통 건물과 거리 풍경이 멋져 여행자들의 발길을 사로잡는다. 이곳에 오면 제일 먼저 들러야 할 곳은 전망대다.

전망대에 오르면 다테야마 연봉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다. 여름이 성큼 다가오지만, 아직 녹지 않은 설산은 이곳을 찾는 이들의 가슴을 설레게 한다.

에도 시대, 일본의 남과 북을 오가던 교역선이 오사카와 홋카이도를 연결했고, 그 중심에는 모리 가문이 있었다. 모리 가문은 지역 문화재로 보존되고 있으며, 막대한 부를 바탕으로 전국의 진귀한 재료를 모으고, 최고의 장인을 고용해 멋진 건축물을 지었다.

 

11. 도야마의 주류 창고에서 느낀 감성

이곳은 과거 이와세 해운업자의 창고였는데, 현재는 주류 판매점으로 개조됐다. 전통 건축물의 구조는 그대로 유지한 채, 거대한 냉장 시설을 설치해 주류 창고와 판매점으로 사용되고 있다.

200년 된 이곳은 도야마의 쌀로 빚어낸 전통주가 살아 숨 쉬는 귀한 장소로 변모했다. 여행객들이 잠시 쉬어 갈 수 있는 독특한 공간이기도 하다.

전통주 시음장에서는 도야마 최고의 명주 100종 이상을 자유롭게 맛볼 수 있다. 200엔, 300엔, 400엔을 내면 약 9,000원으로 간단한 안주와 함께 15분 동안 다양한 전통주를 시음할 수 있다.

맑은 다테야마의 물과 쌀이 어우러진 전통주의 맛은 여행의 피로를 잊게 해준다. 부드럽고 향기로운 술들을 조금씩 맛보며 도야마의 색다른 매력을 느껴본다.

 

12. 이와세 거리의 전통 미학

이곳에서는 단순한 시음 외에도 전통주의 역사와 문화, 제조 과정을 체험할 수 있다. 멋진 인테리어와 편안한 분위기가 여행자들에게 깊은 휴식을 전한다.

이와세의 집들은 빛과 바람을 자연스럽게 활용하면서도 사생활을 보호할 수 있게 창틀이 설계되어 있다. 밖에서는 안이 보이지 않지만, 안에서는 밖을 볼 수 있는 구조다.

에도 시대의 건축 양식을 거리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관광객들은 발길을 멈추고 선조들의 지혜와 멋에 귀 기울이게 된다. 옛것을 기억하고 간판과 벽에 옛 물건들을 활용해 거리의 분위기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13. 도야마 전차에서 느낀 일상과 여유

도야마역 계통과 함께 시작된 노면 전차 노선이 130년 넘게 남아 있다. 이 전차는 살아있는 도야마의 역사이자 문화유산이다. 지금도 이 전차를 타면 도야마 어디든 가장 저렴하고 편리하게 여행할 수 있다.

소도시를 제대로 여행하려면 전차를 타는 것이 좋다. 언제 다시 볼지 모를 도시의 풍경을 기억 속에 소중히 담는다. 도야마는 봄엔 벚꽃, 가을엔 단풍이 어우러져 아름다움이 더 빛난다.

전차 안에서 거리의 풍경과 사람들의 일상을 찬찬히 바라보면 그 도시만의 독특한 문화와 분위기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역에서 10분이면 도야마의 자부심인 시립도서관에 도착한다.

 

14. 도야마 시립도서관에서 만난 예술

이곳은 도서관과 미술관이 결합된 복합건물이다. 항상 빛나는 다테야마 설산을 연상시키는 독특한 외관과 친환경 소재로 도야마의 자랑이 된 공간이다.

입구에 있는 설치 미술품은 지역 예술가가 만든 ‘숲속의 롤러코스터’다. 나무 공을 넣으면 2분 동안 나무로 만든 숲속 동물과 곤충들이 움직인다. 공의 움직임을 따라가며 숲속을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이곳에는 지역 예술가들의 창의적인 작품과 실험들이 곳곳에 펼쳐져 있다. 도야마 시립도서관은 세계적인 건축가 쿠마 켄고가 설계한 건물로, 전통적인 소재를 활용한 것이 특징이다.

