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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기독교 유산과 고산 트레킹이 빛나는 코카서스 여행 코스 정리

by 김춘옥 TV 2025. 4. 4.

시작하며

유럽과 아시아의 경계에 위치한 코카서스 지역은 독특한 역사와 문화를 간직한 지역이다. 그중에서도 아르메니아와 조지아는 각각 기독교를 국교로 채택한 최초의 국가라는 상징성과 더불어, 유네스코 문화유산과 압도적인 자연 풍경이 조화를 이루는 곳이다. 이번 여행은 아르메니아에서 시작해 조지아까지 이어지는 13박 15일 일정으로 구성되었으며, 고대와 현대가 공존하는 다양한 장소들을 하나하나 둘러보며 그 여정을 정리해본다.

 

1. 아르메니아 3일 핵심 일정

아르메니아는 종교, 자연, 역사라는 세 가지 키워드로 설명할 수 있다. 짧은 일정이었지만, 이 세 가지 요소를 고루 체험할 수 있었고, 아르메니아의 정체성을 오롯이 느낄 수 있었다.

1) 아즈다학산 트레킹

  • 아르메니아의 대표적인 고봉 중 하나인 아즈다학산은 해발 약 3,600m에 달한다.
  • 이곳은 고대 암각화가 남아 있는 유적지이기도 하며, 자연 경관과 문화유산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는 곳이다.
  • 차량으로 일정 구간까지 이동한 뒤에는 도보로 1시간 넘게 걸어야 해 체력이 필요하지만, 그만큼의 값어치를 한다.

2) 종교 유산 중심지

  • 아르메니아는 세계에서 가장 먼저 기독교를 국교로 인정한 나라로, 오래된 성당과 수도원이 곳곳에 남아 있다.
  • 게하르트 동굴 수도원은 동굴 안에 지어진 4세기 수도원으로, 예수의 창과 관련된 전설이 얽혀 있다.
  • 에치미아진 대성당은 기독교를 국가적으로 공인한 최초의 성당으로, 고대 기독교 건축의 상징적인 장소이다.
  • 코르비랍 수도원은 성 그레고리오가 지하 감옥에 갇혔다가 왕을 치유하고 기독교가 국교로 채택되는 계기를 만든 곳에 세워진 수도원이다.

3) 자연과 건축의 조화

  • 아자트 계곡의 주상절리 협곡은 ‘돌들의 교향악’이라 불릴 만큼 독특한 지형을 갖고 있어 눈길을 끈다.
  • 가르니 신전은 헬레니즘 양식을 간직한 아르메니아의 유일한 신전으로, 이국적인 분위기가 인상적이다.
  • 세반호수와 세바나방크 수도원은 해발 2,000m를 넘는 고지대에 위치해 있어 시원한 풍광과 고요한 분위기를 함께 즐길 수 있다.

4) 아픈 역사와 민족의 상징

  • 아르메니아인 학살 추모관은 1915년 오스만제국 시절 벌어진 대량학살을 기억하는 공간으로, 당시 희생당한 150만 명을 기리는 의미가 있다.
  • 아라라트산은 현재 터키 영토에 속하지만, 아르메니아인들에게는 정체성의 뿌리와 같은 산으로, 성경에서는 노아의 방주가 도달한 산으로 전해진다.

 

2. 조지아 10일, 문화와 자연의 조화

아르메니아를 떠나 육로로 조지아에 입국하면서 또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조지아는 신앙과 와인, 산악 자연이 한데 어우러진 나라로, 동부에서 북부, 서부를 거쳐 수도까지 다양한 지역을 탐색할 수 있었다.

1) 동부 조지아 – 시그나기와 와인

  • 보드베 수도원은 조지아에 기독교를 전파한 성녀 니노가 묻힌 성지다.
  • 시그나기 마을은 ‘사랑의 도시’라는 별명으로 불리며, 절벽 위 요새 형태로 조성된 중세 도시 분위기를 간직하고 있다.
  • SUMI 와이너리와 동굴 와이너리에서는 8,000년에 가까운 와인 역사를 직접 체험할 수 있었다.
  • 특히 동굴 와이너리는 냉전시대 군사용으로 쓰이던 장소를 개조한 독특한 공간이다.

