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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

단 2주만 열리는 노란 꽃길, 지리산 산수유 둘레길 21코스 걷기 기록

by 김춘옥 TV 2025. 3. 24.

시작하며

해마다 봄이 오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 중 하나가 지리산 자락이다. 특히 3월 중순부터 하순까지 약 2주간 펼쳐지는 산수유 개화 시기는 그 짧은 시간만큼이나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이 시기를 맞아 지리산 둘레길 중에서도 산수유가 가장 풍성하게 피어나는 21코스를 따라 하루 트레킹을 다녀왔다. 축제 분위기 속에서 마을을 지나고, 능선을 배경으로 걷고, 숲을 통과하며 자연을 가까이에서 느낀 하루였다.

 

 

1. 산수유 마을과 봄의 시작

지리산 아래 위치한 구례 산동면은 산수유 명소로 유명하다. 그중에서도 산수유 축제가 열리는 중심지인 구례 산수유 마을에 도착했을 때, 이미 노란 꽃물결이 마을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축제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공원을 둘러보며, 봄의 향기가 물씬 묻어나는 꽃담길을 걸었다.

계곡 옆 데크길이 잘 정비되어 있어 걷기 편했고, 곳곳에 마련된 포토존에서는 마을과 꽃, 사람의 조화가 한 장의 풍경처럼 담겼다. 사람들은 셀카봉을 들고 사진을 찍고 있었고, 어느 가족은 꽃잎을 손에 올려놓고 감탄을 이어갔다.

축제 기간은 이번 주까지지만, 꽃 상태를 보니 다음 주까지도 충분히 예쁜 풍경을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2. 상위마을과 한적한 산책

산수유 마을을 한 바퀴 돈 후에는 차량을 타고 상위마을로 이동했다. 상위마을은 돌담길로 유명한 조용한 마을인데, 아직은 산수유가 덜 핀 상태였다. 꽃망울만 맺힌 나무들 사이로 돌담길을 따라 걸어보며, 마을 특유의 차분한 분위기를 느껴보는 것도 좋았다.

북카페가 있는 주차장 쪽에서는 넓은 들판이 한눈에 들어왔고, 북카페 내부에서 보는 전망도 인상적이었다. 비교적 인적이 드문 마을이어서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산책을 즐기기 좋았다.

 

 

3. 원촌마을 두부 식당에서의 저녁

산책을 마치고 원촌마을 분여회에서 운영하는 산수유 두부 마을 식당으로 향했다. 두부전골을 주문하자, 금방 뚝배기에 보글보글 끓는 채로 나왔다.

특히 돼지고기와 함께 들어간 두부는 비린 맛이 전혀 없었고, 국물은 깊고 진했다. 함께 나온 밑반찬도 깔끔하게 준비돼 있었고, 셀프 반찬 코너도 잘 마련돼 있었다.

이 지역 특산물인 산수유를 활용한 메뉴는 따로 없었지만, 두부전골 하나로도 충분히 포만감과 만족감을 느낄 수 있었다. 다음날 둘레길에 나설 예정이라 든든히 배를 채우고 숙소로 돌아와 휴식을 취했다.

 

 

4. 지리산 둘레길 21코스 출발

아침 9시 20분경, 산동면사무소 앞에서 지리산 둘레길 21코스를 출발했다. 코스는 총 17.88km이며, 예상 소요 시간은 6시간 50분 정도였다.

시작 지점에는 둘레길 개념도와 안내판이 잘 설치돼 있어 코스를 확인하기 편했고, 빨간 화살표 방향으로 이동하면 길을 헤맬 일은 없었다.

도심과 멀리 떨어진 시골길과 논밭, 낮은 언덕을 넘나드는 코스였으며, 이 시기에는 마을과 길가 곳곳에 산수유가 피어 있어 걷는 즐거움을 더해줬다.

 

 

5. 현천마을의 봄풍경

출발 후 약 40분쯤 지나면 현천마을에 도착한다. 이 마을은 트레킹 도중 가장 인상 깊었던 장소 중 하나였다. 마을 주변 저수지에는 산수유와 들꽃들이 어우러져 반영을 만들고 있었고, 그 뒤로는 지리산 능선이 우아하게 펼쳐져 있었다.