이곳은 도야마의 자부심이자 문화 예술의 중심지이다. 가장 위층에서는 현대 유리 미술의 거장 데일 치훌리의 작품이 상설 전시되고 있다.

 

15. 유리로 빚은 도야마의 아름다움

뛰어난 전통 유리 공예로 잘 알려진 도야마. 이곳에서 만나는 세계적인 걸작들은 새로운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유리로 만든 작품의 빛깔과 형태는 매우 환상적이다. 여행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도서관 외벽을 감싼 도야마산 나무는 깃털처럼 가볍고 부드럽다. 이곳에 사용된 나무 판자의 총 길이는 무려 10,000m. 건축 디자인을 보기 위해 방문하는 이들도 많다.

아름다움과 지식이 조화를 이룬 공간, 도서관 서가에는 도야마의 역사, 문화, 예술에 관한 서적들이 풍부하게 소장되어 있다. 다양한 강연과 전시도 열려 시민들의 참여도 활발하다.

시민들을 위한 진정한 문화 공간임이 틀림없다.

 

16. 군마현의 보물, 구사쓰 온천

시간 거리에 있는 군마의 구사쓰는 온천으로 유명한 지역이다. 군마는 바다가 없는 고산 지역으로, 화산이 많아 다양한 온천을 만날 수 있다.

구사쓰 온천은 천년의 역사를 지닌 일본 3대 명천 중 하나로, 하루 37,000톤의 뜨거운 온천수가 솟아난다. 이를 식히기 위해 나무 통로로 물을 흘려보낸다.

온천욕을 사랑하는 일본 사람들도 이곳에서 뿜어 나오는 열기와 유황 냄새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다. 특히 이 온천수는 유황 성분이 풍부해 상사병 빼고 모든 병을 고친다고 할 정도로 치유력이 뛰어나다.

구사쓰는 산 중턱의 고지대에 있어 여름에도 시원하게 온천욕을 즐길 수 있는 일본에서 몇 안 되는 지역이다. 천년 전부터 수많은 인물들이 이곳을 사랑해 왔다.

 

17. 구사쓰 온천의 역사와 문화

에도 시대에도 최고 등급의 온천으로 공인받았으며, 지금도 국가 보전 온천으로 지정되어 있다. 온천 인근에는 8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절도 있다. 고즈넉한 경내를 걷다 보면 이곳을 세운 고승의 흔적을 만날 수 있다.

병들고 가난한 이들을 위해 온천을 찾아내고 치유와 자비를 베푼 홍법 대사의 이야기다. 그의 행적은 오늘날까지도 기억되고 있다. 구사쓰는 화산인 구사쓰 시라네산 중턱에 위치하고 있어 온천의 용출량이 풍부하다.

무료 야외 온천도 곳곳에 있다. 그중 백기 원천에는 소원을 빌기 위해 던져진 동전들이 쌓여 있다. 바로 옆에는 노송으로 만든 무료 족욕탕이 있어 발을 담그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피로가 사라진다.

모두가 구사쓰의 매력에 푹 빠져든다. 쏟아지는 뜨거운 온천수의 열기는 길에도 그려져 있다.

 

18. 유모미, 전통과 체험의 연결

이 열기를 식히는 독특한 문화 역시 구사쓰의 자랑이다. 유모미는 뜨거운 온천수를 차가운 물과 섞지 않고, 물속에 판자를 넣고 저으며 온도를 낮추는 전통 의식이다.

구사쓰의 아름다운 자연과 치유력을 찬미하는 전통 예술로, 이곳을 찾은 이들에게 독특한 문화를 보여준다. 단순히 물을 식히는 춤이 아닌, 구사쓰 마을의 역사와 삶을 이해할 수 있는 매력이 있다.

