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이 피는 계절, 마쓰다산에서 보낸 아침 산책 기록
시작하며
2025년 2월 말, 마쓰다산의 벚꽃 소식에 이끌려 아침 일찍 집을 나섰다. 벚꽃 개화 시기가 예년보다 조금 늦어졌다는 정보를 듣고, 이번에는 붐비지 않게 여유롭게 걸어볼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도 함께였다. 후지산이 보이는 언덕 위에서, 벚꽃과 유채꽃이 어우러진 풍경을 직접 마주한 경험은 꽤 특별했다.
1. 마쓰다역 인근, 이른 아침의 풍경
마쓰다산 축제장 근처에 있는 마쓰다역 주차장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8시 무렵이었다. 평일이었지만 이미 거의 만차에 가까웠고, 벚꽃을 보러 일찍 나온 사람들이 꽤 많았다. 주차를 마치고 나서 축제장까지는 버스를 탈 수도 있었지만, 주변 풍경을 즐기며 도보로 이동하기로 했다.
2. 산책길을 따라 천천히 오르며
산 입구부터 축제장까지 이어진 길은 표지판이 잘 설치되어 있고, 같은 방향으로 걷는 사람들이 많아 길 찾기는 어렵지 않았다. 원래 10분이면 도착할 수 있는 거리지만, 사진을 찍거나 멈춰서 풍경을 즐기는 이들로 인해 실제로는 30분 정도 걸렸다. 좁은 산책로 특성상 이동 속도는 느렸지만, 그만큼 풍경을 오래 바라볼 수 있었다.
3. 후지산과 모자구름, 그리고 봄꽃들
하늘 위로 후지산이 모습을 드러냈고, 그 위에 동그랗게 눌러쓴 듯한 모자구름이 인상적이었다. 일본에서는 이 구름이 날씨가 변할 신호로 여겨지기도 한다. 실제로 일기예보에서도 다음 주에는 눈 소식이 예보되어 있었고, 이날과 다음 날까지만 맑은 날씨가 계속될 것이라 했다. 벚꽃과 유채꽃은 햇빛을 받으며 더욱 선명한 색을 뽐냈다.
4. 천천히 걷는 이유
마쓰다산 산책로는 일자로 쭉 뻗은 길이 아니라, 구불구불 이로하자카 같은 형태로 이어진다. 덕분에 한 걸음 한 걸음 걷는 사이사이마다 다른 각도의 풍경을 마주할 수 있었다. 특히 꽃 아래에 들어가면 마치 분홍색 천장 아래에 서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고, 어디를 찍어도 그림 같은 장면이 만들어졌다.
5. 닿을 듯 가까워진 마쓰다산
산 중턱쯤 올라오면 니시히라하타 공원 입구가 나온다. 이 공원은 가와즈 벚꽃이 약 360그루가 심어진 곳으로, 작은 전망대도 마련되어 있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단지 벚꽃뿐만 아니라, 그 너머로 보이는 토메이 고속도로와 후지산까지 한눈에 담긴다. 계절의 흐름이 한곳에 응축된 느낌이었다.
6. 붐비지 않아 더 좋았던 날
보통 이 시즌의 마쓰다산은 사람들로 가득하지만, 올해는 꽃이 늦게 피는 바람에 예상보다 방문객이 적었다. 이 덕분에 군데군데 여유로운 공간이 생겨났고, 걷는 내내 느긋한 기분으로 산책할 수 있었다. 특히 이른 아침 시간대는 더욱 한산했고, 바람 소리와 새소리만이 주변을 채웠다.
7. 산책 도중 마주한 새와의 짧은 순간
산비탈에서 들려오는 낯익은 울음소리에 고개를 들었더니, 히요도리라는 새가 모습을 드러냈다. 갈색 빛의 이 새는 참새보다 크고, 비둘기보다는 작았다. 일본에서는 ‘병아리 새’라는 의미로 불리는데, 울음소리가 ‘히요, 히요’처럼 들리기 때문이다. 집에서도 이 새를 본 적이 있었고, 사과나 귤 같은 과일을 좋아한다는 것이 기억났다.
8. 축제장 입장과 편의시설
마쓰다산 벚꽃 축제장에 입장하기 위해서는 500엔의 요금이 필요하며, 전자 결제인 PayPay도 사용할 수 있었다. 축제장 안쪽은 유채꽃밭과 벚꽃나무가 넓게 퍼져 있고, 곳곳에 사진 촬영을 위한 포토존이 마련되어 있었다. 축제장을 찾은 이들 중에는 아이부터 어르신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있었다.
9. 어린이 박물관과 하늘 그네
산책 중간에는 ‘스카이윙’이라 불리는 그네가 설치되어 있었고, 옆에는 어린이박물관이 자리하고 있었다. 박물관 안에는 전통 히나인형이 진열되어 있었으며, 아이들과 함께 온 가족 단위 방문객들이 잠시 쉬어가는 공간으로도 활용되고 있었다. 하늘 그네는 생각보다 인기가 많아 순서를 기다리는 줄이 형성돼 있었다.
10. 후루사토철도, 작은 기차가 주는 여유
축제장 끝자락에는 미니 기차 '후루사토철도'가 설치되어 있었고, 작게 움직이는 SL 기차가 정해진 선로를 따라 달리고 있었다. 기차가 지나갈 때마다 휘파람 소리가 들렸는데, 이것이 기차의 효과음인지 실제 서비스인지 궁금해졌다. 선로 옆에서 사진을 찍고 있는 사람들도 많았고, 곳곳에 웃음소리가 퍼졌다.
11. 하산하며 마주한 오후의 풍경
축제장을 모두 둘러보고 나니 어느덧 해가 머리 위로 올랐다. 내려가는 길은 올라올 때보다 한층 여유로웠다. 걷는 방향이 바뀌면서 후지산을 등지고, 이제는 유채꽃과 벚꽃 사이를 지나 내려가게 되었다. 햇살은 강해졌고, 붉은빛 꽃잎이 한층 따뜻한 느낌을 주었다.
12. 흰 벚꽃 한 그루의 존재감
축제장 전체가 분홍빛으로 가득했지만, 그중 단 한 그루만 흰 벚꽃이 피어 있었다. 일부러 찾아보지 않으면 지나칠 정도로 눈에 띄지 않았지만, 그 존재만으로도 색다른 인상을 남겼다. 벚꽃은 모두 같아 보이지만, 이렇게 작은 차이가 풍경에 깊이를 더해주는 것 같았다.
마치며
마쓰다산에서 보낸 이날의 산책은, 단순히 벚꽃을 보기 위한 목적을 넘어 계절의 변화를 온몸으로 느끼는 시간이었다. 늦게 핀 벚꽃, 모자구름을 쓴 후지산, 그리고 뜻밖의 조용한 산책로까지. 이 모든 요소들이 어우러져 한 편의 일기처럼 하루를 채워줬다. 내일은 또 다른 벚꽃길인 가와즈로 향할 예정이다. 오늘의 기억은 그 길 위에서 다시 떠오를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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