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하며
2025년 봄, 대한항공이 자사 브랜드의 정체성을 41년 만에 전면적으로 손봤다. 겉으로는 로고 하나만 바뀐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상은 기체 외관, 좌석 구성, 기내식, 식기류, 어메니티, 시트 디자인까지 모두 손질한 대대적인 리뉴얼이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이미지 개선을 넘어, 세계 시장에서 프리미엄 항공사로서의 위치를 확고히 다지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특히 아시아나항공과의 합병 이후 등장할 통합 항공사 시대를 준비하는 선제적 행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깊다.
그렇다면 이번 대한항공의 리브랜딩에서 무엇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하나씩 짚어보자.
1. CI와 로고, 그리고 서체까지 모두 바뀌었다
1984년부터 지금까지 쓰여오던 하늘색의 '태극 로고'가 교체되었다. 새로운 로고는 기존보다 더 짙은 메탈릭 블루 컬러로, 전반적인 이미지가 한층 세련되고 단단한 인상을 준다. 동시에 브랜드명 표기에서도 변화가 있었다. 이제는 'Korean Air' 대신 'Korean'만 남았으며, 이는 스위스나 타이항공 등 해외 항공사들이 취한 간결한 명칭 전략과 비슷하다.
서체 또한 눈에 띄게 달라졌다. 기존엔 정중하고 클래식한 느낌의 세리프체였지만, 지금은 곡선을 살린 현대적이고 부드러운 무채서체로 변경되었다. 실제로 이를 본 승무원들은 “전보다 덜 격식 있지만 더 감각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2. 기체 외관 리디자인, 순차적 도색 변경
기체 외부 도색, 즉 리버리 디자인도 이번에 새롭게 공개되었다. 메탈릭한 톤을 중심으로 블루 컬러가 재배치되면서, 전체적인 기체의 무게감과 세련미가 강조되었다는 평이다. 첫 번째 리뉴얼 기체가 공개된 이후, 향후 몇 년에 걸쳐 점차 모든 기종에 적용될 예정이며, 이로 인해 대한항공의 시각적 일관성은 더욱 뚜렷해질 것으로 보인다.
처음 보는 이들 사이에서는 “고등어 색 같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왔지만, 익숙함을 벗어나려면 어색함을 한 번쯤은 거쳐야 하는 법이다.
3. 좌석 디자인도 한국적 요소로 리디자인
B787-9 신기종부터 적용된 새로운 좌석 디자인은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결과물이다.
- 전체 좌석 톤은 검정과 짙은 회색을 기본으로 하고, 금색 포인트를 살짝 더해 고급스러운 무드를 연출했다.
- 색상 구성은 백자의 흰색과 전통 그릇 ‘노구’의 금빛에서 영감을 받았다.
- 좌석 표면의 패턴도 한국 전통 조각보에서 착안해 제작된 것이 특징이다.
특히 비즈니스 클래스의 경우 좌석 길이가 198cm로 확장되어 키 큰 승객도 발을 쭉 뻗고 누울 수 있게 되었다. 기존에는 해외 승객들 중에 발이 튀어나올 만큼 좁았던 부분이 이제는 개선된 셈이다.
4. 기내 모니터 화면, 클래스별로 크기 확대
좌석 업그레이드에 이어 기내 엔터테인먼트 시스템도 강화되었다. 모니터의 화면 크기가 클래스별로 다음과 같이 변경되었다.
클래스 | 변경 전 | 변경 후 |
---|---|---|
비즈니스 클래스 | 약 18인치 | 24인치 |
이코노미 클래스 | 약 10인치 | 13인치 |
화질은 전보다 훨씬 개선되었고, 선명도도 눈에 띄게 좋아졌다. 4K급 해상도를 지원하는 좌석도 늘고 있어, 장거리 여행 중 몰입도 높은 영상 시청이 가능해졌다.
5. 퍼스트클래스에는 고급 베딩 ‘프테라’ 도입
장거리 노선을 이용하는 퍼스트클래스 승객에게는 수면의 질이 매우 중요하다. 대한항공은 이를 고려해 고급 호텔급 침구 브랜드인 프테라(Pttera) 제품을 베딩 서비스에 도입했다.
- 토퍼, 이불, 베개가 세트로 제공된다.
- 해당 브랜드는 시그니엘 호텔에서도 사용 중인 제품군이다.
- 승객들 사이에선 "기내보다 집이 더 불편한 것 같다"는 농담이 나올 정도로 반응이 좋다.
기존 침구는 소재가 얇고 흐물거려 실루엣이 다 드러나 민망하다는 의견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탄탄한 원단이 적용되면서 보온성과 형태 유지까지 챙겼다. 승객 중에는 이불을 가져가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놓고 가던 침구가 이제는 ‘챙겨가는 침구’로 바뀐 셈이다.
6. 어메니티 키트는 명품 브랜드 ‘그라프’로 전환
퍼스트클래스에 제공되는 어메니티 키트는 영국 럭셔리 브랜드 그라프(Graff) 제품으로 업그레이드되었다. 예전에는 자체 제작된 키트가 제공되었지만, 디자인과 품질 모두에 대한 아쉬움이 많았던 만큼 이번 변화는 상징적이다.
