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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나가노 아오키촌 다자와 온천 여행기: 150년 전통 마스야 료칸 숙박 후기

by 김춘옥 TV 2025. 3. 27.

시작하며

일본 나가노현의 아오키촌에 위치한 다자와 온천은 한적한 분위기와 함께 오래된 일본 마을의 정서를 간직한 곳이다. 이번에는 이곳에서 150년 이상의 전통을 이어온 마스야 료칸에 머물며 조용한 시간을 보내보았다. 복고적인 거리 풍경과 더불어 천연 온천에서의 여유는 도시에서 벗어난 느긋한 하루를 만들어주었다.

아오키촌은 일본의 중부, 나가노현 중심부에 위치하고 있으며, 해발 3,000m에 이르는 산맥들로 둘러싸여 있다. 자연 경관이 아름다울 뿐 아니라 인적이 드물어, 북적이는 관광지와는 전혀 다른 조용한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이번 일정에서는 다자와 온천 외에도 고즈넉한 사찰과 에도 시대의 분위기를 지닌 거리까지 함께 둘러보았다.

 

1. 조용한 일본의 온천 마을, 다자와 온천

다자와 온천은 나가노현 아오키촌에 자리한 작은 규모의 온천 지역으로, 약 1,300년 전부터 존재해온 오랜 역사를 지닌 곳이다. 널리 알려진 관광지는 아니지만, 그래서 더욱 조용하고 전통적인 분위기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마을에는 현대식 건물보다는 나무로 지어진 오래된 가옥들이 주를 이루고 있어, 복고풍의 정취가 가득하다. 방문객이 많지 않아 조용한 산책을 즐기기에도 좋고, 마스야 료칸과 같은 소규모 전통 여관들이 그 분위기를 더욱 깊게 만들어준다.

 

2. 문화재로 등록된 마스야 료칸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150년 이상 된 전통 여관, 마스야 료칸에서의 숙박이었다. 이곳은 일본 정부로부터 유형 문화재로 지정될 만큼 역사적 가치가 높으며, 건물 전체가 목조로 구성되어 옛 건축의 멋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입구를 들어서면 나무 특유의 향이 코끝을 간지럽히고, 좁고 구불구불한 복도를 지나 객실로 들어서면 시간의 흐름이 멈춘 듯한 정적이 느껴진다. 방 안은 다다미가 깔린 일본 전통 구조이며, 고풍스러운 장식과 가구가 공간의 깊이를 더한다.

 

3. 후지무라의 사이, 특별실에서의 하룻밤

묵게 된 방은 ‘후지무라의 사이’라 불리는 특별실로, 예전 문학인이 머물렀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객실은 건물의 모퉁이에 위치해 있어 채광이 좋고, 창밖으로는 조용한 마을 풍경이 펼쳐진다. 세면대에서도 바깥을 내다볼 수 있어 휴식 공간으로 최적이다.

방 내부에는 에도 시대에 제작된 전통 가구가 여전히 사용되고 있었고, 은은한 나무 향이 공간 전체에 퍼져 있다. 오래된 건물 특성상 약간 기울어진 바닥도 있었지만, 오히려 그런 점들이 이 료칸의 진짜 매력이었다.

여관 주인에 따르면 이곳은 ‘일본 문화재 유산을 지키는 모임’의 회원 숙소로 등록되어 있으며, 국가가 지정한 유형 문화재로서 특별히 보존되고 있다고 한다. 이런 문화적 배경 덕분에 방문객들도 이 공간을 단순한 숙소가 아닌 역사적인 장소로 인식하고 찾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4. 온천수에 담긴 여유

마스야 료칸의 온천은 모두 천연 온천수로 공급된다. 수질은 단순 유황천이며, 약 40도 정도의 온도로 따뜻하면서도 장시간 입욕하기에 적합하다. 대욕장과 노천탕이 모두 마련되어 있어 각각의 분위기를 즐길 수 있다.

노천탕은 목재 울타리로 둘러싸여 있으며, 주변 자연과 어우러져 마치 숲 속에 있는 듯한 고요함이 느껴진다. 특히 이른 아침과 밤에는 주변이 매우 조용해져 온천수의 물소리가 더욱 선명하게 들린다. 사람의 왕래가 적다 보니, 그 자체로도 명상과 힐링의 시간이 되었다.

목욕 후에는 로비 옆에 마련된 작은 쉼터에서 나가노 지역 특산 음료와 간단한 간식도 즐길 수 있어 휴식의 여운을 이어갈 수 있었다.

