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하며
해외여행에서 맛있는 음식을 즐기는 건 단순한 먹거리를 넘어 하나의 문화 체험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대만 타이베이는 미식 여행지로 손꼽히는 곳이다.
한 끼에 100TWD 내외의 부담 없는 가격으로도 훌륭한 요리를 맛볼 수 있고, 간단한 길거리 간식부터 현지인들이 찾는 오래된 식당까지 다채로운 선택지가 가득하다.
이번 글에서는 타이베이 중심지와 근교 단수이 지역에서 직접 먹어본 음식들 중에서 특히 기억에 남았던 15곳을 정리했다. 대부분 도보나 MRT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장소에 위치하고 있으며, 메뉴도 현지색이 뚜렷하면서도 처음 접하는 여행자도 편하게 즐길 수 있는 구성이다.
1. 푸홍우육면 (富宏牛肉麵, Fuhong Beef Noodles)
24시간 운영하는 우육면 전문점. 새벽 시간에 찾았는데도 자리를 꽉 채운 손님들 덕분에 타이베이에서 이곳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고기와 힘줄이 섞인 메뉴가 대표적이며, 면은 우동처럼 두툼하고 탱글한 식감을 가지고 있다. 국물은 향신료의 풍미가 강하게 느껴졌고, 짭조름한 갓절임과 매운 고추기름을 조금 곁들이면 더 깊은 맛을 낸다.
내장 특유의 쫄깃함과 고기의 부드러움이 조화를 이루며, 입안 가득 퍼지는 진한 육향이 인상적이었다.
2. 킹포크 완니엔점 (金家豬腳萬年店, King Pork Wan Nian Store)
돼지갈비와 족발을 메인으로 하는 이곳은 타이완식 고기요리를 진하게 맛볼 수 있는 집이다. 고기는 쫀쫀하고 담백한 편인데, 밥과 함께 먹으면 기름짐 없이 고소함이 도드라진다.
특히 반찬으로 나오는 오이절임이 상큼하고 입안을 정리해주는 역할을 해 주었고, 튀김두부는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해서 식감이 매우 좋았다.
공간은 좁지만 손님이 끊이지 않으며, 포장도 많이 이용한다.
3. 시먼누들 (西門麵店, Ximen Noodle)
현지에서 유명한 중화풍 식당으로, 새우만두와 대만식 짜장면이 주력 메뉴이다. 새우는 속이 탱글하며 고기와 잘 어울리고, 짜장면은 기름지지 않아 첫입부터 부담 없이 먹을 수 있었다.
다양한 소스를 함께 주는데, 마늘 고추소스에 찍어 먹으면 훨씬 풍미가 살아난다. 양도 넉넉해서 가격 대비 만족도가 높았고, 실제 식사 중에도 손님들이 끊임없이 방문하는 활기찬 분위기였다.
4. 정호계수교전매점 (正豪季水餃專賣店 忠孝西路店)
물만두를 전문으로 하는 이 가게는 새우가 통째로 들어간 만두가 인기다. 얇고 부드러운 피에 탱탱한 새우가 감싸져 있어 씹을수록 감칠맛이 난다.
간장과 식초, 고추기름을 취향대로 조합해 찍어 먹는 방식이며, 뜨거운 상태에서 먹어야 육즙이 터지는 쾌감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소박하지만 탄탄한 기본기에 충실한 맛이 느껴졌다.
5. 티엔진총좌빙 (天津蔥抓餅, Tianjin Scallion Pancake)
타이완식 파전이라고 할 수 있는 총좌빙은 간단하면서도 중독성 있는 간식이다. 밀가루 반죽 안에 파가 들어 있고, 구울 때마다 치즈나 햄, 계란 등을 추가할 수 있다.
겉은 바삭하게, 속은 쫄깃하게 구워져 있는 이 메뉴는 먹으면서 계속 손이 가게 만든다. 특히 치즈가 들어간 조합은 고소함이 배가되어 식사 대신으로도 충분했다.
