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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도락 여행

연탄불 향 가득한 동대문 로컬 맛집, 생선골목과 곱창골목 비교 리뷰

by 김춘옥 TV 2025. 3. 29.

시작하며

서울 도심 속에서도 여전히 정겨운 로컬 골목 문화를 간직하고 있는 곳이 있다. 바로 동대문이다. 흔히 옷 도매상가와 패션시장으로 기억하는 이 지역엔 수십 년째 자리를 지키고 있는 ‘먹자골목’이 존재한다.

그중에서도 유독 눈에 띄는 두 골목이 있다. 하나는 아침부터 점심까지 연탄불 위에서 고소한 향을 피워 올리는 생선구이 골목이고, 다른 하나는 해가 진 뒤 지글지글 철판 위에서 불 맛을 자아내는 곱창볶음 골목이다.

서로 다른 시간대에 문을 열고 각기 다른 메뉴를 내세우지만, 공통점도 많다. 가족이 함께 운영하며, 새벽 장보기부터 준비하는 정성, 그리고 오랜 단골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라는 점이다. 지금부터 이 두 골목의 매력과 분위기를 시간대별로 나누어 자세히 들여다보자.

 

 

1. 아침을 여는 생선구이 골목

이른 아침, 아직 시장 문도 열기 전부터 움직임이 시작된다. 생선골목 가게 주인들은 해가 뜨기도 전에 청량리나 인근 재래시장으로 향해 생선과 채소를 고른다. 배달을 받아도 되지만, 직접 보고 고르는 게 마음이 편하고 품질도 믿을 수 있다.

생선 손질은 좁은 매장 안에서 하기 어렵기 때문에 따로 마련된 작업장에서 미리 초벌구이까지 마친다. 이 작업이 중요한 이유는 연탄불의 온도 조절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구워지는 생선은 고등어다. 기름기가 많아 석쇠를 코팅해주는 역할을 한다. 그다음 갈치나 삼치처럼 살이 많은 생선들이 올라간다.

이 모든 과정을 부부가 함께 나눠 한다. 아내는 주방에서 반찬을 만들고, 남편은 장을 보고 초벌을 맡는다. 때로는 아들도 합류해 일손을 보태기도 한다. 그렇게 하나씩 준비된 생선구이 한 접시에는 단순한 기술이 아닌 세월과 경험이 녹아 있다.

 

2. 점심시간, 생선 냄새로 북적이는 골목

오전 11시 무렵부터 골목은 달라진다. 상가에서 일하는 상인들, 배송 기사, 인근 회사원들이 하나둘 가게 앞에 줄을 서기 시작한다. 어떤 날은 방송을 보고 찾아온 외지 손님들까지 더해져 좁은 골목이 꽉 찬다.

대표 메뉴는 모둠 생선 백반이다. 고등어, 갈치, 삼치 등 다양한 생선이 한 접시에 담겨 나오고, 밥과 국, 직접 담근 반찬들이 함께 제공된다. 평균 가격은 10,000원에서 12,000원 사이로, 리필도 가능하다.

  • 고등어구이 - 연탄 직화로 기름기 쫙 빠진 고소함
  • 모둠 생선 백반 - 다양한 생선 + 된장국 + 밑반찬 (11,000원대)
  • 반찬 리필 - 무료 제공

뜨거운 연탄불에서 막 꺼낸 생선 한 점을 젓가락으로 집어 밥과 함께 먹는 순간, 많은 사람들이 “진짜 밥도둑이다”라는 말을 실감한다. 특히 고소하고 담백한 맛이 일품인 고등어와 갈치는 수요가 많아 금세 동나기도 한다.

 

3. 해 질 무렵 불 켜지는 곱창골목

생선골목이 점차 조용해지는 오후, 동대문 먹자골목의 또 다른 주인공이 등장한다. 바로 곱창볶음으로 유명한 곱창골목이다.

이곳은 낮보다는 저녁 시간대에 더 활기를 띤다. 해가 지기 시작하면 철판 위에서 불꽃처럼 튀는 기름과 매콤한 양념의 향이 골목 가득 퍼진다.

곱창은 먼저 연탄불에 초벌을 한 뒤, 철판 위에서 양념과 함께 볶아낸다. 이 이중 조리 방식 덕분에 곱창 특유의 잡내는 줄어들고 식감은 훨씬 더 살아난다. 바삭한 겉면과 쫄깃한 속살의 조합이 입안 가득 퍼지면서 술안주로도, 한 끼 식사로도 훌륭하다.

