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하며
혹시라도 마음이 지치고 도시가 너무 차갑다고 느껴진다면 그때 꼭 이곳에 들러 보시길 권해드립니다. 따뜻한 된장찌개 한입과 차디찬 소맥 한잔의 마음이 풀릴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메뉴판에 뚜렷하게 적힌 참이슬 3,000원에 입고 있던 미소가 다시 피어날지 압니다.
오늘 영상은 종각역에서 시작해서 걸어서 들를 수 있는 1차, 2차, 3차, 4차까지 가볍게 소개 올리겠습니다. 서울의 중심 종각, 도시의 시간은 유난히 빠르게 흐르지만 그 한복판 지하 어딘가에는 여전히 따스한 숨결을 품은 작은 세계가 느리게 존재합니다.
유리창과 철고리 만든 회색빛 도시, 그 치열함 속에서 잠시 숨고 싶을 때 이 공간은 우리를 감사히 품어 주었습니다. 르메이에르 빌딩, 이름부터 낯설고 거창한 이 빌딩 속 지하에 소박하게 자리를 잡고 있는 삼경원이 있습니다. 처음 들었을 땐 한의원인 줄 알았습니다.
들어가자마자 소맥의 진맥을 잡아보니 굉장히 건강하고 체온도 딱 차가운 게 너무 좋아, 삼경원이라는 이름 석자에 담긴 무게는 빌딩의 철골보처럼 묵직하게 가슴을 때립니다. 이제는 지도에서도 기억에서도 점점 사라져 가는 이른바 피맛골. 그러나 그 골목이 남긴 정치와 사람내음, 그 고단하고 아름다웠던 서울의 한 조각은 여전히 이곳 삼경원에 묵묵히 살아 숨 쉬고 있습니다.
자 이제 한 잔 따라 보겠습니다. 참이슬 단돈 3,000원. 서울 도심 한복판, 종로의 심장부에서 이 가격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사라진 정에 대한 마지막 저항 같았고, 세상 어디에도 남지 않은 정이라는 이름의 마지막 잔 같습니다.
대단히 감사합니다. 먼저 도착한 친구에게 “이번 달 친구비는 곧 입금하겠습니다.” 친구는 담담하게 “생두부”라고 대답했습니다. 처음엔 웃음이 났습니다. 굳이 생두부며 이렇게 많은 안주들이 있는데. 아, 생두부 비하 발언 아닙니다. 생두부 씨 죄송합니다.
하얀 살결의 두부를 떠 입안에 넣는 그 찰나, 순식간의 사과로 바뀌었습니다. 그저 그런 생두부일 줄 알았던 그것은 천천히 퍼지는 여운 같은 비주얼로 등장했습니다. 하얗고 매끈한 두부는 마치 흰 도화지처럼, 그 위에 올라탄 양념장은 말 그대로 하나의 작품이었습니다.
간장과 고춧가루, 깨, 참기름, 송송 썬 파와 고추, 그리고 손끝 감각으로 완성된 그 비율의 미학. 두부 위에 소복이 내려앉은 양념은 마치 가을 낙엽처럼 화려하면서도 절제된 아름다움으로 앉아 있었고, 그 모습은 음식이 아니라 작은 정원 같았습니다.
이 양념장은 조연의 탈을 쓴 주연이었고, 두부는 이 맛을 조용히 받쳐 주는 깊은 고요함이 있습니다. 씹는 순간 두부는 입안에서 스르르 으깨지며, 그 곱고 부드러운 입자 사이로 양념이 스며들고, 거기에 송송 썬 채소들이 아삭아삭하게 리듬을 더합니다.
짠맛과 감칠맛, 고소함과 산뜻함이 겹겹이 밀려오고, 그 겹마다 묘하게 따뜻한 감정이 얹어집니다. 가격은 10,000원이며, 정말 정말 맛있게 먹었습니다.
계란말이 역시 가격은 10,000원이며, 메뉴판 어딘가에 숨어 있다가 눈에 띄는 순간 무언가 반가움이란 단어로는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을 꺼내게 합니다. 항상 그래왔듯 이번에도 조용히 주문을 넣습니다.