이곳은 골목 안 작은 노점이지만, 웨이팅이 생길 만큼 인기가 많았다.
6. 황가소시지 (黃家香腸, Huang’s Sausage)
시장이나 야시장에서는 대만식 소시지를 자주 볼 수 있는데, 이 집은 그중에서도 특히 진한 풍미와 불향으로 기억에 남았다.
겉은 불에 구워 탄향이 돌고, 속은 꽉 찬 고기와 마늘이 어우러져 진한 단짠 맛을 낸다. 영상에서도 얼굴만 한 크기의 소시지를 한 입 베어 물고 감탄하는 장면이 나올 정도였다.
그냥 먹어도 좋지만, 생마늘 한 조각과 함께 먹으면 기름진 맛이 정리되며 깔끔한 마무리를 해준다. 간식으로도, 맥주 안주로도 손색없는 구성이다.
7. 아종면선 (阿宗麵線, Ay-Chung Flour-Rice Noodle)
시먼딩 한복판에 위치한 이곳은 줄 서서 먹는 쌀국수 맛집이다. 메뉴는 단일 메뉴이며, 간장 베이스의 국물에 잘게 자른 곱창과 얇은 면이 들어간다.
한 입 먹으면 죽처럼 부드럽게 넘어가며, 위에 마늘, 고추기름, 흑초 등을 추가해 자기 입맛에 맞게 조절할 수 있다.
의자가 없이 서서 먹는 구조라 금세 먹고 금세 나오는 방식이지만, 그 짧은 식사 속에서도 국물의 진한 깊이와 면의 독특한 질감이 인상 깊다.
8. 푸항또우장 (阜杭豆漿, Fu Hang Dou Jiang)
두유와 대만식 전통 빵을 아침으로 먹는 문화가 살아 있는 대표적인 장소다. 아침 7시 이전부터 줄이 늘어서 있는 걸 보면 이 집의 명성이 어느 정도인지 느껴진다.
짭짤한 두유에 부서진 두부와 고소한 양념이 들어간 ‘鹹豆漿’이 시그니처 메뉴이며, 함께 곁들여 나오는 빵은 쫀득하고 고소한 맛이 난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운 빵에 계란을 더한 버전도 추천할 만하며, 현지인뿐 아니라 외국인에게도 입소문이 자자한 조식 명소다.
9. 문화 아게이 (文化阿給, Wenhua A-gei)
단수이 지역에 가면 꼭 먹어봐야 할 음식 중 하나인 ‘아게이’는, 유부 안에 당면을 채워 어묵 국물에 데운 음식이다.
단순한 구성 같지만, 유부와 당면의 부드러운 조화가 참 좋다. 국물은 진하면서도 깔끔한 편이고, 고추 소스를 약간 뿌려 먹으면 입에 착 감기는 맛이 살아난다.
지하철 단수이역에서 도보로 가까운 곳에 있어 접근성이 좋고, 이 일대에서 간단히 요기를 하거나 따뜻한 간식을 원할 때 제격이다.
10. 단수이 대왕카스테라 (淡水巨無霸雞蛋糕, Danshui Giant Castella)
단수이 올드 스트리트 안에서 쉽게 눈에 띄는 초대형 계란 카스테라 전문점이다. 갓 구워낸 카스테라는 크기가 얼굴만 하고, 먹기 전부터 달콤한 냄새가 퍼진다.
식감은 부드럽고 촉촉하며, 적당히 단맛이 돌고 안쪽에 치즈나 초코가 들어간 버전도 선택할 수 있다.
소금이 살짝 들어간 단짠 맛 덕분에 질리지 않고 계속 먹을 수 있었고, 영상에서도 “내가 먹은 것 중에 가장 부드럽다”는 반응이 있었다.
