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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유럽 음식이 짜게 느껴지는 이유 5가지, 한국과 다른 소금 문화

by 김춘옥 TV 2025. 3. 13.

시작하며

해외여행에서 현지 음식을 접할 때, 예상치 못한 맛에 당황하는 경우가 있다. 특히 유럽 여러 나라에서 음식을 먹어보면, 유난히 짜다고 느껴지는 경험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한국도 나트륨 섭취량이 높은 편인데, 왜 유럽 음식이 더 짜게 느껴지는 걸까. 단순히 소금을 많이 쓰기 때문만은 아니다. 현지 환경, 역사적 배경, 음식 문화 차이 등 다양한 요인이 얽혀 있다.

이번 글에서는 유럽 음식이 짠 이유를 다각도로 살펴보며, 한국 음식과의 차이까지 함께 알아본다.

 

1. 물의 특성, 석회수와 소금의 관계

유럽 지역 상당수는 석회암 지대 위에 자리하고 있어, 물에도 자연스럽게 석회 성분이 포함되는 경우가 많다. 수돗물이나 자연수를 끓이면 하얀 찌꺼기가 보일 정도로 석회질이 섞여 있다.

이런 물은 특유의 텁텁함 때문에 음식 맛에 영향을 주기 쉽다. 이를 완화하기 위한 방법으로, 음식에 소금을 넉넉히 사용하는 문화가 형성됐다.

오랜 시간 석회수 문제를 보완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짠맛이 음식의 기본 특성처럼 자리 잡은 것이다.

 

2. 소금 종류의 차이, 암염이 주는 강한 짠맛

한국과 일본처럼 바다를 끼고 있는 나라들은 주로 바닷물을 증발시켜 얻는 천일염을 사용해왔다. 반면, 유럽은 날씨가 흐린 날이 많아 천일염 생산이 어려워, 땅속에 매장된 소금 덩어리인 암염을 주로 사용해왔다.

암염은 천일염보다 염도가 더 높아, 같은 양으로도 훨씬 강한 짠맛을 낸다. 오래전 냉장 시설이 부족하던 시절엔, 이 암염을 활용해 식재료를 보관하기도 했는데, 이런 보존 문화 역시 음식 전반을 짜게 만드는 요인으로 자리 잡았다.

결과적으로, 유럽 음식은 재료 손질 단계부터 암염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고, 자연히 음식 전반에 짠맛이 스며들게 된 것이다.

 

3. 역사 속에서 만들어진 소금과 부의 상징성

과거 유럽에서는 소금이 지금의 돈과 비슷한 가치로 여겨졌다. 소금은 귀한 자원으로, 이를 얼마나 많이 사용하느냐가 곧 부와 권력의 상징이었다.

손님을 대접할 때도 소금을 아끼지 않고 넉넉하게 넣어야 제대로 된 대접이라고 여기는 문화가 자리 잡았고, 이런 문화가 점차 일반 가정에도 퍼졌다.

오스트리아의 잘츠부르크처럼 도시 이름 자체가 소금과 관련된 곳도 있을 정도로, 소금이 유럽 역사와 문화에 깊이 자리 잡고 있다.

이런 배경 덕분에, 유럽 음식은 단순한 간의 개념을 넘어서 소금 자체가 음식의 품격을 나타내는 요소로 이어져왔다.

 

4. 기후 특성과 건강관리 목적의 짠 음식 문화

유럽 중부와 동부는 흐리고 비가 자주 내리는 지역이 많고, 장기간 이어지는 겨울로 인해 기압이 낮은 날이 많다. 저기압 상태가 길어지면, 혈압이 떨어지면서 두통이나 무기력감을 호소하는 경우도 많다.

이런 환경에서, 일부러 소금 섭취를 늘려 혈압을 유지하려는 식습관이 자리 잡았다. 러시아 등 일부 지역에서는 짠 음식과 보드카를 함께 섭취해, 기압 변화에 대응하는 문화까지 형성됐다.

기후와 건강 관리 방식까지 음식 문화에 영향을 준 셈이다.

 

5. 한국과 유럽 음식문화의 근본적인 차이

한국 음식은 기본적으로 매운맛, 단맛, 감칠맛처럼 다양한 맛이 어우러진다. 고추장, 된장, 간장 등 복합 양념을 쓰고, 국물 요리를 뜨겁게 먹는 문화도 짠맛을 덜 느끼게 만드는 요소다.

반면, 유럽 음식은 소금과 후추 정도로만 간을 하고,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는 데 집중한다. 양념 없이 소금만으로 맛을 내다 보니, 자연히 짠맛이 두드러진다.

특히 뜨겁게 먹는 음식이 적어, 음식 온도가 낮을수록 소금맛이 더 강하게 느껴지는 점도 차이점 중 하나다.

결국, 익숙한 맛의 구조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한국인 입맛에는 유럽 음식이 더욱 짜게 느껴지는 것이다.

 

마치며

유럽 음식이 짜게 느껴지는 이유는 단순히 조리 습관만의 문제는 아니다. 석회수 환경, 암염 사용, 역사적 배경, 기후 특성, 건강관리 습관, 음식문화 자체의 차이까지 복합적인 원인이 얽혀 있다.

한국은 다양한 양념과 뜨거운 음식에 익숙한 반면, 유럽은 소금으로 맛을 내는 문화가 중심이기에, 같은 소금 사용량이라도 체감하는 짠맛 차이가 클 수밖에 없다.

이런 차이를 알고 나면, 유럽 여행에서 만나는 음식들도 조금 더 이해하고 즐길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