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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

차 없이 떠나는 인천 덕적도 트레킹 여행, 대중교통 완전 정복

by 김춘옥 TV 2025. 3. 29.

시작하며

사람들이 흔히 섬 여행이라고 하면 제주도를 먼저 떠올리지만, 사실 수도권에서도 멀지 않은 곳에 당일치기로 다녀올 수 있는 섬이 있다. 바로 인천 앞바다에 자리한 덕적도다. 이곳은 예전엔 교통과 어업의 중심지로 번성했지만, 지금은 인구가 급격히 줄어 한적하고 조용한 분위기를 지닌 섬이다.

하지만 단순히 조용하기만 한 곳은 아니다. 덕적도는 해변과 숲, 그리고 걷기 좋은 능선길이 어우러진 곳으로, 당일치기 트레킹 코스를 찾는 이들에게 알맞은 장소다. 특히 차량 없이도 대중교통만으로 이동이 가능해 접근성이 좋고, 서울에서도 충분히 아침에 출발해 하루 일정으로 다녀올 수 있다.

이번 글에서는 인천 동인천역에서 시작해 덕적도까지 이동하는 방법, 그리고 섬에서 경험할 수 있는 트레킹 루트와 명소들을 순서대로 안내한다. 자연을 걷고 싶을 때, 복잡한 도심에서 벗어나 조용한 섬길을 걷고 싶을 때, 덕적도는 충분히 가치 있는 선택지다.

 

 

1. 동인천역에서 시작하는 당일치기 섬 여행

덕적도로 가는 여정은 수도권 전철 1호선의 종착역인 동인천역에서 시작된다. 역 2번 출구 또는 지하보도를 통해 7번 출구로 이동하면 되는데, 지하보도는 공사 중일 수 있으니 시간이 여유롭다면 택시를 이용하는 것도 괜찮다.

7번 출구 앞 정류소에서는 12번 또는 24번 버스를 타고 인천 연안 여객터미널로 이동한다. 소요 시간은 약 20분 정도이며, 요금도 저렴하다.

여객터미널에 도착하면 이른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배를 기다리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최근에는 모바일 승선권 시스템이 도입되어 카카오톡으로 전날 미리 승선권을 받을 수 있어 별도 티켓 발권이 필요 없다.

터미널 1층에는 멀미약을 판매하는 약국이 있고, 2층에는 일반 승객도 이용 가능한 라운지가 있다. 1층보다 훨씬 조용하고 쾌적한 공간에서 배를 기다릴 수 있다는 점에서 유용한 팁이다.

 

 

2. 쾌속선을 타고 덕적도로 이동

아침 8시, 내가 탄 쾌속선은 약 300명까지 탑승 가능한 고속 페리다. 속도는 시속 50km 정도로, 날씨가 좋은 날에는 흔들림도 거의 없다. 실내 좌석은 1층과 2층으로 나뉘며, 중앙 좌석이 파도의 영향을 가장 적게 받는다. 2층은 좌석 수는 적지만 창밖의 전망이 좋아 풍경을 즐기기에 좋다.

출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인천대교 아래를 지나며 항해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해무가 끼어 있는 날이면 섬들의 윤곽이 흐릿하게 보이며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쾌속선은 약 1시간 정도 운항 후 덕적도에 도착한다. 생각보다 가까워 피로감도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h3 data-ke-size="size23">2. 쾌속선을 타고 덕적도로 이동

아침 8시, 내가 탄 쾌속선은 약 300명까지 탑승 가능한 고속 페리다. 속도는 시속 50km 정도로, 날씨가 좋은 날에는 흔들림도 거의 없다. 실내 좌석은 1층과 2층으로 나뉘며, 중앙 좌석이 파도의 영향을 가장 적게 받는다. 2층은 좌석 수는 적지만 창밖의 전망이 좋아 풍경을 즐기기에 좋다.

출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인천대교 아래를 지나며 항해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해무가 끼어 있는 날이면 섬들의 윤곽이 흐릿하게 보이며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쾌속선은 약 1시간 정도 운항 후 덕적도에 도착한다. 생각보다 가까워 피로감도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3. 덕적도 도착 후, 북리행 버스 이용하기

선착장에 내리면 바로 앞에 버스 대기소가 있다. 배 도착 시간에 맞춰 북리행과 서포리행 버스가 대기 중이며, 나는 북리 방향으로 향하는 버스를 선택했다. 북리행 버스는 하루 8번 운행되고, 점심 시간에는 약 3시간 정도 운행이 중단되니 주의가 필요하다.

버스를 타고 약 30분 정도 달리면 북리 종점에 도착한다. 이곳은 덕적도의 조용한 마을 중 하나로, 근처 주민이 기르는 강아지가 졸졸 따라다니는 모습을 보며 섬의 평화로운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종점 인근에는 특별한 시설은 없지만 화장실과 간단한 쉼터 정도는 갖춰져 있다.

이제 본격적인 트레킹의 시작점인 능동 자갈 마당으로 향할 시간이다.

