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하며
요즘 항공사마다 일등석 경쟁이 치열한데, 그중에서도 에미레이트 항공이 내놓은 ‘게임체인저(Game Changer)’는 이름처럼 기존의 틀을 흔든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이 특별한 좌석은 에미레이트가 운영하는 250대 이상의 항공기 중 단 9대에만 장착되어 있고, 쉽게 탈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다는 점에서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이번에는 브뤼셀에서 출발해 두바이를 거쳐 홍콩으로 향하는 여정을 통해 이 좌석을 체험하게 되었다. 게임체인저가 배정된 항공편은 제한적이고, 항공편 직전까지 기재 변경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실제로 탑승하기까지 꽤 많은 준비와 확인이 필요했다.
2025년 현재 기준으로 게임체인저 좌석이 고정적으로 들어가는 노선은 정해져 있다. 따라서 이 좌석을 타기 위해 일부러 특정 노선을 선택해야 할 정도로 수요와 희소성이 뚜렷한 상황이다.
1. 게임체인저 좌석, 어디서 탈 수 있을까?
에미레이트 항공이 선보인 게임체인저 좌석은 보잉 777-300ER 기종에만 설치되어 있으며, 생산이 종료된 마지막 모델에 한정되어 있다. 따라서 앞으로도 이 좌석이 추가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현재 이 좌석이 운영되는 노선은 다음과 같다.
- 벨기에 브뤼셀
- 스위스 제네바
- 영국 런던 히드로
- 일본 도쿄 하네다
- 미국 시카고 (가변 편성)
- 사우디 리야드 (가변 편성)
- 쿠웨이트 시티 (가변 편성)
이 중에서도 브뤼셀과 제네바는 비교적 꾸준히 게임체인저 기재가 들어오며, 나머지 노선은 수요에 따라 변동이 심한 편이다. 좌석 배정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어떤 기재가 들어올지 모르기 때문에, 출발 직전까지 확인을 반복해야 한다.
2. 마일리지 발권, 효율적일까?
에미레이트 항공은 항공 동맹에 가입되어 있지 않아서, 마일리지 활용이 다소 제한적이다. 특히 국내에서는 스카이워즈(Skywards) 마일리지를 직접 쌓을 수 있는 신용카드가 없어 포인트 확보 자체가 쉽지 않다.
그래도 몇 가지 경로를 통해 마일리지를 확보하고 사용할 수 있다.
- 메리어트 본보이 포인트 전환 (3포인트 → 1마일 비율)
- 직접 탑승하여 적립
- 스카이워즈 공식 홈페이지에서 마일리지 직접 구매
이번 여정에서는 기존에 모아둔 마일리지와 메리어트 포인트를 조합해 141,500마일을 사용했고, 여기에 유류할증료와 세금까지 합쳐 발권을 마쳤다.
참고로 에미레이트는 일등석 요금 자체는 타 항공사 대비 높은 편이 아니지만, 유류할증료가 매우 높게 책정되어 있어 실질 비용은 결코 적지 않다. 특히 마일리지로 발권하더라도 전용 기사 픽업 서비스는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전 구간에서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건 아니다.
3. 브뤼셀 공항과 라운지 경험
브뤼셀 중심부에서 자벤텀 공항까지는 기차로 약 20분이면 도착한다. 공항 자체는 규모가 크지 않고 조금은 낡은 느낌이 있지만, 내부는 깔끔하게 관리되어 있다.
출국 수속은 에미레이트 전용 체크인 카운터에서 빠르게 진행되었고, 패스트트랙 덕분에 보안 검색도 지체 없이 끝났다. 공항 내 면세점은 셍겐, 비셍겐 구역이 나뉘어 있어 가격표가 이중으로 표시되어 있는 게 특징이었다.
에미레이트가 직접 운영하는 라운지는 이 공항에 없었고, 제휴된 외부 라운지를 이용하게 된다. 하지만 이 라운지도 꽤 만족스러운 수준이었다.
- 기본적인 음식 제공 (핫푸드 포함)
- 음료와 주류가 다양하게 준비됨
- 창문을 통해 이착륙 장면 감상 가능
- 전반적으로 청결하고 조용한 분위기
물론 독립적인 샤워 시설이나 고급 시설은 없었지만, 탑승 전 간단히 휴식을 취하기엔 충분한 환경이었다.
4. 탑승과 좌석 선택 전략
브뤼셀에서 출발하는 에미레이트 항공편 214편은 거의 항상 게임체인저 일등석 기재가 투입된다. 실제로 탑승한 기체는 A6-EQJ 레지 넘버를 가진 보잉 777-300ER로, 도입된 지 6년 정도 된 기종이었다.
에미레이트 항공의 탑승 순서는 상황에 따라 유동적이다. 일등석, 비즈니스석, 일반석 순으로 나뉘긴 하지만, 일등석 승객이 많을 경우 한꺼번에 탑승시키는 경우도 종종 있다. 따라서 체크인 후 빠르게 게이트로 이동해 대기하는 것이 좋다.
이번 탑승에서 선택한 좌석은 가운데 열의 뒷쪽(K열)이었다. 게임체인저 좌석은 1-1-1 구조로 되어 있는데, 가운데 좌석에는 가상 창문이 설치되어 있어 외부 풍경을 간접적으로 감상할 수 있다. 그리고 가운데 좌석은 출입문 위치가 앞과 뒤로 나뉘어 있어서 혼잡한 구역을 피하기에도 좋다.
