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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산티아고 순례길, 한국인들이 많이 찾는 이유와 추천 루트

by 김춘옥 TV 2025. 4. 18.

시작하며

한국 사람들은 왜 이렇게 산티아고 순례길을 많이 찾는 걸까요? 사실 스페인 현지에서도 종종 나오는 질문이라고 합니다. 유럽에서야 가까우니까 그렇다 치더라도, 지구 반대편인 한국에서 매년 수많은 사람들이 이 먼 길을 걸으러 온다는 건 꽤 흥미로운 현상이죠.

여행업계나 순례 관련 커뮤니티에서도 이 주제는 자주 다뤄집니다. 특히 은퇴를 앞둔 사람들 사이에서 이 길은 '한 번쯤 꼭 가보고 싶은 인생의 여정'으로 꼽힐 정도로 인기가 높습니다. 단순히 여행을 떠나는 것과는 조금 다른 의미가 담긴 길이기 때문입니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스페인 북부의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라는 도시를 향해 걷는 길인데요, 이 도시에는 예수의 제자 중 한 명인 성 야고보의 유해가 안치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유럽 전역에서 이곳을 향해 수백 년 전부터 순례자들이 걸어왔고, 지금도 그 발걸음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1. 대표적인 순례길 루트

이 길을 걷는 사람들의 출발지는 다양하지만, 도착지는 모두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입니다. 그래서 이 길은 하나의 길이라기보다는 '목적지로 향하는 여러 경로'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하죠. 루트에 따라 이름도 달라지는데, 가장 대표적인 길이 바로 ‘프랑스길’입니다.

프랑스길은 프랑스와 스페인의 국경 근처에 있는 ‘생장피드포르’라는 마을에서 출발해 약 800km를 걷는 여정입니다. 유서 깊은 수도원과 성당이 곳곳에 남아 있고, 인프라도 잘 갖춰져 있어 처음 걷는 사람에게 많이 추천되는 코스입니다. 중세 시대부터 수많은 순례자들이 이 길을 걸어왔기 때문에 역사적 상징성도 크죠.

또 하나 주목할 루트는 포르투갈길입니다. 말 그대로 포르투갈에서 시작해 스페인 북부로 넘어가는 길인데요, 최근에는 특히 ‘해안길’이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바다를 옆에 두고 걷는 이 코스는 프랑스길보다 사람이 적고 풍경도 색다른 매력이 있어요. 다만 인프라는 프랑스길보다는 조금 부족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여러 경로가 있지만, 순례길의 핵심은 ‘얼마나 길게 걷느냐’가 아니라 ‘왜 걷는가’에 있다는 점이 참 중요합니다.

 

2. 한국인들이 순례길을 많이 찾는 이유

한국인들이 이 길을 많이 찾는 이유는 단순히 풍경 때문만은 아닙니다. 빠르게 돌아가는 사회에서, 경쟁과 압박 속에 지친 사람들이 삶의 균형을 찾고자 이 길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멀리 떠나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 조용히 걷는 동안 내면을 들여다보는 그 과정을 위해서입니다.

최근 통계에서도 흥미로운 변화가 나타났습니다. 예전에는 30~40대 청년층의 참여가 많았다면, 이제는 중장년층 비율이 훨씬 높아졌다는 거죠. 조기 은퇴나 삶의 전환기를 맞이한 사람들이 자신만의 시간을 갖고자 이 길을 택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단체 관광보다 조금 더 의미 있는 여행, 조금 더 나를 위한 여행을 선택하는 흐름으로 볼 수 있습니다.

 

3. 언제 걷는 게 좋을까?

그렇다면, 이 길을 언제 걷는 게 좋을까요? 유럽 사람들은 보통 여름 휴가 기간인 7~8월에 많이 걷지만, 한국인이나 초보자에게는 봄(4~6월)과 가을(9~10월)이 더 적합합니다. 여름에는 스페인 날씨가 무척 덥고, 인파도 많아 초행자에게는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거든요. 봄과 가을은 기온도 적당하고 풍경도 아름다워 걷기 좋습니다.

 

계속 이어서 작성하겠습니다.

4. 초보자에게 추천되는 코스

또 하나 자주 묻는 질문이 ‘나는 체력이 약한데 괜찮을까요?’라는 부분입니다. 사실 일상생활을 무리 없이 할 수 있는 정도라면, 누구나 도전할 수 있습니다. 꼭 풀코스(약 800km)를 걷지 않아도 되고, 순례자 인증서를 받기 위해서는 마지막 100km만 걸으면 되기 때문에, 그에 맞는 코스를 선택하면 됩니다.