 

5. 거리 속을 걷다, 마을 산책

온천욕을 마친 뒤에는 여관 밖으로 나와 마을을 산책했다. 이 지역은 현대적 개발이 거의 이뤄지지 않아, 마치 옛날 일본의 시골 마을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느낌을 준다. 나무로 지어진 전통 가옥들이 이어지고, 에도 시대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좁은 골목이 이어진다.

근처에는 누노비키 관음이라는 절이 있는데, 절벽 위에 위치해 있어 올라가는 길은 다소 험난하지만 올라서면 아름다운 전경이 펼쳐진다. 경내에는 금빛 대불과 정갈한 정원이 조성되어 있어 짧은 시간 동안의 평온한 감상을 할 수 있다.

또한, 운노주쿠라는 이름의 전통 거리도 인근에 위치하고 있다. 에도 시대 북국 가도에 속한 이 마을은 현재까지 사람들이 거주하고 있으며, 실제 생활과 역사적 유산이 함께 공존하고 있다. 1987년에는 중요 전통적 건조물군 보존 지구로 선정되기도 했다.

산책 중 들른 소박한 식당에서는 지역 특산 요리인 오야키나 텐동 같은 간단한 식사도 판매하고 있었다. 가격도 900엔 정도로 부담 없었고, 아침 시간이라 조용한 분위기에서 여유로운 식사를 할 수 있었다.

 

6. 정갈한 가이세키 요리

마스야 료칸의 저녁 식사는 전통 가이세키 요리로 구성되어 있었다. 첫 잔은 ‘후지무라의 탁함’이라 불리는 식전주로 시작되었고, 지역에서 잡은 잉어를 메인으로 한 다양한 요리가 정갈하게 차려졌다.

잉어는 골절 처리를 거쳐 뼈째로 제공되었으며, 비늘과 껍질도 함께 조리되어 식감과 영양을 모두 살릴 수 있었다. 특이하게도 벌레 요리로 유명한 나가노답게, 꿀벌 유충과 메뚜기 요리도 함께 제공되었다. 평소 쉽게 접하기 어려운 음식이었지만, 달짝지근하게 조리되어 의외로 거부감 없이 즐길 수 있었다.

식사 후에는 와라비떡, 딸기 콩포트, 초콜릿 브라우니, 판나코타 같은 디저트가 차례로 나왔고, 여유롭게 마무리할 수 있었다.

아침 식사 역시 간결하고 정돈된 구성이었는데, 은어의 치어를 졸여 만든 반찬, 고구마칩, 된장국 등으로 구성되어 있었으며, 반찬이 많아 남은 것은 포장해도 괜찮다는 안내가 있었다.

 

7. 여관에서의 기억

식사를 마치고 체크아웃을 준비하던 중, 여관 주인과 짧은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그는 마스야 료칸이 지금까지 유지되어 온 역사와 유형 문화재로 등록되기까지의 과정을 직접 이야기해주었다. 건물이 기울거나 복도에 찬바람이 부는 것도 모두 이 공간이 지닌 시간의 흔적이라며, 그것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손님이 많다는 점을 강조했다.

현대적인 시설은 부족할지 몰라도, 그 불편함조차도 이 여관의 개성으로 느껴졌다. 한밤중 조용한 복도를 걷는 일조차 특별하게 다가왔고, 마치 시간을 거슬러 과거 속에 머무는 듯한 감정을 안겨주었다. 복고풍 건물, 천연 온천, 그리고 따뜻한 환대가 어우러진 이 공간은 단순한 여행지가 아닌 기억 속 한 장면으로 남게 되었다.

 

마치며

나가노현 아오키촌의 다자와 온천과 마스야 료칸에서의 하루는 그 어떤 화려한 여행지보다 깊이 있는 휴식이었다. 관광객이 몰리는 번화한 온천 마을이 아니라는 점이 오히려 장점이었고, 한적하고 조용한 마을 속에서의 시간은 온전한 쉼이 되어주었다.

온천에 몸을 담그며 바깥의 고요한 풍경을 바라보고, 나무 냄새가 가득한 복도를 따라 걸으며, 전통 가이세키 요리를 차분히 즐겼던 그 하루는 여행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었다. 다음에 또 일본의 시골 온천을 찾게 된다면, 이렇게 조용하고 진정성 있는 마을을 다시 한 번 선택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