- 가운데 좌석은 가상 창문 탑재 (색다른 경험 가능)
- 출입문 위치를 고려한 좌석 배치 이해 필요
- 승객이 적을 때는 가운데 좌석이 더 매력적
게임체인저 좌석을 경험하려는 목적이라면, 일부러 가운데 좌석을 선택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특히 이 좌석은 공간 구조상 더 넓은 느낌을 줄 수 있어 장거리 노선에서는 장점이 많다.
5. 좌석 내부 구성과 고급 마감
일등석이라면 당연히 넓고 안락한 좌석을 기대하겠지만, 게임체인저는 그 이상을 보여준다. 좌석은 일종의 ‘독립된 방’처럼 구성되어 있으며, 바깥과 철저히 차단된 구조 덕분에 비행기 안이라는 사실을 잊게 만든다.
시트 디자인은 메르세데스 S클래스에서 영감을 받아 구성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실제로 자동차 내부처럼 정교한 마감이 인상적이다.
좌석 앞쪽에는 32인치 크기의 대형 스크린이 설치되어 있고, 양쪽에는 미니바가 들어가 있다. 출발과 도착 시에는 치워지지만, 비행 중에는 언제든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 완전 밀폐형 스위트 구조 (도어 설치)
- 화장대, 거울, 조명 모두 개별 컨트롤 가능
- 바이레도 어메니티, 고급 수면복 제공
- 수납공간 다양 (옷장, 팔걸이 안, 캐비닛 등)
- 기내 테이블은 숨겨진 방식으로 넓고 견고함
디테일한 부분까지 세심하게 신경 쓴 점이 인상 깊었다. 예를 들어, 선반 아래에 숨겨져 있는 테이블은 위빙 가죽 손잡이를 당기면 매끄럽게 펼쳐지고, 팔걸이 쪽에는 작은 물건을 넣을 수 있는 수납함도 마련되어 있었다.
6. 조명 시스템과 분위기 연출
게임체인저 스위트의 또 하나의 장점은 조명과 온도를 승객이 직접 조절할 수 있다는 점이다. 공조 장치는 별도로 마련되어 있으며, 기내의 일반 조명 외에도 별처럼 반짝이는 천장 조명과 좌석 주변을 감싸는 앰비언트 라이트가 설치되어 있다.
이 조명 시스템은 단순히 밝고 어두움을 조절하는 기능을 넘어서, 기분에 따라 다양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도록 돕는다.
- 천장 별빛 조명
- 바닥 조명 및 간접조명
- 독서등 별도 설치
- 공조 컨트롤러로 온도 조절 가능
여기에 더해, 좌석 옆에 마련된 태블릿은 좌석 조정, 조명, 미디어 제어 등 다양한 기능을 통합적으로 제어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기존 일등석보다 훨씬 직관적이고 빠른 응답 속도를 보여주었다.
7. 기내식 구성과 미식 수준
좌석에 앉아 기본적인 웰컴 드링크를 마신 후, 본격적인 식사가 시작되었다. 첫 메뉴는 아라비아 전통 환영 음료인 커피와 대추야자. 에미레이트 항공에서는 이 조합을 일등석 승객에게 항상 제공한다. 이후 이어지는 식사는 코스 형태로 제공되며, 고급 레스토랑 수준의 테이블 세팅과 함께 음식이 순서대로 나온다.
- 전채: 아미즈부시와 신선한 샐러드
- 애피타이저: 캐비어 플레이트 (리무진 스타일로 넉넉하게 제공)
- 메인 요리: 중동식 양고기 덮밥, 동남아 스타일 누들, 채식 라비올리 등 다양한 선택 가능
- 디저트: 바클라바와 초콜릿 무스, 과일 등 선택 가능
- 마무리: 생 민트를 활용한 민트티 세트
특히 캐비어는 요청하면 여러 번 리필도 가능하며, 전용 스푼과 함께 넉넉하게 제공되어 기대 이상이었다.
메인 요리로 선택한 중동식 양고기 덮밥은 현지의 맛을 살리면서도 향신료가 과하지 않아 누구나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수준이었다. 디저트는 바클라바처럼 지역 특색을 담은 메뉴부터 유럽풍 디저트까지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어 기호에 따라 고를 수 있다.
8. 와인과 위스키, 그리고 가볍게 즐기는 디저트 리큐르
에미레이트 항공은 기내 주류 구성에서도 상당한 노력을 기울인다. 특정 노선에 따라 제공되는 와인이 다르며, 홈페이지를 통해 사전 확인도 가능하다. 이번 항공편에는 돈 페리뇽을 포함한 프리미엄 와인과 위스키가 준비되어 있었다.
- 샴페인: 돈 페리뇽 (2008 또는 2012년산)
- 화이트 와인: 코르통 샤를마뉴 그랑 크뤼 (프랑스 부르고뉴)
- 레드 와인: 샤토 스미스 오 라피트 (보르도 지역)
- 디저트 와인: 토카이, 소테른 등
- 위스키/브랜디: 헤네시 파라디, 조니워커 블루 등
- 기타: 아포카토 등 커피+리큐르 조합
와인을 즐기는 승객에게는 최고의 선택지라 할 수 있으며, 디저트와 함께 리큐르까지 곁들이면 완성도 높은 기내 다이닝 경험을 할 수 있다.
다만 이번 비행에서는 좌석이 너무 편안했던 탓인지 식사를 마친 뒤 깊은 잠에 빠져 추가 식사를 놓쳤다는 아쉬움도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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