곱고 두툼한 황금빛 단면들이 정갈하게 포개져 있습니다. 마치 마음속에 숨어 있던 오래된 기억 하나가 살며시 겹겹이 꺼내지는 느낌입니다. 부스럭거리는 추억의 서랍을 여는 것처럼, 이 계란말이 한 줄이 그렇게 마음에 닿습니다. 정갈한 손맛이 느껴지는 모습을 하고 있었고, 엄마의 부엌에서 스며 나던 아침의 온도를 떠올리게 합니다.
입에 넣으면 계란은 푹신하게 입안에 안기고, 그 속에 감춰진 부드러움과 진한 고소함, 그리고 채소들의 조그마한 식감들이 마치 오래된 손편지처럼 짧지만 깊은 이야기를 소주와 함께 건네옵니다. 이 계란말이에는 시간과 정성 그리고 마음이 조용히 쌓여 있었습니다.
오징어볶음 역시 10,000원이며, 국내산 오징어를 사용합니다. 가끔 대왕오징어로 만드는 경우가 있는데 맛 자체가 다릅니다. 쫄깃 탱글한 식감은 기본이고, 그 안에 담긴 감칠맛이 혀에 남아 있습니다. 한 젓가락에 소주 한 잔, 사라진 피맛골의 웃음소리가 되살아납니다.
오징어와 아삭하게 운한 채소, 그리고 괜찮은 양념들이 조화가 마음에 듭니다. 안주로도 훌륭하지만 밥 반찬으로도 좋을 것 같았지만, 배가 너무 부르면 수주 자리가 부족하기에 참았습니다.
된장찌개의 가격은 7,000원이고, 뜨끈한 한 뚝배기는 하루가 녹아내리는 한국인의 소울 푸드입니다. 이날 역시 별다른 기대 없이 주문한 된장찌개는 큼직한 뚝배기 안에서 자그마한 김을 피워 올리며 등장했습니다. 집된장을 사용한 듯 국물의 색은 진했고 향은 깊었습니다.
두부도 넉넉하게 담겨, 그야말로 우리가 기억하는 제대로 된 된장찌개의 정석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안에 숨어 있는 한 가지, 찌개를 특별하게 만든 의외의 요소 하나가 있었습니다. 바로 오징어.
생전 처음 마주하는 조합. 그러나 한 입 떠서 입에 넣는 순간, 그 낯섦은 곧 “이렇게도 될 수 있구나”라는 감탄으로 바뀌었습니다. 된장의 구수한 향 사이로 오징어의 감칠맛이 파고들고, 고유한 국물의 쫄깃한 식감이 찰랑찰랑 작은 파동처럼 번져 나갑니다.
씹을수록 오히려 그 낯선 조합이 입안에서 질서를 찾습니다. 국물 한 모음에 오늘 하루의 피곤이 말없이 내려앉고, 오징어 한 조각에 술잔이 조용하게 다시 채워지는 느낌. 딱 그만큼의 금입니다. 많지도, 부족하지도 않고, 시간이 멈춘 듯한 이 공간에는 세월이 내려앉아 있습니다.
벽에 걸린 시인들의 사진, 윤동주, 서정주, 한용운 님. 이분들이 피맛골을 자주 오셔서 걸어둔 건지 확실히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시처럼 이 공간은 사람의 마음을 울리는 무언가가 있습니다. 한 편의 시처럼 오래도록 머물고 싶게 만드는 그런 온도, 분위기입니다. 감사히 잘 먹었습니다.
1. 계단집에서의 두 번째 잔
종각역에서 시작된 발걸음은 바람결 따라 슬슬 흘러가듯 이어졌습니다. 도시의 틈새로 스며드는 햇살 아래를 걷다 보니 어느덧 경복궁 근처까지. 그렇게 천천히 낮술의 마음을 즐기던 우리는 갑자기 리듬을 바꿉니다. 후다닥 후다닥. 목적지는 정해져 있었습니다.
안주 마을에 도착하자마자 우리를 맞이한 건 숙취보다 무서운, 벽보다 높은 대기 팀. 쿨하게 포기했습니다. 그리고 '내 길이 아니면 다른 길로 가면 되지'라는 마음으로 그대로 직진, 계단집으로 들어섰습니다.