아름다운 자연에 감사하며 함께 즐기는 온천 마을 사람들의 춤과 노래는 뜨거운 물이 식지 않듯 계속된다. 뜨거운 열기와 환희는 밤이 깊어가도 식지 않는다.

온천의 나라 일본에서도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 구사쓰. 깊은 산속 군마현의 자랑이자 오랜 보존 가치가 있는 이곳에서 하루를 따뜻하게 마무리해본다.

 

19. 에키벤의 시작, 요코카와역

요코카와역은 에키벤을 처음 판매한 곳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철도 개통 당시 급경사 도선으로 인해 열차를 교체하는 시간이 있었고, 이 시간을 활용해 도시락을 판매했다고 전해진다.

우회선이 생기면서 우스이 고개를 넘는 기차는 사라졌지만, 그때 먹었던 도시락은 여전히 추억의 음식으로 남아 있다. 철도 여행 애호가들 사이에서 이곳은 성지와도 같은 장소로 여겨진다.

산고개의 솥밥 도시락 역시 철도 여행에서 꼭 챙겨야 할 필수 코스다. 기차 역사 한쪽에서 여행객들은 도시락을 즐긴다. 솥밥 도시락으로 식사 중인 이들의 모습은 무척이나 행복해 보인다.

 

20. 전통 도시락의 구성과 인기

오랜 세월 동안 도시락을 즐겨온 어른도 있고, 철도 여행을 따라왔다 처음으로 먹어보는 아이도 있다. 모두가 솥밥 한 그릇에 푹 빠져 있다.

구수한 솥밥 위에 닭고기 조림, 우엉, 죽순, 밤, 버섯, 은행, 완두콩까지 군마의 자연이 맛있게 담겨 있다. 한번 먹기 시작하면 멈출 수 없는 그런 맛이다. 누룽지를 긁어먹듯 깨끗이 비우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철도가 개통되던 시절부터 우스이 고개에서 도시락을 판매하던 식당은 이 노선의 역사를 기록하는 자료관도 운영하고 있다. 당시 군마현과 나가노현을 연결했던 우스이 고개는 표고차가 600m에 가까워 철도 운행이 힘든 난코스였다.

고개를 넘기 위해 보조 기관차를 연결하는 잠깐의 정차 시간이 '산고개의 솥밥'이라는 초장기 베스트셀러 도시락을 탄생시켰다.

 

21. 도시락과 함께한 기차 여행의 의미

그때 그 시절의 철도는 사라졌지만, 고개를 넘어가는 도중 먹었던 도시락의 추억은 여전히 많은 이들의 마음속에 살아 있다. 도시락을 먹으며 사람들은 철도와 함께한 지난 시간을 떠올린다.

일본 철도 여행에서 에키벤은 단순한 먹거리를 넘어, 여행의 설렘과 지역의 특색, 사람들의 정이 담긴 이야기다. 도시락 하나에도 정성과 전통, 그리고 여행자의 추억이 녹아 있다.

기차는 지금도 쉼 없이 달리고, 사람들은 도시락을 들고 기차에 올라탄다. 철도 여행의 낭만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마치며

기차에 몸을 싣고 떠나는 도시락 여행. 일본의 에키벤에는 지역의 맛과 전통, 그리고 오랜 시간 이어져 온 문화가 담겨 있다. 빠르고 효율적인 고속철도 속에서도 여전히 도시락을 펼치는 사람들의 모습은 낭만을 잃지 않는다.

도야마의 맑은 물이 만든 송어초밥, 군마의 뜨거운 구사쓰 온천, 요코카와에서 시작된 솥밥 도시락까지. 기차를 타고 달리는 동안 우리는 자연을 맛보고, 문화를 보고, 삶의 여유를 느낄 수 있다.

오늘도 누군가는 에키벤을 들고 기차에 오른다. 도시락과 함께 추억을 담고, 철도 위의 풍경을 따라 마음까지 움직이는 여행을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