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국내여행

실제 거주하는 초가집 마을? 순천 낙안읍성 민박 숙박기

by 김춘옥 TV 2025. 4. 3.

시작하며

전라남도 순천에는 조금 독특한 마을이 있다. 겉모습만 보면 민속촌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실은 그 안에 실제로 사람들이 살고 있는 마을이다. ‘낙안읍성’이라고 불리는 이곳은 수백 년 전 조선시대의 모습을 간직한 채 지금도 그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여행은 단순한 관광지를 둘러보는 것에 그치지 않았다. 실제 거주하는 사람들이 있는 초가집 마을에서 하룻밤을 보내보는 경험이 핵심이었다. 그 과정에서 들른 순천 드라마 촬영장, 자연과 정원이 조화를 이루는 순천만 국가정원, 그리고 전통 초가집에서의 민박까지. 하루 동안의 여정을 하나씩 기록해보려 한다.

 

 

1. 과거의 삶을 간직한 공간, 순천 드라마 촬영장

여행의 첫 행선지는 순천 드라마 촬영장이었다. 예전부터 과거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나 영화에서 자주 등장하던 공간인데, 막상 직접 가보니 생각보다 훨씬 더 입체적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입장료는 성인 기준 3,000원으로 부담 없는 금액이었다. 입장권을 끊고 들어서자마자 196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시대별 마을이 나누어져 있는 구조가 눈에 들어왔다.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이발소, 간판이 걸린 다방, 옛날 느낌이 물씬 나는 당구장까지, 전시가 아니라 실제 동네를 걸어 다니는 듯한 분위기였다.

그중에서도 특히 인상적이었던 건 언덕 위에 조성된 달동네 공간이었다. 가파른 경사로를 오르면서 당시의 주거 형태를 그대로 재현한 초라한 집들과 지붕 위 얇은 철판들이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을 보며, 이 공간이 단순히 구경하는 곳이 아니라 ‘느끼는 곳’이라는 걸 체감했다.

곳곳에 꾸며진 소품들과 내부 전시물, 그리고 실제로 이용할 수 있는 카페나 소원지 쓰는 공간 등도 함께 마련돼 있어 단순한 구경을 넘어 체험하는 재미가 있었다.

무엇보다 좋았던 점은 평일 오후임에도 사람들이 적당히 분포되어 있어, 복잡하지 않게 여유 있게 관람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시간대만 잘 맞춘다면 아주 만족스러운 관람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2. 넓고 깊게 펼쳐진 정원, 순천만 국가정원

다음으로 향한 곳은 순천만 국가정원이었다. 이곳은 이미 전국적으로 잘 알려진 명소이기도 하고, ‘국가 1호 정원’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다.

입장료는 10,000원으로 다소 높은 편이지만, 정원 내부에 들어서는 순간 그런 생각은 바로 사라졌다.

입구를 지나 정원으로 들어가면 그 규모가 상상 이상이다. 지도상으로는 약 38만평이라고 나와 있는데, 실제로 걷다 보면 어느새 한 시간이 훌쩍 지나 있을 정도로 넓다.

길 따라 걷다 보면 각국의 정원을 테마로 한 ‘세계정원’ 구역이 등장하고, 한국 전통 정원을 비롯해 여러 테마가 잘 나뉘어 있다. 서울정원, 일본정원, 중국정원 등 나라별 특징을 살려 꾸며놓은 공간은 그 자체로 사진을 찍기에도 좋고, 걸으며 구경하기에도 적당하다.

날씨가 맑았던 덕분에 초록이 더 선명하게 보였고, 하늘과 정원의 조화가 정말 좋았다. 바람이 많이 부는 날이었지만 오히려 그 덕분에 초여름 날씨처럼 선선한 기운을 느끼며 산책할 수 있었다.

정원과 이어지는 다리 건너편에는 순천만 습지 구역도 있었는데, 이쪽은 자연 그대로의 습지 생태계를 볼 수 있도록 조성돼 있다. 다리 중간은 마치 전시관처럼 꾸며져 있어 내부를 관람한 후 습지 쪽으로 자연스럽게 넘어가게 된다.

습지센터는 휴무일이라 입장하지 못했지만, 다리 위에서 바라본 풍경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전체를 다 둘러보지는 못했지만 약 1시간 반 정도 걸었고, 시간만 더 있었다면 하루 종일 천천히 머물러도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3. 지역의 맛을 담은 식사, 순천 꼬막정식

순천은 벌교와도 가까워서 꼬막이 유명한 지역 중 하나다. 그래서 이 지역에 왔으면 한 번쯤은 먹어봐야 한다는 생각으로 인근에서 평이 좋은 꼬막정식 전문점을 찾았다.

원래는 2인 이상 주문만 가능한 곳이었지만, 조심스럽게 여쭤보니 1인 식사도 가능하다고 하셨다. 다행히 자리를 안내받고 주문한 메뉴는 꼬막정식, 가격은 20,000원이었다.

식탁 위에는 보기만 해도 배가 부를 만큼 다양한 반찬들이 한 상 가득 차려졌다. 하나하나 정성 들여 만든 반찬들은 입맛을 돋우기 충분했고, 양도 많았다.

