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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

북한과 단 5.5km 거리, 볼음도 민박에서 보낸 조용한 하루

by 김춘옥 TV 2025. 3. 28.

시작하며

도심을 떠나 조용한 섬에서 하루를 보내는 일은 그 자체로 새로운 감정을 만든다. 최근 나는 북한과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곳 중 하나인 ‘볼음도’라는 섬에 다녀왔다. 인천 강화도에서도 한참 북쪽 끝에 자리한 이 섬은 황해도와의 거리가 단 5.5km밖에 되지 않는다.

여행의 목적은 단순했다. 낯선 섬에서 하룻밤을 묵으며 그 공간이 품고 있는 일상과 조용한 풍경을 경험해보는 것. 인터넷에 검색해도 자세한 정보가 많지 않았지만, 그 점이 오히려 나를 이끌었다. 낯선 섬의 민박에서 내가 마주친 시간들을 지금부터 기록해본다.

 

1. 서울에서 볼음도까지 가는 법

볼음도는 배를 타야 들어갈 수 있다. 서울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해 강화군 ‘선수 선착장’까지 이동한 후, 그곳에서 하루 세 차례 운항하는 배를 타고 섬으로 들어간다.

  • 서울 → 강화군: 시내버스로 약 2시간 30분 소요
  • 선수 선착장 → 볼음도: 약 1시간 소요, 운임 7,300원(2025년 기준)
  • 승선 전 신분증 제출 및 승선 신고서 작성 필수

배는 그리 크지 않았지만 안쪽에 장판이 깔려 있어 바닥에 앉거나 누울 수 있었고, 에어컨이 작동되어 꽤 쾌적했다. 갈매기를 보며 바닷바람을 맞는 동안 한 시간은 금방 지나갔다.

 

2. 민박집에서 보낸 소박한 밤

볼음도에 도착한 후, 선착장에서 숙소까지는 도보로 약 20분 정도 걸렸다. 길에는 지뢰 경고 안내판이 눈에 띄었고, 섬의 특성상 군사적인 분위기도 약간 느껴졌다.

예약해 둔 민박집은 마치 오래된 시골집처럼 정감 있는 분위기였다. 시멘트 마당과 빨간 지붕, 그리고 단출한 방 하나. 내부는 단순했지만 청결했고, 와이파이와 에어컨, 냉장고 등 기본적인 편의시설도 갖춰져 있었다.

숙박비는 1인 기준 6만원. 도서지역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은 가격이었다. 무엇보다 조용한 환경이 인상 깊었다.

 

3. 섬에서의 식사와 장보기

식사는 즉흥적으로 해결해야 했다. 섬에는 편의점이 없기 때문에 미리 음식을 준비하지 않았다면 현지 식당이나 농협 하나로마트를 이용해야 한다.

도착 첫날은 선착장 근처 매점에서 컵라면으로 간단히 끼니를 때웠고, 다음 날에는 섬 안쪽에 있는 작은 식당에서 직접 잡은 조개와 소라로 만든 비빔밥과 조개탕을 맛봤다.

  • 소라비빔밥: 15,000원
  • 조개탕: 17,000원
  • 콜라: 2,000원

한 끼로는 다소 비싼 편이었지만 섬의 물가와 식재료 신선도를 감안하면 만족스러웠다.

또한 농협마트에서는 맥주 1,650원, 컵라면 800원 정도로 도심과 큰 차이는 없었다. 반면 마을 안쪽의 작은 마트에서는 동일한 맥주가 4,000원에 판매되고 있어, 가급적 농협에서 필요한 물건을 미리 사는 것이 유리하다.

 

4. 은행나무와 북한이 보이는 전망대

볼음도의 중심부에는 수령 800년이 넘는 은행나무가 있다. 섬을 통틀어 가장 인상 깊었던 풍경 중 하나였다.

숙소에서 약 40분 정도 걸어야 했지만, 길은 단순했고 초록의 논밭과 고요한 바다를 옆에 끼고 걷는 경험 자체가 무척 특별했다.

은행나무 주변에는 사람이 거의 없어 조용히 머무르기에 좋았고, 나무의 크기와 존재감은 말로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은행나무 인근 전망대에서는 망원경을 통해 북한 땅을 희미하게나마 볼 수 있다. 안개가 짙은 날엔 보이지 않기도 하지만, 그 근접성이 주는 묘한 긴장감은 확실히 있다.

단, 바람이 세고 경사로가 있기 때문에 미끄럼에 주의해야 한다.

 

5. 밤하늘 아래에서 맞이한 평온한 시간

숙소로 돌아와 마당 평상에 앉아 맥주를 마시며 바람을 맞았다. 별이 보일 정도로 맑은 밤은 아니었지만, 도시의 소음이 없는 그 정적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경험이었다.

전날 장본 과자와 맥주를 꺼내 놓고, 가볍게 야식을 즐기며 앉아 있자니 하루가 천천히 정리되는 느낌이었다.

밤에는 벌레가 많을 수 있으니 조명을 끄고 문을 닫는 것이 좋다. 나는 벌레가 핸드폰 불빛에 몰려드는 바람에 다소 당황하기도 했다.

 

마치며

볼음도에서의 하룻밤은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경험이었다. 섬이라는 공간이 가진 고유의 여유로움과 느긋함은 누구에게나 필요한 시간이 아닐까 생각된다.

북한과 가까운 위치임에도 실제로는 위험하거나 긴장되는 분위기는 전혀 없었고, 오히려 군인들이 섬을 지키고 있어 더 안전하게 느껴졌다.

작은 민박집, 한 끼 식사, 그리고 걷는 길. 이 단순한 요소들이 모여 만든 하루는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듯하다. 도심에서 벗어나 조용한 공간에서 나만의 시간을 보내고 싶다면, 볼음도는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