계단을 오를 때마다 마음속에는 어쩌면 이곳이 오늘의 진짜 도착지일지도 모른다는 예감이 조용히 스며들었습니다. 자리에 앉아 맞아 나온 건 기본 안주. 큼직한 홍합이 부드럽게 입을 벌린 홍합탕 한 그릇, 그리고 얇게 썬 당근과 양파. 한 잔의 시작을 알립니다.
그날의 첫 아쉬움은 황가오리 회였습니다. 이미 다 나갔다는 말에 어깨가 축 쳐지고, 대신 주문한 코끼리 조개. 이건 정말 예상 밖의 감동이었습니다. 아주 오래전 어렴풋이 한 번쯤 먹어봤던 기억이 있지만, 맛은 기억에 남아 있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이번이 사실상 첫 경험이라 해도 될 것 같습니다.
한 점 입에 넣자마자, 코끼리 조개의 속살은 서걱서걱하다. 이 말 그대로 식감이라는 단어가 살아 움직이는 순간이었습니다. 단맛이 점점 입안에서 부풀어오르고, 그 뒤를 잇는 감칠맛과 고소함은 마치 숨어 있던 감정, 정이 한꺼번에 밀려드는 것 같았습니다.
조개가 이토록 다채로운 표정을 지을 수 있다는 걸 저는 그제야 알았습니다. 그리고 내장. 솔직히 겁이 났습니다. 비릴까 봐. 그러나 맛을 본 후 모든 의심이 사라졌습니다.
비린 맛은 눈꼽만큼도 없이 묵직하고 진득한 맛이 입안을 감쌌습니다. 부드럽게 번지는 풍미는 혀끝이 아니라 가슴에 새겨질 정도였고, 순간 나는 이 맛을 오래 기억하게 되겠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말하자면 조용한 충격. 소주 폭격기.
입으로 들어온 맛이 마음 한 구석을 툭 건드리고 들어앉았습니다. 이어서 간을 툭 건드니 계속해서 소주가 식도를 타고 내려갑니다. 가격은 꽤나 고민스러웠는데, 코끼리 조개 한 접시에 59,000원입니다. 가볍게 고르기엔 꽤 묵직한 숫자였습니다.
하지만 안주를 입에 넣는 순간, 그 고민은 무의미해졌습니다. 이런 맛이라면 다시 돈을 내도 좋겠다는 마음. 다시 또 먹을 수 있을지 몰라서, 그래서 더 간절해지는 맛. 언젠가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싶은 사람 같은 안주.
이곳 계단집을 지금까지 몇 번을 오면서 꼭 해물 라면을 주문하곤 했지만, 항상 먹으면서도 제 취향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다음에 오면 또 주문할 것 같았습니다. 개인적으로 라면은 그냥 순정으로 끓인 라면이 가장 맛이 좋습니다. 한 접시에 담긴, 다시 걷고 싶은 하루의 한 페이지. 그렇게 우리는 또 하나의 잊을 수 없는 맛을 조용히 마음에 남겼습니다. 감사히 잘 먹었습니다.
2. 디디스피자펍에서의 편안한 한잔
이번에는 다시 종각역, 하루에도 수백만 발자국이 오가는 이곳에 위치한 디디스 피자펍입니다. 이미 어느 정도 술기운이 돌던 때라, 무언가 기름지고 뜨겁고 짭짤한 것이 절실했습니다. 지인과 저는 지름길을 좋아합니다. 살찌는 지름길이 바로 이 길입니다.
그럴 땐 피자만 한 게 없습니다. 바삭한 가장자리, 촉촉하고 고소한 치즈. 입안 가득 퍼지는 그 익숙하고 진한 향. 술이 조금 오른 상태에서 피자집을 찾는 건 어쩌면 가장 인간적인, 아니 돼지적인 선택일지 모릅니다.
피자의 맛 자체가 굉장히 훌륭하고, 미치겠다 정도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아쉬움이 남을 정도도 아닌 딱 괜찮은, 적당한 만족. 현장은 차분했고, 술은 느긋했습니다. 한 건 더블 딜리셔스 피자. 네 가지 맛을 한 판에 나눠 올린 이곳의 시그니처로 보이는 메뉴였습니다.