대표적인 짧은 코스는 ‘사리아’에서 시작하는 루트입니다. 프랑스길의 마지막 100km 구간인데요, 이 구간은 도보 여행의 핵심만 체험할 수 있어서 입문자에게 인기가 많습니다. 포르투갈길에서는 ‘뚜이’라는 지역이 비슷한 출발지 역할을 합니다.

 

5. 짐 걱정 없는 배낭 배송 서비스

순례길을 걷는다고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하나 있죠. 바로 무거운 배낭을 메고 걷는 모습입니다. 그래서 처음 준비하는 사람들은 ‘그 무게를 견딜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을 많이 합니다. 하지만 꼭 배낭을 짊어질 필요는 없습니다. 스페인 현지에는 짐 배송 서비스가 잘 갖춰져 있어, 배낭을 다음 숙소로 먼저 보내고 가볍게 걸을 수 있는 선택지도 마련돼 있습니다.

이 서비스는 주로 알베르게(순례자 숙소)에서 이용할 수 있으며, 오전에 맡기면 당일 오후에 도착 숙소에 배낭이 도착해 있을 정도로 시스템이 안정적입니다. 사설 업체뿐만 아니라 스페인 우체국에서도 이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어, 현지에서도 비교적 쉽게 이용할 수 있습니다. 요금은 하루 기준 약 7유로 정도이며, 전용 봉투에 목적지와 연락처, 숙소명 등을 적어두면 알아서 수거 및 배송을 해줍니다.

그렇다면 이 서비스를 꼭 이용해야 할까요? 답은 ‘그럴 필요는 없다’입니다. 체력이 충분하다면 배낭을 메고 직접 걷는 것도 값진 경험이 됩니다. 하지만 체력적 부담이 있다면 서비스 이용을 망설일 이유는 없습니다. 중요한 건 '어떻게 걷는가'가 아니라 '내가 왜 걷는지를 잊지 않는 것'이니까요.

 

6. 출발 전 준비사항

길을 걷는 동안은 혼자 있는 시간이 많습니다. 아침 이른 시간에 조용히 출발해서 나만의 페이스로 걷다 보면, 자연스럽게 자기 안의 생각들과 마주하게 됩니다. 어떤 사람은 새로운 계획을 세우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묵은 감정을 정리하기도 합니다. ‘걷기’라는 단순한 행위가 삶에 이런 변화를 줄 수 있다는 게 바로 산티아고 순례길의 매력입니다.

출발 전에 준비해야 할 것은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여권, 순례자 여권(도장 받는 크레덴시알), 편안한 트레킹화, 자외선 차단제, 그리고 약간의 현금과 신용카드 정도만 챙기면 충분합니다. 숙소는 예약이 필요한 곳도 있지만, 알베르게는 선착순으로 운영되는 곳도 많아 꼭 미리 다 예약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리고 ‘순례자 메뉴’라고 불리는 저렴한 식사 메뉴도 많은 순례자들에게 인기입니다. 가격 대비 만족도가 높고, 지역 특색을 맛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죠. 숙소와 식사를 포함한 하루 평균 비용은 약 30~40유로 정도로 잡으면 됩니다. 풀코스가 부담스럽다면 일주일 일정으로 짧은 코스를 선택해도 충분히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습니다.

 

마치며

마지막으로, 꼭 기억해야 할 건 이 길이 단순한 ‘트래킹 코스’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수백 년간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이유로 이 길을 걸어왔고, 그 흐름 속에 지금의 우리가 있는 것입니다. 누군가는 상실을 위로받기 위해, 누군가는 새로운 인생의 계획을 위해 이 길을 걷습니다. 걷는 시간은 고요하지만, 그 안에는 누구보다 깊은 이야기가 담깁니다.

혹시 지금 삶이 조금 벅차게 느껴진다면, 잠시 걷는 걸음 속에서 새로운 방향을 찾을 수도 있습니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그 자체로 누군가에겐 삶의 전환점이 되고, 또 누군가에겐 아주 소중한 쉼이 됩니다.

무언가를 이루기 위한 여행이 아니라, 그냥 나를 마주하기 위한 시간. 그게 바로 이 길이 갖고 있는 힘일지도 모릅니다.

지금, 당신만의 속도로 한 걸음 내딛어 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