11. 다카러차오 (打咔勒炒, Daka Le Chao / 일명 100원 술집)
시먼딩 근처에서 찾은 로컬 분위기의 술집. 메뉴판을 보면 대부분의 안주와 술이 100TWD 내외여서 ‘100원 술집’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특히 고량주가 인상적인데, 연태고량주와는 또 다른 독특한 향이 강하게 느껴진다. 함께 나온 안주로는 생선구이, 볶음 요리, 간장 베이스의 간단한 고기 요리 등이 있었고, 불향이 살아 있어 술안주로 제격이다.
현지 느낌이 물씬 나는 조명과 음악, 좁지만 아늑한 실내 분위기가 어우러져서 여행자들도 편하게 앉아 현지인처럼 술 한잔 하기 좋은 공간이다.
12. 진천미 (眞川味, Zhen Chuan Wei)
이전 정보에서 잘못 소개됐던 이름을 바로잡은 곳. 시먼딩 골목 안쪽에 위치한 사천요리 전문점이다.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불향과 매운맛이 은근히 퍼지는 스타일이라 매콤한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적합하다.
파 볶음 돼지고기, 마파두부, 새우 계란볶음 같은 요리는 간이 잘 맞고, 짜지 않아서 밥이랑 먹기에 알맞았다.
실내는 비교적 조용하고 아담한 편으로, 현지 식당 느낌이 강하고 한국어 메뉴판이 있는 경우도 있다.
13. 원팡 꿔바오 (原芳刈包, Yuan Fang Guabao)
대만식 햄버거라 불리는 꿔바오를 파는 집이다. 찐빵 같은 번에 동파육, 절인 채소, 땅콩가루, 고수 등을 넣어 만든다.
특히 이곳은 고기의 두께와 양이 많고, 간이 잘 배어 있어 씹을수록 고소하고 짭짤한 맛이 강하게 살아난다.
고수를 빼고 주문할 수도 있고, 소스를 추가해 취향에 맞게 조절이 가능하다. 야시장이나 중산 MRT 근처 노점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으며, 가볍게 한 끼로도 충분한 메뉴다.
14. 왕스 브로스 (王品牛肉湯, Wang’s Broth)
맑은 스타일의 소고기 육수 국물이 특징인 식당. 흔히 접하는 우육면과는 다르게 기름기가 거의 없고, 깔끔하고 깊은 맛이 우선이다.
얇게 썬 소고기가 뜨거운 국물 안에 들어 있고, 함께 나오는 반찬이나 부드러운 계란찜이 전체적인 조화를 이룬다.
입이 피곤한 날, 혹은 속이 편안한 음식을 원할 때 딱 좋고, 혼자 와서 식사하기에도 부담 없는 정돈된 분위기다.
15. 삼미식당 (三味食堂, Sanwei Restaurant)
연어초밥으로 유명한 타이베이의 대표적인 스시 맛집 중 하나다.
특징은 뭐니 뭐니 해도 두툼하게 썰린 회. 연어 뱃살은 기름지면서도 부드럽고, 입에 넣자마자 녹아내리는 식감이 일품이었다. 영상에서는 “이걸 어떻게 한 입에 넣냐”는 멘트가 나올 정도로 푸짐하게 제공된다.
다른 초밥도 퀄리티가 높고 가격도 착해, 가성비로 따졌을 때 만족도가 매우 높은 편이다.
낮 시간에 가면 비교적 한산해서 줄 없이 들어갈 수 있으며, 야시장 근처에 있어 이동 동선에도 무리가 없다.
마치며
타이베이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미식 도시다. 고급 식당부터 소박한 골목 노점까지, 음식의 다양성과 접근성이 모두 훌륭하다.
이번에 정리한 15곳은 직접 경험한 현장의 분위기와 맛을 바탕으로 정리한 리스트이며, 각 장소마다의 매력이 확실히 다르다.
하루에 여러 곳을 돌며 다양한 음식을 맛보는 일은 그 자체로 즐거운 여행의 한 부분이 된다. 여행자라면 꼭 들러야 할 식당 리스트로 활용해도 좋을 만큼 신뢰할 수 있는 구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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