술은 처음엔 하이볼로 시작했습니다. 얼음이 부딪히는 소리, 탄산이 올라오는 기포의 리듬. 한 모금 넘길 때의 시원함이 피자의 기름기, 고소함과 행복하게 뒤섞입니다.
그리고 이어서 기네스를 주문했습니다. 묵직한 흑맥주의 쌉쌀함이 혀 끝에 머물고, 부드러운 거품은 마치 마음속 어느 구석을 감싸 주는 것 같았습니다.
3. 광화문집에서 마무리
광화문역 8번 출구, 출구라고 하기엔 일상의 환기구 같은 그 좁은 틈으로 빠져나와 비틀비틀 이어지는 골목 끝자락. 마치 오래된 친구가 몰래 알려준 비밀 장소처럼 지도에는 있지만 마음에는 없는 골목의 끝에 다다르면, 기묘하게 시선을 붙잡는 간판 하나가 슬며시 모습을 드러냅니다.
오래된 붓글씨 같은 ‘광화문집’이라는 새 글자가 조용히 걸려 있고, 그 간판 아래로 흐릿하게 세어나오는 술 냄새와 시간 냄새가 섞여 있습니다. 과연 이곳이 입구가 맞나 싶은 마음으로 삐걱거리는 철문을 조심스레 밀어봅니다.
안쪽은 예상보다 더 비좁고, 예상보다 더 깊습니다. 공간은 작지만 향기는 오래된 서가처럼 켜켜이 쌓여 있고, 말없이 앉은 술꾼들의 등 뒤로 무언의 역사들이 흐릅니다.
“여기서 45년 했어요.” 지인의 질문에 담담하게 돌아오는 사장님의 그 한마디는 자체로 한 편의 시였습니다. 수많은 밤을 지켜낸 사람만이 지닐 수 있는 말투. 허세도 없이 설명도 없이, 그냥 “45년 봤냐.”
그 말을 듣는 순간, 탄성은 자연스럽게 터져 나왔고, 벨트에 눌린 여분의 뱃살도 저절로 경건해집니다. 아니, 사실은 감동보다 술이 먼저 돌았는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분명했던 건, 그 순간부터 우리가 이 공간과 작게나마 무언가를 공유하게 되었다는 사실입니다. 낯선 곳에서 마시는 첫 잔은 언제나 어색하지만, 이곳에선 그렇지 않았습니다. 사장님의 따뜻한 눈빛과 무심한 듯 챙겨주는 말 한마디. 낡은 유리잔과 맛있는 안주의 온도까지, 모든 것이 너무 익숙해서 낯설었고, 낯설만큼 익숙했습니다.
그 긴 시간 동안 자리를 지킨 이 공간에는 사람의 손이 닿은 흔적이 고스란히 배어 있었고, 무심하게 내어주신 물수건 하나에도 “오늘도 고생하셨죠”는 말이 스며 있었습니다. 어쩌면 이곳의 진짜 메뉴는 술이 아니라 그 손길인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감사한 마음을 담아 소주를 따릅니다. 똘똘똘. 첫 잔의 감동스러운 소리, 잔에 떨어지는 방울 하나에도 울림이 있고, 술이 입안에 스며드는 순간 말로 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이 서서히 녹아 흐릅니다.
억지로 꺼내려 하면 나오지 않던 말들이 한 모금 술과 함께 조용히 입가를 맴돌고, 그렇게 나도 모르게 웃게 됩니다.
김치찌개는 전골냄비 안에서 부글부글 끓고 있었고, 그 안엔 시간을 끓여낸 국물이 조용히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한 숟갈을 뜨자 국물은 김치와 고기의 모든 상처와 기억을 품은 듯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게 혀 위에 얹힙니다.
익을 만큼 익은 김치는 그저 물렁한 게 아니라, 자신의 날카로움을 다 내려놓고 고기와 어우러지는 식감으로 변해 있었습니다. 묵직하고 깊습니다. 자극이 세지도, 자극이 부족하지도 않습니다.
이 맛은 어릴 적 밥상부터 지금 이 자리까지, 지나온 시간들이 숟가락 끝에 조용히 걸려 나옵니다. 워낙 익숙한 음식이고 흔히 밥상에 올라오는 메뉴라 대단하다는 느낌을 잊고 살았지만, 공기만큼이나 소중한 안주입니다.
