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하며
국내 여행을 하다 보면 지역의 문화와 정서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곳이 있다. 바로 전통시장이다. 특히 5일장은 오랜 세월 지역민들의 삶과 함께한 공간으로, 지역 특산물은 물론 살아 숨 쉬는 사람 냄새까지 그대로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전국에는 수많은 5일장이 있지만, 최근 한 기자가 5년 동안 전국 120여 곳의 5일장을 직접 돌아보고 그중 으뜸으로 꼽은 곳이 있다. 바로 강원도 동해시에 위치하고 있는 북평 5일장이다. 220여 년의 역사를 품고 있는 북평 5일장은 규모와 역사, 활기와 정이 모두 살아 있는 국내 대표 5일장으로 손꼽힌다. 오늘은 북평 5일장의 매력과 특징을 하나씩 살펴보도록 하겠다.
1. 북평 5일장의 역사와 규모
강원도 동해시에 위치한 북평 5일장은 조선 정조 20년, 1796년부터 시작된 오랜 역사를 가진 전통시장이다. 220여 년이라는 시간 동안 강원도는 물론 전국 각지에서 사람들이 모여드는 대표적인 5일장으로 자리 잡았다. 5일장이라는 이름 그대로 매달 3일, 8일, 13일, 18일, 23일, 28일에 장이 서는데, 날짜만 봐도 금방 기억하기 쉬워 현지 주민들뿐만 아니라 외지에서 오는 관광객도 일정에 맞춰 방문하기 편하다.
특히 북평 5일장은 단순히 규모가 크다는 표현만으로는 다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시장 전체가 넓고, 북평동 일대가 모두 장터로 변하는 것이 특징이다. 북평동 한가운데 위치한 북평 민속시장 시계탑을 중심으로 사방으로 퍼져 있는 시장 구역은, 한 번에 다 둘러보기가 어려울 만큼 방대하다.
북평 5일장은 강원도 동해안 특산물부터 전국 각지의 농수산물과 생활용품까지 모두 모여, 없는 게 없다는 뜻에서 '38백화점'이라는 별칭으로도 불린다. 장날이 되면 대형마트보다 이곳이 훨씬 붐비며, 지역 경제에도 상당한 영향을 주는 시장으로 자리 잡고 있다.
2. 북평 5일장의 주요 구역과 거리별 특징
북평 5일장은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공간을 넘어, 테마별로 구역이 나뉘어 있어 구경하는 재미가 크다.
어물전 거리
강원도 동해안이라는 지리적 특성 덕분에 수산물 판매 구역이 가장 인기가 높다. 동해바다에서 갓 잡아온 해산물부터, 정선과 태백 등 내륙 지역에서 올라온 민물고기까지 다양하게 만나볼 수 있다. 문어, 오징어, 물매기, 가자미, 불볼락, 임연수어, 갈치, 꽁치, 망성, 고등어 등 이름만 들어도 익숙한 어종들이 신선하게 진열돼 있다. 여기에 골뱅이, 대하, 각종 건어물도 풍성하게 준비돼 있어, 해산물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천국 같은 공간이다.
메밀묵 거리
강원도 하면 빠질 수 없는 메밀 음식도 북평 5일장 곳곳에서 쉽게 만날 수 있다. 메밀묵을 즉석에서 썰어 판매하는 좌판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으며, 고소하고 담백한 메밀묵은 장터 구경에 지친 발걸음을 잠시 멈추게 한다.
국밥 거리
장을 돌다 보면 든든하게 배를 채워야 할 때가 있는데, 그럴 때는 국밥 거리가 제격이다. 다양한 재료로 끓여낸 국밥은 한 그릇만으로도 든든함을 느낄 수 있어 장날마다 줄이 길게 늘어선다.
채소 거리와 과일 거리
강원도에서 재배한 신선한 채소와 계절마다 달라지는 과일들이 가득한 거리도 있다. 특히 산나물과 강원도 특산물이 주를 이루며, 제철 과일들은 시식까지 할 수 있어 구경하는 재미가 더해진다.