날씨까지 맑았던 덕분에 사진을 찍기에 더없이 좋았고, 곳곳에서 사람들의 감탄이 들려왔다. 이 구간은 거리로는 짧지만 풍경만큼은 둘레길 전체 중에서도 손꼽히는 구간이었다.

마을 내에는 화장실과 벤치도 잘 마련되어 있어 잠시 쉬어가기 좋은 지점이었다.

 

6. 산수유 할머니 나무를 지나며

현천마을을 지나 산길과 농로를 따라 걷다 보면 개척마을에 도착한다. 이곳에는 1,000년 전 중국에서 들여와 우리나라에 처음 심어졌다고 알려진 ‘산수유 할머니 나무’가 있다.

크기부터가 남다른 이 나무는 성벽처럼 둘러싸인 조경과 함께 보존되고 있었고, 그 주변에도 산수유 나무가 정렬되듯 심어져 있어 색감의 조화가 뛰어났다.

개척마을까지는 전체 코스의 약 1/3 정도 지점으로, 여기까지 걸은 데 2시간이 조금 넘게 걸렸다. 산수유는 이 구간까지는 활짝 피어 있었지만, 그 이후부터는 꽃이 점차 줄어들었다.

 

7. 편백나무 숲에서 만난 맑은 공기

개척마을을 지나면 드디어 포장도로를 벗어나 산길로 들어선다. 여기부터는 본격적으로 숲길이 이어지며, 편백나무 숲이 그 중심이다.

걷는 내내 나무들이 뿜어내는 향기와 조용한 산새 소리가 함께했고, 햇살이 빛줄기처럼 내려앉는 숲길에서는 마치 숲속 온천에 들어선 듯한 기분이 들었다.

편백나무가 빽빽하게 들어선 이 구간은 길이 평탄하면서도 공기가 맑아 힐링 구간으로 손색이 없었다.

단, 이정표가 다소 부족해 갈림길에서는 주의를 요했고, 지도나 앱을 참고하는 것이 도움이 됐다.

 

8. 밤재에서의 점심시간

약 4시간 반쯤 걸은 후, 밤재 정상에 도착했다. 이곳은 지리산 둘레길 21코스에서 점심식사 장소로 가장 적합한 지점 중 하나였다.

넓은 평지와 벤치가 있었고, 지리산 능선을 바라보며 도시락을 먹을 수 있었다. 산행 도시락을 준비해온 덕분에 경치 좋은 장소에서 조용히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이후 주천센터까지는 약 7km 남은 상황이었고, 체력을 회복하고 나서 남은 거리도 충분히 걸을 수 있었다.

 

9. 주천으로 향하는 마지막 길

밤재를 지나면 경계가 구례에서 남원으로 바뀐다. 이후부터는 차도와 나란히 걷는 인도길이 한동안 이어졌고, 도심 외곽의 모습이 점차 드러났다.

중간에 뉴스호스텔 입구와 굴다리를 지나기도 했으며, 그 구간에서 잠시 길을 돌아가야 하는 불편함은 있었지만, 그 또한 여정의 일부였다.

종착지인 주천센터로 향하는 마지막 2.3km 구간은 다소 단조로웠지만, 트레킹을 마무리하는 여운을 느끼며 걷기에 충분했다. 총 소요 시간은 약 6시간 50분, 거리 17.88km, 누적 고도는 685m로 기록되었다.

 

마치며

지리산 둘레길 21코스는 단순히 길을 걷는 트레킹을 넘어서, 봄을 오롯이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자연과 사람, 시간이 어우러진 산책이었다.

산수유가 마을마다 노랗게 피어 있고, 저수지의 반영과 숲속의 공기, 멀리 보이는 능선까지 모든 요소가 어우러져 하루가 특별해졌다.

도시락 한 끼와 조용한 숲길, 그리고 길 끝에 만나는 마을의 소박한 모습까지, 걷는 동안 하나도 놓치기 아까운 순간들이었다.

이 코스를 걸을 수 있는 시기는 길어야 2주뿐이다. 올해 이 꽃길을 놓쳤다면, 다시 내년 봄을 기다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