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하며
따뜻한 바람이 불기 시작한 4월 초, 남해 바닷가를 따라 걷는 트레킹을 다녀왔다. 평소에도 풍경이 좋은 곳이지만, 유채꽃과 벚꽃이 만개한 시기라 그런지 더없이 화사하고 생기가 넘쳤다. 바닷바람을 맞으며 향긋한 꽃내음과 함께 걷는 그 길은, 그 자체만으로도 마음을 맑게 해주는 시간이었다.
이번에 걸었던 구간은 남해 가천다랭이마을에서 평산항까지 이어지는 약 16km 남짓의 해안길이었다. 남파랑길 43코스에 해당하는 이 코스는 바닷가를 따라 걷기도 하고, 때로는 산길을 오르내리기도 하는 구성으로, 비교적 무리 없이 트레킹을 즐길 수 있다. 차량은 평산항에 무료로 주차하고, 뚜벅이버스를 이용해 출발지로 이동하면 된다.
1. 꽃으로 물든 마을, 가천다랭이
버스를 타고 도착한 가천다랭이마을은 도착하자마자 시선을 사로잡는 풍경이 펼쳐진다. 길가엔 유채꽃이 샛노랗게 피어 있었고, 곳곳에는 벚꽃이 흐드러져 봄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린다. 작은 마을이지만 벽화와 돌담길이 잘 어우러져 있고, 마을 전체가 정갈하게 정리되어 있어 걷는 발걸음이 가벼워졌다.
트레킹을 시작하기 전에 간단한 식사를 할 겸 마을 안 식당에 들렀다. 이곳의 대표 메뉴는 멸치쌈밥. 비린 생선을 꺼리는 사람에겐 다소 호불호가 갈릴 수 있지만, 필자는 꽤 만족스러웠다. 함께 나오는 파김치와 쌈 재료가 어울려 소박하지만 정성 어린 한 끼를 즐길 수 있었다.
2. 바다를 옆에 두고 걷는 길
마을을 벗어나 본격적으로 걷기 시작한 길은 바다와 산이 교차하는 트레킹 코스였다. 이 길의 매력은 단조롭지 않다는 점이다. 유채꽃이 핀 다랭이 논 사이를 지나고, 한눈에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언덕길을 넘다 보면 어느새 또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 중 하나는 암수바위 부근이었다. 기이한 모양의 바위가 두 개 나란히 서 있는데, 이곳에서 내려다보는 바다 전망이 무척 인상 깊었다. 하늘과 바다가 맞닿아 있는 수평선 너머로 바람이 지나가고, 그 사이에 흐드러진 꽃들이 더욱 풍성하게 느껴졌다.
3. 트레킹의 중간지점, 빗촌과 사촌해변
트레킹 중간쯤 도달한 빗촌마을은 깔끔하게 정비된 펜션 단지가 인상적인 곳이었다. 마을 자체가 작고 조용해서 잠시 쉬어가기 좋았고, 이어진 사촌해수욕장은 고운 모래와 맑은 물빛이 매력적이었다. 잠깐 해변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며 쉬는 시간은 이 트레킹의 또 다른 즐거움이었다.
이 구간부터는 길이 산과 바다를 반복해서 넘나들며, 콘크리트길, 농로, 산책로 등 다양한 길로 이어진다. 평소에 걷는 걸 즐기는 사람이라면 이 변화가 오히려 지루하지 않아 좋게 느껴질 것이다.
4. 벚꽃 데크길과 노을, 걷기의 끝자락
후반부로 접어들면서 다시 해안 가까이 다가선 길에서는 데크길이 나타난다. 바닷가를 따라 만들어진 이 나무길은 걷기 편할 뿐 아니라, 그 자체로 포토존처럼 멋진 풍경을 자랑한다. 특히 벚꽃나무가 해안선을 따라 이어져 있어 걷는 동안 마치 꽃비를 맞는 듯한 느낌이었다.
해가 저물 무렵에는 하늘이 붉게 물들며 바다에도 노을빛이 번졌다. 마지막 1km 구간은 바다를 옆에 두고 걷는 길이었는데, 하루의 마무리를 장식하듯 아름다운 풍경이 계속 펼쳐졌다.
5. 걷고 나서 정리해본 코스 정보
- 총 거리: 16.04km
- 소요 시간: 5시간 17분 (식사 및 휴식 포함)
- 누적 고도: 512m
- 최고 고도: 167m
- 출발지: 가천다랭이마을
- 도착지: 평산항
- 주차: 평산항 무료
- 난이도: 중 (약간의 오르막과 내리막 포함)
- 뚜벅이버스 안내: 남해군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
걷는 내내 풍경이 바뀌고, 중간중간 만나는 마을과 바닷길, 숲길이 이어져 지루할 틈이 없다. 해안과 산길이 고루 섞인 구성이라 체력적으로도 적당하고, 봄에 걷기엔 더없이 좋은 길이다.
마치며
남해에서 걷는 이 해안길은 꽃이 피고 바람이 부는 봄날에 더욱 빛나는 곳이었다.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달라지는 풍경 덕분에, 어느 한 곳만 특별하게 기억되는 것이 아니라 전체가 하나의 긴 인상으로 남는다. 걷는 시간 동안 마음이 맑아졌고, 자연을 찬찬히 바라보는 여유를 다시 찾게 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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