된장찌개와 더불어 한국인의 소울푸드, 역시 소주와 궁합이 좋습니다. 누군가에겐 이곳의 김치찌개가 우주에서 제일 맛있는 곳일지도 모릅니다.
계란말이는 말 그대로 따뜻함이 있습니다. 노란빛 단면 속에서 풍기는 잔열은 마치 누구에게도 상처 주지 않겠다는 표정처럼 정갈했고, 가지런히 잘린 단면 하나하나에서 엄마의 정성이 느껴졌습니다.
입에 넣는 순간 느껴지는 폭신함은 마치 오래전 엄마의 품 같았고, 은은하게 번지는 고소함이 혀 위에서 흩어질 때쯤엔 괜히 울컥해지는 기분까지 들었습니다.
어렸을 적 부엌에서, 내 방 문틈 사이로 넘실거리며 들어오던 그 냄새. 그리고 김치찌개와 계란말이는 단짝 친구처럼, 무조건 함께 주문해야 그 맛을 더욱 진하게 느껴볼 수 있습니다.
칼칼하면서 시원한 김치찌개 국물 한 번, 그리고 폭신하고 고소한 계란말이 한입, 거기에 소주로 마무리해주면 감동입니다.
남자 셋이 모였고, 메뉴판에 ‘제육볶음’이라는 글자가 보이는데, 어찌 주문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바로 주문을 넣고 이어 소주를 식도로 넘겼습니다.
붉은 양념과 함께 고기와 채소들이 제대로 볶아졌고, 접시 위에서 반짝거리고 있었습니다. 살짝 기분 좋은 매콤함과 짭짤한 감칠맛, 고기와 양념 사이에 묘하게 끼어 있는 채소들의 아삭함이 잘 어울립니다.
다만 이건 취향의 영역이라, 맛이 있고 없고가 아닌, 제 입에는 고기가 살짝 퍽퍽함이 느껴져서 아쉽긴 했습니다. 개인적으론 어느 정도 지방층이 있는 야들야들한 제육을 더 선호합니다.
우리는 오늘도 코알라처럼 테이블에 붙어 한 잔, 또 한 잔을 기울입니다. 그 술맛이 좋아서가 아니라, 그 시간을 잊지 않기 위해서, 그 사람을 기억하기 위해서, 그리고 나를 다시 꺼내기 위해서.
광화문집은 오늘도 그 자리에 있습니다. 말없이, 조용히, 뜨겁게. 감사히 잘 먹었습니다.
마치며
종각에서 시작된 발걸음이 네 곳의 식당을 거쳐 광화문까지 이어졌습니다. 그 길 위에 남은 건 술의 향이 아니라 사람의 온기였습니다. 삼경원의 생두부와 된장찌개, 계단집의 코끼리조개, 디디스피자펍의 더블 딜리셔스 피자, 그리고 광화문집의 김치찌개와 계란말이. 각 장소마다 다른 감정과 이야기, 맛이 있었고, 그 조각들이 모여 오늘 하루를 깊고 단단하게 만들었습니다.
이 네 곳을 천천히 돌아보며, 맛이라는 건 단순히 입 안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기억과 마음속에 오래도록 남는다는 것을 다시 느꼈습니다. 다음에 누군가에게 서울의 술집을 묻는다면, 이 네 곳의 이야기를 먼저 꺼내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그날의 술잔처럼 또 다른 이야기를 조용히 나눌지도요.
'국내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천태산 아래 고요한 사찰, 국내 최대 마애불과 천태석굴 둘러보기 (0) | 2025.04.02 |
---|---|
제주 연동 아시아호텔 후기: 리뉴얼된 4성급 숙소에서 누린 가성비 조식 (0) | 2025.04.02 |
여수에서만 맛볼 수 있는 꽃게회, 밥과 함께 먹어야 진짜다 (2) | 2025.04.02 |
줄 서서 먹는 광명시장 진짜 맛집 리스트, 현지인 추천만 모았다 (1) | 2025.04.02 |
서울대공원 효율적인 하루 코스 추천: 리프트 활용부터 식물원까지 (0) | 2025.04.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