  • 반찬 하나하나 정갈하고 양이 많아 ‘남기지 않기’가 어려울 정도였고, 꼬막은 까서 나오기 때문에 먹기 편하고, 짭조름한 간이 밥도둑처럼 느껴졌다.

명절 직후라 평소보다 위장이 넉넉한 상태였는데도 다 먹기에는 양이 꽤 많았다. 일부 생선류는 다 먹지 못했지만, 최선을 다해서 맛보려고 노력했다.

음식을 먹는 동안 손님이 계속 들어오는 걸 보며 이 식당이 왜 인기 있는지 실감할 수 있었다. 전체적으로 음식 퀄리티도 괜찮았고, 지역 특산물을 잘 살린 구성이라 여행자의 입장에서도 만족스러운 식사였다.

 

4. 전통 속에서 머문 하룻밤, 낙안읍성 초가집 민박

식사를 마치고 본격적으로 향한 곳은 이번 여행의 핵심이었던 낙안읍성 민박이었다. 이곳은 관광용으로만 만들어진 공간이 아니라 실제로 사람들이 거주하며 살아가는 전통 마을이다.

마을 안에는 초가집이 빽빽하게 자리잡고 있었고, 그 중 일부는 민박 형태로 숙박할 수 있게 되어 있었다. 성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선 입장료 4,000원을 내야 하지만, 숙박객의 경우 별도로 입장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

민박집에 도착해 인사를 나누고 방 안으로 들어서자, 따뜻한 온기가 반갑게 맞아주었다. 미리 연락을 드려 놓았더니 방을 미리 데워놓으신 상태였다.

내부는 생각보다 훨씬 깔끔했다. 벽지나 바닥도 깨끗하게 정비되어 있었고, 편백나무 향기가 은은하게 퍼지는 게 인상적이었다. 전통 가옥이라는 외관에 비해 내부는 편의성을 고려한 시설로 구성되어 있었다.

작은 냉장고, 전자레인지, 커피포트 등 기본적인 가전 제품도 구비되어 있었지만 냉장고는 작동하지 않고 있었고, 물도 따로 들어 있진 않았다. 그래도 큰 불편함은 없었다.

화장실은 일반 가정집과 다를 바 없는 구조였고, 비데와 세면도구가 모두 잘 갖춰져 있었다. 외관이 전통 초가집이라 안에 뭐가 있을까 기대 반 걱정 반이었는데, 예상보다 훨씬 쾌적하고 안락한 공간이었다.

 

5. 고요한 밤, 별과 함께 마무리한 하루

밤이 되자 낙안읍성 마을은 정말 조용해졌다. 관광객들이 빠져나가고, 성 안에 남은 사람은 실제 주민들과 숙박객들뿐이었다.

마을 안 골목을 걷다 보면 내 발소리조차 크게 느껴질 정도로 고요하다. 편의점이 가까운 곳에 있어 간단한 야식을 사러 다녀왔다. 메뉴는 피자와 캔맥주, 그리고 샌드위치. 원래는 막걸리와 파전을 생각했지만, 뭔가 기분 따라 입맛이 달라져 피자로 선택했다.

전자레인지로 피자를 데우긴 했지만, 한쪽이 살짝 딱딱하게 남은 걸 보니 덜 돌린 듯했다. 그래도 야식으로는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방 안에서 조용히 야식을 즐기며 창밖을 바라보니 별이 또렷하게 보였다.

별이 이렇게 선명하게 보이는 건 오랜만이었다. 도시에서는 보기 힘든 풍경이다. 전통 마을 안에서, 초가집 안방에 앉아 피자 한 조각과 별을 함께 즐긴다는 이 조합은 어딘가 어색하지만 묘하게 잘 어울리는 기분이었다.

너무 조용하다 보니 밤에 돌아다니며 영상을 찍거나 소리를 내는 건 민폐가 될 것 같아 조심스러웠다. 그래서 별 구경만 잠깐 하고 다시 방으로 돌아와 조용히 하루를 마무리했다.

 

마치며

이번 순천 여행은 짧지만 꽤 밀도 있는 하루였다. 아침에 출발해 순천 드라마 촬영장에서 과거의 생활을 간접적으로 체험하고, 넓은 순천만 정원에서 자연을 느끼며 걷다가, 저녁에는 전통 초가집에서 하루를 보내는 일정.

특히 낙안읍성은 단순한 민속촌이 아니라 실제 사람이 살아가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완전히 다른 경험이었다. 조선시대 모습 그대로를 보존한 집들 사이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건 평소에는 쉽게 누릴 수 없는 특별한 체험이었다.

숙소의 가격은 5만원이었는데, 이 정도 시설과 분위기를 고려하면 결코 비싸지 않았다. 숙박하는 내내 불편한 점 없이 편안했고, 무엇보다 장소 자체가 주는 힘이 컸다.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조용한 마을 안에서 하루를 마무리한 건, 여느 여행보다 더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 평소와는 다른 분위기에서 머물고 싶거나, 전통의 삶에 잠시 스며들고 싶은 사람이라면 낙안읍성 민박은 꽤 괜찮은 선택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