농기구·철물 거리
도시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각종 농기구와 생활철물들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거리도 북평 5일장의 매력 중 하나다. 호미, 괭이 같은 농기구부터, 직접 만들어 판매하는 대장간 제품들도 있어 시골에서 농사짓는 분들에게는 꼭 들러야 하는 구역이다.
의류·잡화 거리
생활 필수품부터 의류, 신발, 모자, 가방 등 다양한 물품을 판매하는 잡화 거리도 있다. 전통시장 특유의 흥정 문화가 살아 있는 곳으로, 가격을 조율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벽화 거리와 야외공연장
북평 5일장만의 색다른 볼거리도 준비되어 있다. 시장 한편에는 아기자기한 벽화가 그려져 있어 사진을 남기기에 좋고, 장날이면 야외공연장에서 지역 예술인들의 공연도 열려 장터 분위기를 한층 흥겹게 만든다.
3. 북평 5일장에서만 맛볼 수 있는 별미들
북평 5일장은 강원도 동해안 특산물로 만든 다양한 향토 음식과 즉석 먹거리가 풍부해, 맛있는 음식 탐방만으로도 하루가 금세 지나간다.
곰치국
동해안에서만 맛볼 수 있는 대표 음식으로, 시원하면서도 깊은 맛이 일품이다. 곰치는 보기에는 다소 투박하지만, 입안에 퍼지는 담백한 맛 덕분에 북평 5일장에서 꼭 먹어봐야 하는 음식으로 꼽힌다.
오징어순대
강원도 특산물인 오징어에 각종 채소와 당면을 채워 넣어 만든 음식이다. 쫄깃한 오징어와 아삭한 채소, 부드러운 당면이 어우러져 입맛을 사로잡는다.
메밀전병과 막국수
강원도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음식들로, 메밀로 만든 전병과 시원한 막국수는 장터를 찾는 여행객들의 필수 코스다.
시장표 즉석 간식들
각종 튀김, 떡볶이, 순대부터 뻥튀기와 엿 같은 전통 간식들도 다양하게 준비돼 있어 어릴 적 향수를 떠올리며 맛볼 수 있다.
4. 장날이면 북적이는 이유, 북평 5일장만의 매력
북평 5일장은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곳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정이 오가는 공간이다. 물건 하나를 사더라도 덤을 얹어주고, 흥정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미소를 주고받는 풍경은 북평 5일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정겨움이다.
또한 장이 서는 날이면 동해뿐만 아니라 삼척, 강릉, 정선, 태백 등 인근 지역에서도 일부러 찾아오는 이들이 많아, 그야말로 강원도 동해안의 중심 장터 역할을 하고 있다.
북평 5일장은 현대식 대형마트에서는 느낄 수 없는 사람 냄새와 살아 있는 활기가 넘치는 공간으로, 전통시장 특유의 매력과 재미를 느끼고 싶은 이들에게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마치며
강원도 동해 북평 5일장은 220여 년의 세월 동안 지역민들의 삶과 함께해 온 전통시장이다. 매월 3일과 8일마다 열리는 북평 5일장은 다양한 특산물과 먹거리, 사람 사는 정까지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전국 120여 곳의 5일장을 둘러본 기자가 최고의 5일장으로 손꼽을 만큼 매력과 활력이 가득한 북평 5일장, 기회가 된다면 직접 방문해 그 분위기를 경험해보는 것도 좋은 선택일 것이다.
'국내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철새 보호 10년, 꾸준한 먹이 공급이 가져온 긍정적 변화 (0) | 2025.03.09 |
---|---|
강원도 정선 동강에서 발견된 신비로운 용천수 현상, 자연의 경이로움 (0) | 2025.03.09 |
통일신라 시대 대국산성, 마르지 않는 연지의 비밀과 기술력 (0) | 2025.03.09 |
기차로 떠나는 보령 죽도상화원 여행, 서해금빛열차 온돌마루 실 후기 (0) | 2025.03.09 |
3년 만에 재개방한 낙동강 비경길, 승부역부터 분천역까지 걷는 법 (0) | 2025.03.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