- 남성용과 여성용 케이스가 구분되어 있다. 손잡이가 있는 것은 여성용, 없는 것이 남성용이다.
- 내부 구성: 미니 향수, 마비스 치약, 기초 화장품 등
- 컬러는 블루, 그린, 블랙 3종이며 8개월마다 교체
기존에는 “이거 안 받아도 돼요”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지만, 지금은 받자마자 열어보는 승객들이 늘었다는 후기가 많다.
7. 기내식, 유명 셰프와 함께 다시 설계
기내식도 전면적으로 손질되었다. 서울 한남동에서 유명한 레스토랑을 운영하던 셰프가 이번 메뉴 리뉴얼에 직접 참여했는데, 그는 뉴욕 CIA 출신으로 미국 미슐랭급 레스토랑에서 수십 년간 경력을 쌓은 인물이다.
그가 기획한 메뉴는 한국 전통 음식과 서양식 조리법이 결합된 형태로, 보기에도 좋고 먹기에도 부담 없는 구성으로 완성되었다.
퍼스트클래스 주요 메뉴
- 문어 영양밥
- 차돌박이 비빔밥
- 전복덮밥
- 신선로
비즈니스 클래스 메뉴
- 은대구 빠삐요뜨
- 오리 요리, 양고기 요리 (사전 주문)
이코노미 클래스 신규 메뉴
- 연어 비빔밥
- 낙지 제육덮밥
이코노미 클래스에서도 자극적이고 입맛 도는 메뉴를 적극 도입한 것이 인상적이다. 기내에서는 초고추장 같은 매콤한 요소가 인기를 끈다는 점을 반영해 조리법도 전보다 더 과감해졌다.
8. 식기류와 커트러리도 모두 프리미엄 브랜드
기내식이 업그레이드되면 그에 걸맞는 식기와 수저도 따라와야 한다. 이번엔 브랜드를 아예 명품으로 바꾸었다.
퍼스트클래스 구성
- 프랑스 베르나르도(Bernardaud) 차이나웨어
- 프랑스 크리스토플(Christofle) 커트러리
- 독일 리델(Riedel) 와인잔
비즈니스 클래스 구성
- 알마니 카사(Armani Casa) 식기
- 사각형 플레이트로 공간 효율성 향상
실제 승무원들 사이에서도 “차이나웨어가 너무 예쁘다”, “처음 꺼냈을 때 반짝이는 그 느낌이 살아있다”는 이야기들이 많았다. 이 정도 구성이면 고급 레스토랑이 부럽지 않다는 말도 나온다.
9. 좌석 등급 개편: 퍼스트 클래스는 축소, 프리미엄 이코노미는 강화
대한항공은 점차적으로 퍼스트 클래스 좌석을 줄이고, 비즈니스 및 프리미엄 이코노미 좌석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좌석 등급 체계를 재정비하고 있다. 특히 B777-300ER 기종을 중심으로 다음과 같은 3단계 체계가 적용된다.
- 비즈니스 클래스: 넓은 좌석과 프라이버시를 중시하는 승객 대상
- 프리미엄 이코노미 클래스: 합리적 가격에 더 넓은 공간과 서비스를 원하는 승객용
- 이코노미 클래스: 표준 좌석이지만 모니터·식사 구성 등에서 업그레이드됨
이는 퍼스트 클래스 이용률이 점차 감소하고 있는 항공 업계의 흐름에 따른 것이다. 이제는 비즈니스 클래스만으로도 충분히 프리미엄 서비스를 누릴 수 있게 되었고, 해당 공간을 보다 많은 승객이 활용할 수 있도록 조정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판단이다.
10. 유니폼은 2027년 완전 통합 이후에 교체 예정
CI 리뉴얼 과정에서 많은 관심을 받은 승무원 유니폼 디자인 변경은 이번에 포함되지 않았다. 하지만 아예 계획이 없는 것은 아니다.
- 현재 유니폼은 기존 디자인을 유지하고 있으며,
-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완전 통합되는 2027년에 맞춰 새로운 통합 유니폼이 공개될 예정이다.
이 유니폼은 통합 항공사 브랜드의 방향성과 서비스 이미지를 모두 담아낼 디자인으로 기대되고 있으며, 로고와 톤앤매너에 맞춰 다시 설계될 가능성이 높다.
마치며
대한항공의 이번 CI 개편은 단순한 로고 교체를 넘어선 서비스 품질의 전면적인 재정비라 할 수 있다. 색상과 서체, 외관 도색은 물론 좌석 디자인, 침구, 식기, 기내식 구성, 어메니티까지 눈에 보이지 않던 디테일까지 꼼꼼하게 개선된 점이 인상적이다.
단기적 효과보다는 장기적인 경쟁력을 위한 포석이자, 아시아나항공과의 합병 이후 통합 브랜드로 새롭게 출발할 기반을 다지는 과정이다.
2027년 유니폼 리뉴얼과 함께 등장할 새로운 통합 항공사의 모습은 아직 예고편에 불과하다. 지금의 변화는 그 서막에 지나지 않으며, 앞으로도 더 많은 진화가 예고되어 있다.
이번 CI 개편을 통해 대한항공은 단순한 국적 항공사를 넘어 글로벌 고급 항공사로의 도약을 분명히 준비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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