 

 

4. 능동 자갈 마당, 걷기 여행의 출발점

북리 종점 근처에 자리한 능동 자갈 마당은 덕적도 트레킹의 시작점이자, 이 섬의 대표적인 해변 중 하나다. 이름은 자갈 마당이지만, 이곳의 자갈은 우리가 흔히 아는 작은 돌멩이가 아니라 수박 크기의 커다란 둥근 바위들이다. 거칠지 않고 둥근 자갈들이 가득 깔려 있어 보기에도 이색적이며, 걸을 때 발바닥이 아프지 않도록 트레킹화는 꼭 챙기는 것이 좋다.

해변 주변에는 소사나무 숲이 자리하고 있어, 잎이 무성해지는 계절에는 그늘 쉼터 역할을 톡톡히 한다. 이곳에서 챙겨온 간식을 먹고 있을 때 근처 주민이 키우는 큰 강아지가 다가와 귀여운 반가움을 주기도 했다.

해변 오른쪽 끝으로 시선을 돌리면 바다를 향해 뻗어 있는 낙타 바위가 보인다. 이름처럼 실제로 낙타의 머리와 등을 꼭 닮은 형상이다. 사진 찍기에도 좋고, 트레킹을 시작하기 전 기념사진을 남기기에 적절한 장소다.

 

 

5. 갈대밭을 지나 아담한 소재 해변까지

능동 자갈 마당에서 이어지는 트레킹은 대부분 포장된 도로를 따라 걷는 형태로 진행된다. 차가 거의 다니지 않는 한적한 길이기 때문에 걷기에 부담이 없고, 길가에는 다양한 식생들이 피어나 봄과 가을의 분위기를 느끼기에도 좋다.

길을 걷다 보면 넓게 펼쳐진 서해 최대 규모의 갈대 군락지가 나온다. 이곳은 계절에 따라 풍경이 달라지며, 특히 가을에는 바람에 일렁이는 갈대의 물결이 장관이다. 자연 풍경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거나 잠시 멈춰 바람을 느끼기 좋은 구간이다.

갈대밭을 지나면 이어지는 해변은 초승달처럼 둥글게 휘어진 소재 해변이다. 모래와 자갈이 섞여 있어 해변이 미끄럽지 않고, 앞쪽에는 외로이 떠 있는 작은 섬과 그 위에 자라는 소나무들이 인상적이다. 인적이 드물고 조용해서 혼자 걷기에도 좋고, 바다의 소리에 귀 기울이기에도 그만이다.

해변을 따라 걷다 보면 작은 시골 교회가 하나 나타난다. 문은 닫혀 있지만 교회 앞에서 바다를 내려다보는 풍경은 꽤 인상적이다. 도시에서는 보기 힘든 조용한 아름다움이 있다.

 

 

6. 언덕길 따라 마을과 항구를 지나

소재 해변 인근 마을은 작은 쑥개라고 불린다. 이곳에는 덕적도 해양경찰서가 있다. 마을을 지나면 본격적으로 언덕길이 시작되는데, 서포리 해변 방향으로 이동하는 중요한 길목이기도 하다.

언덕은 꽤 가파른 편이지만 도로가 잘 정비되어 있어 오르기에 어렵지는 않다. 언덕 위에 오르면 북미항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지금은 조용한 포구처럼 보이지만, 1960년대에는 전국 최대의 민어 어장이었을 정도로 어선들이 붐볐던 중심 항구였다.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소규모 캠핑장이 하나 나타난다. 백패킹족들에게 알음알음 알려진 곳인데, 바다를 내려다보는 뷰가 좋아 소규모 캠핑이나 1박 여행을 계획하는 사람들에게 매력적인 장소다. 지금은 조용하지만, 봄이 되면 이 언덕길 주변으로 야생화가 피며 꽃길이 형성되기 시작한다.

 

7. 배너머재 고개에서 갈림길까지

조금 더 오르면 배너머재 고개에 도착한다. 바람이 세차게 불어 배가 자주 넘어졌다는 전설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고개 정상에는 짧은 구름다리가 설치되어 있는데, 다리 위에서 보는 경치가 제법 시원하다. 이 다리는 덕적도 최고봉인 국수봉 방향으로 이어지는 길목이다.

여기서 갈림길이 시작된다. 오른쪽은 국수봉, 왼쪽은 운주봉-비조봉 코스로 이어지는 길이다. 국수봉은 고도는 높지만 조망이 제한적이고, 오늘 여정에서는 운주봉 방향이 더 알맞았다.

 

 

 

8. 운주봉과 비조봉, 섬 능선을 걷다

배너머재 고개에서 갈림길을 따라 운주봉 방향으로 걷기 시작하면 본격적인 산길이 열린다. 덕적도의 산은 해발 고도는 낮지만, 경사가 꽤 가파르고 로프를 잡고 올라가야 하는 구간도 있어 생각보다 체력이 요구된다.

길을 걷다 보면 커다란 통신 송신탑이 나타난다. 바로 SK 송신탑이다. 이 덕분에 섬 어디서든 스마트폰 데이터가 안정적으로 연결되며, 지도나 통신 사용에 불편이 없다.

