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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중세 기사 칼싸움 보며 식사하는 LA 디너쇼, 메디벌 타임즈 후기

by 김춘옥 TV 2025. 3. 27.

시작하며

중세 시대를 배경으로 한 컨셉 공간은 많지만, 실제로 그 분위기를 완벽에 가깝게 구현한 곳은 흔치 않다. 최근 미국 LA에서 머무는 동안, 중세 기사들의 칼싸움을 직접 눈앞에서 볼 수 있는 독특한 디너쇼를 체험할 기회가 있었다. 단순히 테마만 흉내 낸 공간이 아니라, 건물 외관부터 내부 소품, 직원 복장, 심지어 음식 제공 방식까지 모두 중세식으로 구성된 곳이었다.

예전부터 중세 시대 문화와 분위기에 관심이 많았던 터라, 이런 쇼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미국 전역에서 운영되고 있다는 ‘메디벌 타임즈(Medieval Times)’라는 이름의 이 디너쇼는, LA에도 지점이 있고 규모도 상당했다. 기대 반, 궁금증 반으로 직접 다녀온 후기를 정리해보려 한다.

 

1. 진짜 성처럼 지어진 웅장한 외관

공연장에 도착하자마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중세 유럽의 성을 연상시키는 거대한 건물이었다. 입구는 석재 느낌으로 마감되어 있었고, 성벽 위에는 깃발이 펄럭이고 있었다. 한눈에 보기에도 이곳이 단순한 공연장이 아니라 ‘컨셉에 진심인 공간’이라는 인상을 줬다.

건물 외벽에는 커다란 ‘Medieval Times’라는 간판이 걸려 있었고, 마치 테마파크처럼 가족 단위 관객이 줄을 서서 입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외관을 보는 순간부터 ‘이건 제대로 준비된 공연이겠다’는 기대가 생겼다.

 

2. 입장 전부터 시작되는 몰입감

입장 시 각자에게 색깔이 다른 종이 왕관이 하나씩 제공되는데, 이 왕관이 어떤 기사를 응원할지를 의미한다. 관객은 자연스럽게 하나의 기사단 소속이 되는 셈이다. 공연을 보기 전까지는 왕궁 느낌의 로비에서 기념품을 구경하거나 맥주 한 잔을 마시며 여유를 즐길 수 있다.

내부 직원들 또한 모두 중세 복장으로 분장하고 있었고, 손님 응대조차 마치 연극의 일부처럼 연출되어 있었다. 입장부터 공연장에 들어가기까지의 과정이 하나의 이야기처럼 흘러갔고, 이미 이때부터 몰입감이 상당했다.

 

3. 말 냄새와 고기 냄새가 섞인 진짜 경기장

공연장에 들어서면 실제 경기장처럼 둥글게 구성된 구조가 눈에 띈다. 중앙 무대는 모래로 덮여 있고, 말들이 달릴 수 있는 넓은 공간이 확보돼 있다. 여기서부터는 정말 말 냄새가 난다. 말이 직접 무대에서 달리고, 싸우고, 쇼를 펼치기 때문에 그 냄새까지 포함해 중세 분위기를 체감할 수 있다.

관객은 각자 색깔별 응원단으로 나뉘어 앉고, 등장하는 기사들을 응원하며 공연을 즐기게 된다. 한쪽에서는 고기를 굽는 냄새가 퍼지고, 반대쪽에서는 기사의 칼싸움이 펼쳐진다. 냄새, 소리, 연기, 불빛이 어우러진 이 공간은 단순한 공연장이 아니라, 살아 있는 무대였다.

 

4. 손으로 먹는 중세식 식사

이곳의 특징 중 하나는 바로 식사 방식이다. 포크와 나이프 없이 손으로 직접 먹어야 한다. 중세 시대 식사 문화를 재현하기 위한 설정인데, 실제로 통닭, 감자, 옥수수 등 손으로 먹기 좋은 메뉴가 제공된다. 음식의 간은 잘 맞았고, 따뜻하게 유지된 상태로 서빙되어 전체적으로 만족스러웠다.

음료는 따로 주문해야 하는데, 맥주나 와인을 선택할 수 있으며 컵도 중세풍으로 디자인돼 있다. 디저트로는 애플파이 비슷한 것이 나왔고, 전체 식사 구성은 공연과 함께 먹기에 알맞은 간단하지만 충분한 양이었다.