양념은 각 집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고춧가루를 주재료로 사용한다. 여기에 마늘, 간장, 매실청 등을 넣어 매콤하면서도 감칠맛 나는 양념을 만든다. 고추장 베이스보다 덜 텁텁하고 깔끔한 맛이 나는 게 특징이다.

 

4. 푸짐함으로 승부하는 동대문 곱창

이곳에서 곱창볶음을 주문하면 대부분 1인분에 12,000원 안팎의 가격에 꽤 넉넉한 양이 나온다. 가게에 따라 기본 찌개나 국물이 함께 제공되고, 채소, 마늘, 고추, 상추 같은 쌈 채소도 한가득 담아준다. 심지어 볶음밥까지 추가해도 2,000~3,000원 정도면 충분하다.

  • 돼지곱창볶음 - 1인분 기준 12,000원
  • 볶음밥 추가 - 약 2,000~3,000원
  • 기본 제공 - 국, 채소, 쌈, 마늘 등 푸짐한 구성

곱창볶음의 마무리는 단연 볶음밥이다. 남은 양념에 김가루와 참기름, 잘게 썬 채소를 넣고 철판에서 바삭하게 눌러 볶아내는 볶음밥은 곱창 못지않게 인기가 많다. 단골들 중엔 곱창보다 볶음밥을 더 기대하고 오는 사람들도 있을 정도다.

이 골목에도 오랜 세월 한자리를 지켜온 가게들이 많다. 어떤 곳은 벌써 45년 넘게 같은 자리에서 장사를 하고 있고, 자식이 대를 이어 운영하는 가게도 있다. 오랜 손님과 눈인사를 나누며 음식을 준비하는 사장님의 손길에선 숙련됨과 동시에 정이 느껴진다.

 

5. 생선골목과 곱창골목, 하루 두 끼로 즐기는 동대문

서로 다른 시간대에 운영되는 생선골목과 곱창골목은 성격이 뚜렷하게 다르지만, 묘하게 하루 일정에 딱 들어맞는다. 오전엔 따뜻한 생선구이 백반으로 든든하게 시작하고, 저녁엔 매콤한 곱창볶음과 볶음밥으로 하루를 마무리하는 구성이다.

동대문이라는 공간 자체가 워낙 복합적인 기능을 하고 있어, 식사 외 시간엔 쇼핑이나 전시 관람, 봉제골목 산책 같은 일정도 함께 소화할 수 있다. 골목 간 이동 거리도 짧아 도보 이동만으로도 충분히 가능하다.

추천 동선 예시

  • 오전 11시 ~ 오후 12시 - 생선골목에서 점심 (모둠 생선 백반 추천)
  • 오후 1시 ~ 오후 4시 -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창신동 골목 구경
  • 오후 5시 ~ 오후 6시 반 - 곱창골목에서 저녁 (곱창볶음과 볶음밥)

이렇게 하루 두 끼를 생선과 곱창으로 채우고, 그 사이에 문화와 쇼핑을 함께 즐긴다면 식도락과 여유를 모두 잡은 알찬 하루가 될 수 있다.

 

마치며

동대문은 겉으로 보기엔 상가와 시장의 기능이 전부인 것 같지만, 골목 안으로 들어가 보면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생선골목과 곱창골목은 그 대표적인 예다. 단지 오래됐다는 이유로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게 아니다. 그 오랜 세월 동안 꾸준히 같은 자리에서 정직하게 음식을 만들어온 사람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아침엔 연탄불 위에서 생선을 굽고, 저녁엔 철판 위에서 곱창을 볶는 하루의 과정 속에는 반복되는 노동 이상의 의미가 있다. 손님을 향한 진심, 이웃을 향한 배려, 그리고 음식을 만드는 사람들의 자부심이 담겨 있다.

누가 더 낫냐고 묻기보단, 두 골목의 각기 다른 개성과 정서를 비교하며 직접 경험해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한 끼 식사에 머무르지 않고, 한 사람의 인생과 그들의 이야기를 맛보는 경험. 그게 바로 동대문 먹자골목이 지닌 진짜 가치다.

 

 

 

 

 

 

#동대문로컬맛집#연탄생선구이와곱창볶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