조금 더 오르면 울창한 소나무 숲 속에서 눈에 띄는 거대한 소나무 한 그루가 보인다. 이 나무가 바로 용솔나무다. 높이 약 30m, 지름 1.5m에 달하는 이 소나무는 주변 소나무들과 비교해도 압도적인 크기를 자랑한다. 바로 옆에는 넓은 쉼터가 마련되어 있어 쉬어가기 좋다.

 

 

9. 운주봉에서 비조봉으로 이어지는 풍경

운주봉 정상은 해발 231m로, 앞쪽 조망은 탁 트여 있지만 뒤편은 숲에 가려진 구조다. 하지만 능선을 따라 걷는 재미와 고요한 분위기 덕분에 섬 속 산행의 매력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운주봉에서 내려오면 곧바로 비조봉 방향으로 이어진다. 이 구간도 가파른 오르막이 존재하지만 길 자체는 비교적 잘 정비되어 있다. 비조봉은 덕적도에서 가장 넓은 조망을 볼 수 있는 봉우리다.

정상에는 나무로 된 널찍한 정자가 설치되어 있어 잠시 앉아 간식을 먹거나 풍경을 감상하기 좋은 장소다. 날씨가 맑은 날에는 덕적 군도 전체를 한눈에 바라볼 수 있고, 지도에 표시된 여러 섬들을 직접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다.

멀리 보이는 서포리 해변은 다음에 시간을 더 여유롭게 잡고 방문해보고 싶은 곳이다. 오늘 코스의 하산 지점은 밭지름 해수욕장 방향이다.

 

 

10. 밭지름 해수욕장과 덕적도 자연휴양림

비조봉에서 내려가는 길은 상당히 급한 경사로 이어지며, 계단 구간에서는 마치 공중에 떠 있는 듯한 아찔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조심해서 하산하면 만나는 장소가 바로 밭지름 해변이다.

이 해변은 마치 축소된 소나무 숲과 모래사장이 조화를 이루는 아담한 장소다. 서해라고는 믿기 어려울 만큼 물이 맑고 모래도 고운 편이다. 여름이 되면 해수욕을 즐기러 오는 가족 단위 여행객들도 늘어난다.

해변 위쪽 언덕에는 최근 조성된 덕적도 자연휴양림이 자리하고 있다. 산 속에 위치한 이 휴양림은 ‘숲속의 집’, ‘휴양관’, ‘텐트 사이트’ 등 다양한 숙박 형태를 제공한다. 대부분 숙소는 바다 전망이 가능하고, 캠핑 구역은 넓고 조용해 가족 단위나 1박 여행에도 적합하다.

시설이 새로 지어진 만큼 깔끔하고 조용하며, 자연과 가까이 머물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이다.

 

 

11. 진리 해변을 지나 선착장으로 복귀

휴양림을 지나 도로를 따라 걸으면 작은 어촌마을 앞에 펼쳐진 진리 해변을 만난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걷기 좋은 산책로처럼 이어져 있고, 조용한 분위기 덕분에 여행의 마지막 정리 단계로 걷기 알맞다.

해변 옆에는 덕적중고등학교가 있다. 이 학교는 한때 활발하게 운영되던 야구부가 최근에는 부원 감소로 폐부 위기에 놓였다고 한다. 섬의 인구 감소 현실을 보여주는 안타까운 단면이기도 하다.

이제 마지막 언덕 하나만 넘으면 도우 선착장이다. 출발 후 천천히 걷고 휴식을 포함하면 약 5시간 정도 소요되며, 체력이 좋은 사람은 4시간 이내로도 가능하다.

 

12. 식사와 탐방로, 그리고 마무리

선착장 주변에는 식당들이 여럿 있어 여행 마지막 코스를 마무리하기에 좋다. 혼자서도 식사 가능한 곳이 많고, 물회와 고등어구이가 대표 메뉴다. 물회는 가격 대비 세꼬시 양이 많고 국물도 시원하다. 고등어구이는 살이 도톰하고 구운 향이 잘 살아 있어 추천할 만하다.

돌아가는 배는 오후 4시 출항이 많아, 식사를 마치고도 시간 여유가 있다면 선착장 옆의 독끝부리 해안 탐방로를 잠깐 걸어보는 것도 좋다. 최근 개통된 이 인도교는 바다 위에 설치되어 있어 밀물 때는 마치 바다 위를 걷는 듯한 느낌이 든다. 전망대도 설치되어 있어 마지막 풍경 감상 포인트로 손색이 없다.

 

마치며

덕적도는 단순히 걷는 섬이 아니다. 조용한 해변, 사람 적은 트레킹 코스, 갈대밭과 낙타바위 같은 독특한 풍경, 그리고 비조봉에서 내려다보는 드넓은 서해의 섬들까지. 하루라는 시간 안에 이 모든 걸 담기엔 부족할 정도로 풍성하다.

무엇보다 대중교통만으로 충분히 다녀올 수 있다는 점은, 차 없는 여행자들에게 큰 장점이다. 복잡한 일상에서 벗어나 조용한 섬길을 걷고 싶다면, 덕적도는 충분히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다음에는 서포리 해변이나 소야도까지 일정에 포함해보는 것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