 

5. 말 타고 싸우는 기사들의 생생한 퍼포먼스

공연의 핵심은 역시 기사의 전투 장면이다. 말 위에 올라탄 기사들이 창을 들고 진짜로 싸우는 장면은 꽤 리얼하고 박진감 있었다. 단순히 무대 위에서 몇 번 칼을 휘두르는 정도가 아니라, 훈련된 말이 전속력으로 달리고, 기사는 정확한 타이밍에 창을 던지거나 방패로 막아내며 기술을 펼친다.

중간중간에는 승부가 갈리는 설정도 있고, 배신자 캐릭터가 등장해 왕과의 갈등이 발생하는 식의 스토리도 함께 진행된다. 무대 효과나 조명도 수준급이고, 마치 작은 서커스를 보는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재미있었던 건 말이 무대에서 가끔 똥을 싸는 장면이 자연스럽게 등장한다는 점이다. 그러면 스태프들이 재빨리 나와서 치우는데, 그마저도 하나의 일부처럼 느껴질 정도로 현장감이 있었다. 냄새는 솔직히 조금 났지만, 오히려 그게 더 실감나게 다가왔다.

 

6. 아이들과 함께 즐기기 좋은 이유

이 공연은 가족 단위 관객을 꽤 많이 고려한 구성이라는 인상이 강했다. 무대 한쪽에서는 어린이 관객을 위한 이벤트가 준비되어 있었고, 생일을 맞은 아이는 무대에서 왕의 축복을 받는 퍼포먼스에 참여하기도 한다. 배우들이 아이들과 아이컨택을 하며 대사를 건네거나, 손을 흔들어주는 모습은 부모 입장에서 꽤 감동적일 수 있다.

중세 무사들이 등장하고, 갑옷을 입은 거대한 기사가 말을 타고 달리는 장면은 아이들에게 환상적인 경험이 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내 주변에도 초등학생 단체가 몇 팀 있었는데, 아이들이 공연 내내 눈을 떼지 않고 집중하고 있었다.

 

7. 영어 대사와 문화적 거리감

공연 자체는 영어로 진행되지만, 이야기 흐름이 복잡하지 않아서 대사를 모두 알아듣지 않아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다만 중세풍의 말투가 섞인 문장이 많아 영어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은 조금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다. 셰익스피어 느낌의 문장이 간간이 섞여 있어서, 마치 연극을 보는 듯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그렇다고 해서 관람에 지장이 있는 건 아니고, 오히려 시각적인 요소가 중심이기 때문에 전체적인 흐름은 충분히 따라갈 수 있다. 중세 시대의 문화나 설정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대사의 뜻을 떠나 그 분위기 자체를 즐기기에 충분하다.

 

8. 관람 꿀팁 정리

  • 좌석은 무조건 앞자리가 유리하다. 뒤에서 보면 잘 안 보이기도 하고, 몰입감이 떨어질 수 있다. 비용이 조금 더 들더라도 VIP 좌석을 선택하는 걸 추천한다.
  • 미리 예약은 필수. 특히 주말이나 휴일에는 매진이 빠르기 때문에, 최소 며칠 전에는 온라인으로 예매해두는 게 좋다.
  • 식사는 손으로 먹는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나이프나 포크 없이 치킨, 감자, 옥수수를 손으로 들고 먹는 방식이다. 어린이나 어르신과 함께라면 미리 안내하는 것이 좋다.
  • 주차는 무료이고 넉넉하다. 차량으로 이동하는 경우 불편함은 전혀 없다.

 

마치며

LA 메디벌 타임즈는 단순히 식사하면서 공연을 보는 수준을 넘어, 관객을 완전히 중세 세계 속으로 끌어들이는 몰입형 디너쇼였다. 기사들의 전투, 실제 말의 질주, 중세풍 식사와 소품들까지 모든 요소가 하나의 컨셉 아래 유기적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개인적으로 중세 시대 문화를 좋아하는 편이라 기대가 컸는데, 그 기대 이상으로 만족스러운 경험이었다. 가족끼리 또는 연인과 함께 가도 좋고, 외국 친구들에게 미국 여행 중 색다른 문화체험으로 소개해도 괜찮은 장소다. 무거운 테마파크 대신 실내에서 즐길 수 있는 공연형 체험을 원한다면, 이곳은 충분히 그 역할을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