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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긴자에서 고급 일식을 부담 없이, 타치노미 스타일 '시마다' 방문기

by 김춘옥 TV 2025. 3. 28.

시작하며

도쿄 긴자라는 이름만 들어도 어딘가 고급스럽고, 가격대가 높을 것 같다는 인상이 떠오른다. 특히 일식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긴자에서 식사 한 번 하려면 지갑을 단단히 준비해야 한다고 느끼기 쉽다. 하지만 그 가운데서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으면서, 맛은 확실히 챙겨주는 곳이 있다. 바로 '긴자 시마다'라는 곳이다.

이곳은 일반적인 고급 일식당과는 다르게, 서서 먹는 타치노미 형태로 운영되는데, 덕분에 가격이 크게 부담스럽지 않다. 그렇다고 해서 음식의 퀄리티가 떨어지는 것도 아니고, 되려 몇몇 메뉴는 제대로 된 일식 코스 요리집에서 나올 법한 수준을 보여준다. 나처럼 일식을 좋아하지만 긴자의 비싼 분위기가 살짝 부담스럽게 느껴졌던 사람이라면, 이곳은 분명 반가운 선택지다.

 

1. 작지만 디테일 있는 공간

가게는 크지 않다. 대부분의 공간은 서서 먹는 구조로 되어 있고, 한쪽에는 4인용 테이블이 하나 놓여 있다. 3인 이상 예약을 하면 이 테이블을 이용할 수 있는데, 이런 구조 덕분에 혼자 가거나 둘이 가도 부담이 적다.

공간은 아담하지만 정갈하고 따뜻하다. 나무 소재로 꾸며진 내부와 군더더기 없는 조명이 눈에 띄었고, 일본 특유의 정돈된 느낌이 가득했다. 혼자 술 한 잔 곁들이며 간단히 요리 몇 가지를 먹기에도, 친구들이랑 수다 떨며 여러 메뉴를 나눠 먹기에도 딱 좋은 분위기였다.

 

2. 고정 메뉴는 없지만, 기대되는 구성

이곳의 메뉴는 고정되어 있지 않다. 계절마다, 심지어 그날그날 조금씩 달라진다. 그래서 '이 메뉴를 꼭 먹어야지' 하는 계획보다는, 재료를 보고 끌리는 대로 주문하는 재미가 있다.

내가 방문했을 당시 먹어본 메뉴와 가격은 다음과 같았다:

메뉴 가격
무화과 참깨 크림 800엔
회모둠 2,300엔
게살 고로케 1,600엔
성게 김 튀김 1,800엔
송이버섯 와규 스키야키 3,500엔
도미 머리 탕 1,200엔
고등어 봉초밥 500엔
계란밥 500엔
어란 소바 1,800엔
옥수수 튀김 800엔

재료 상태에 따라 가격이 조금씩 달라질 수 있다고 한다. 전체적으로 500엔부터 3,500엔까지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어 예산에 맞게 선택할 수 있다.

 

3. 실제로 먹어본 음식 이야기

첫 번째로 나온 무화과 참깨 크림은 기대 이상이었다. 잘 익은 무화과 위에 참깨 크림을 얹은 간단한 구성인데, 은은한 단맛과 고소함이 입맛을 살려줬다.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 느낌이 기분 좋았고, 식전에 가볍게 먹기 딱 좋았다.

회모둠은 신선함이 무엇보다 먼저 느껴졌다. 줄전갱이, 참치, 갈치, 벤자리 등이 나왔고, 남은 부분은 바질 페이스트와 올리브오일을 더해 맛볼 수 있었다. 갈치 특유의 부드러운 식감과 줄전갱이의 감칠맛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게살 고로케는 바삭한 튀김옷 안에 진한 크림이 가득했다. 부드럽지만 묽지 않고, 게살의 향도 적절하게 살아 있었다. 튀김 특유의 느끼함이 없고, 한 입 베어물면 안쪽에서 크리미한 풍미가 퍼지는 구조였다.

성게 김 튀김은 확실히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메뉴였다. 양은 많지 않았지만, 입에 넣는 순간 퍼지는 성게의 진한 풍미와 바삭한 김의 조합이 꽤 매력적이었다.

스키야키는 송이버섯과 와규가 들어간 구성이었다. 단맛이 도는 국물에 고기를 담갔다가 날계란에 살짝 찍어 먹으니 입에서 사라지듯 넘어갔다. 고기의 질도 좋았고, 송이버섯 특유의 향도 부담 없이 어우러졌다.

국물이 땡길 타이밍에 나온 도미 머리탕은 시원하고 깔끔한 맛이 일품이었다. 유자향이 살짝 더해져 술 마신 뒤 마무리 국물로 딱이었다.

계란밥은 밥 위에 생계란 노른자, 간장, 그리고 치즈가 얹어진 메뉴였다. 간장은 그 자체로도 맛이 있었고, 치즈가 짠맛을 살짝 더해줘 전체적인 균형이 좋았다.

마지막은 어란 소바와 옥수수 튀김. 어란 소바는 짭짤한 어란이 면에 잘 스며들어 술안주로도 좋았고, 마무리 식사로도 나쁘지 않았다. 옥수수 튀김은 달콤하고 바삭했는데, 개인적으로는 살짝 쫀득한 식감을 좋아하지 않아 아주 큰 감동은 없었지만, 같이 간 친구는 정말 맛있다고 했다.

 

4. 예산은 선택에 따라

이날 우리 일행은 여러 메뉴를 다양하게 시켜 먹었고, 맥주와 사케도 곁들였다. 전체 금액은 1인당 1만엔 정도 나왔지만, 이것저것 다 맛보고 싶어서 과감하게 주문했기 때문이었다. 간단히 안주 2~3가지에 음료 하나 곁들이면 5,000엔 내외로도 충분히 식사가 가능할 듯하다.

가성비가 엄청나게 좋은 건 아니지만, 긴자라는 위치와 재료의 퀄리티를 생각하면 꽤 합리적인 수준이라고 느껴졌다.

 

마치며

긴자 시마다는 전통 일식을 너무 무겁지 않게 즐기고 싶은 사람에게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식재료나 조리 방식은 본격적이지만, 분위기는 부담 없이 편안하다. 메뉴 구성도 다양하고, 혼자 가도, 여럿이 가도 즐길 수 있어 활용도도 높다. 나처럼 긴자에서 식사는 하고 싶은데 가격이 걱정됐던 사람이라면, 이곳은 충분히 만족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