 

3. 메스티아와 우쉬굴리 – 조지아의 고산 마을 체험

조지아 북서쪽에 자리한 스바네티 지역은 높은 산과 깊은 역사, 독특한 건축 양식이 어우러진 곳이다. 이곳은 다른 지역보다 교통이 불편한 만큼, 온전히 자연과 전통 문화에 집중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1) 메스티아(Mestia)

  • 카즈베기에서 메스티아까지는 약 250km 거리로, 차로 7시간 이상 이동해야 한다.
  • 이동은 힘들었지만 도착하자마자 눈앞에 펼쳐진 풍경이 모든 피로를 잊게 만들었다.
  • 메스티아는 해발 약 1,400m에 위치하며, 스반족 고유의 문화가 고스란히 보존돼 있는 곳이다.
  • 마을 중심에는 높고 단단한 돌탑, 이른바 ‘스반타워’가 남아 있어, 방어를 위해 지어진 이 탑들의 기능과 역사를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2) 우쉬굴리(Ushguli)

  • 메스티아에서 오프로드 차량으로 1시간 반 정도 이동하면, 해발 2,200m에 자리한 우쉬굴리 마을에 도착한다.
  • 이곳은 유럽에서 가장 고도가 높은 정착 마을 중 하나로 알려져 있으며, 마치 중세로 돌아간 듯한 분위기가 인상 깊다.
  • 40여 가구가 실제로 거주하고 있고, 눈 덮인 코카서스 산맥과 석조 탑들이 어우러져 장대한 장면을 만들어낸다.

3) 코룰디 호수 트레킹

  • 메스티아에서 출발해 차량으로 일정 구간을 이동한 후, 코룰디 호수까지 도보로 올라간다.
  • 해발 2,750m 지점에 자리한 이 호수는 세 개의 소규모 호수로 구성되어 있다.
  • 트레킹은 왕복 약 3시간 정도로 비교적 가파른 구간이 많아 힘들었지만, 십자가 전망대에 도착해 마주한 설산 파노라마는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감동을 안겨줬다.
  • 이 풍경 하나로도 여행의 절반은 성공이라 느꼈다.

4) 문화 체험과 식사

  • 메스티아에서는 마침 지역 축제가 열리고 있어 민속 공연도 직접 볼 수 있었다.
  • 전통 의상을 입고 춤추는 아이들과 마을 주민들의 밝은 얼굴은 여행의 따뜻한 기억으로 남았다.
  • 저녁에는 ‘LAILA’라는 레스토랑에서 현지 음식과 와인을 즐기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4. 트빌리시로 가는 여정 – 보르조미, 므츠헤타, 트빌리시

조지아 여행의 마지막 여정은 보르조미에서 시작해 고대 도시 므츠헤타를 거쳐 수도 트빌리시에서 마무리된다. 각 도시마다 조지아의 다양한 면모를 보여주었다.

1) 보르조미(Borjomi)

  • 메스티아에서 보르조미까지는 장시간 이동이 필요했지만, 녹음이 우거진 자연 속에서 한숨 돌릴 수 있었다.
  • 보르조미는 과거 러시아 로마노프 왕조의 여름 별장이 있던 곳으로, 지금은 국립공원과 광천수로 유명하다.
  • 공원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기분 좋은 피톤치드가 온몸을 감싸는 느낌이 든다.

2) 므츠헤타(Mtskheta)

  • 조지아의 옛 수도였던 므츠헤타는 아라그비강과 쿠라강이 만나는 지점에 위치해 있다.
  • 고대 이베리아 왕국의 중심지였으며, 조지아가 기독교를 국교로 정한 이후 종교적 중심 도시로 자리잡았다.
  • 스베티츠호벨리 대성당은 조지아 정교회의 가장 중요한 성당 중 하나로, 내부 분위기 자체가 무척 고요하고 경건하다.
  • 마을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어 있어 골목골목을 걷는 것만으로도 역사의 숨결을 느낄 수 있었다.

3) 트빌리시(Tbilisi)

  • 조지아의 수도 트빌리시는 전통과 현대가 뒤섞인 복합적인 도시다.
  • 인구는 약 110만 명으로, 조지아 전체 인구의 상당수가 이곳에 집중되어 있다.
  • 성 삼위일체 대성당(Tsminda Sameba)은 2004년에 완공된 조지아 최대 규모의 성당으로, 웅장한 외관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 나리칼라 요새(Narikala Fortress)는 도시를 내려다볼 수 있는 절벽 위에 자리한 고대 요새로,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면 도시 전체가 한눈에 들어온다.
  • 므타츠민다 공원은 트빌리시에서 가장 높은 언덕 위에 자리한 공원으로, 놀이시설과 산책로가 잘 갖춰져 있어 현지인들과 여행객 모두에게 인기 있는 장소다.
  • 시오니 대성당은 수많은 침략과 전쟁을 견디며 복원되어온 성당으로, 조지아의 오랜 신앙심을 상징하는 장소라 할 수 있다.

 

마치며

13박 15일이라는 긴 일정 속에서 만난 아르메니아와 조지아는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 수천 년의 역사와 믿음을 간직한 땅이었다. 아르메니아에서는 세계 최초 기독교 국가로서의 자부심과 고대의 흔적을 마주했고, 조지아에서는 와인과 함께하는 삶, 그리고 산과 어우러진 사람들의 생활이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번 여행은 머릿속에 지식으로만 남아 있던 두 나라를 실제로 걸으며, 눈으로 보고, 가슴으로 느낀 경험이었다. 돌아온 이후에도 마음속에는 여전히 코카서스의 바람이 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