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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

주말 드라이브 코스 추천, 여여밀양정사에서 만난 고요한 시간

by 김춘옥 TV 2025. 4. 19.

시작하며

경상남도 밀양시 삼랑진읍의 깊숙한 산자락에 위치한 여여정사는 최근 불교 신자들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널리 알려지기 시작한 독특한 분위기의 사찰이다. 규모가 아주 크지는 않지만, 국내 최대 규모로 알려진 동굴법당과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다양한 전각들이 조용한 인상을 남긴다. 범어사 출신의 스님이 1990년대 초반 이곳에 땅을 매입해 직접 하나씩 불사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전통과 현대의 경계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공간이기도 하다. 정신적으로 쉼이 필요한 날, 천천히 걸으며 스스로를 돌아보기 좋은 장소다.

 

 

1. 여여정사의 배경과 입지

여여정사가 위치한 곳은 구암산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산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이 산은 예로부터 구도자들이 머물렀던 신령한 곳이라는 전설이 전해져 내려온다. 여여정사가 들어서기 전부터 이곳은 ‘절굴 마을’이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사찰과 암자가 많았다고 한다.

삼랑진역이 가까이 있어 한때는 교통 요충지 역할을 했던 이 지역은 KTX와 SRT 노선에서 벗어나면서 상대적으로 조용해졌지만, 덕분에 자연환경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봄철이 되면 사찰로 향하는 벚꽃길이 장관을 이루고, 굽이굽이 이어지는 산길이 드라이브 코스로도 알맞다.

 

 

 

2. 현대식 구조로 조성된 대웅보전

여여정사의 중심 건물인 대웅보전은 전통 사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목조건물이 아니라 석조건물 2층 구조로 되어 있다. 1층에는 극락전, 2층에는 본 대웅전이 자리하고 있으며, 외관부터 현대적인 느낌이 강하다. 입구와 내부에 적힌 문구들도 대부분 한글로 되어 있어 불교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도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대웅전 내부에는 석가모니불을 중심으로 좌우에 약사여래불과 아미타불이 봉안되어 있다. 특이한 점은 신중탱화가 화판이 아니라 나무를 직접 깎아 만든 목각이라는 점이다. 또한, 내부에 보관된 목조 관음보살상은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지만 일반인에게는 평소 공개되지 않고, 1년에 한 번만 개방된다고 한다.

이 건물 안은 생각보다 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로, 앉아 있기만 해도 마음이 자연스럽게 가라앉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정신적으로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진정한 ‘쉼의 공간’이란 표현이 어울린다.

 

3. 여여정사의 극락전과 불로문

1층에 자리한 극락전은 관세음보살의 형상을 중심으로 조성되어 있다. 일반적인 아미타불 중심의 극락전과는 다소 다른 모습이다. 내부에는 ‘육바라밀’이나 ‘8정도’ 같은 불교 용어를 테마로 구성된 방들이 있으며, 각 방마다 철학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특히 입구에는 ‘불로문(不老門)’이라는 이름의 문이 있다. 이름 그대로 ‘늙지 않는 문’이라는 상징을 담고 있으며, 이 문을 통과하면서 장수를 기원하거나 건강을 비는 이들도 많다. 상징적인 의미를 담은 공간이지만, 절을 방문하는 이들에게는 정적인 체험과 동시에 희망을 품게 하는 장소로도 여겨진다.

 

4. 국내 최대 규모의 동굴법당, 약사전

여여정사의 대표적인 공간 중 하나는 단연 동굴법당이다. 본래 일반 법당을 지으려 했으나, 땅에서 끊임없이 물이 솟아나는 바람에 계획을 바꾸게 되었고, 그 결과로 지금의 약사전이라는 동굴법당이 먼저 조성되었다. 이후 또 다른 대형 동굴법당이 추가되며, 여여정사는 두 개의 동굴법당을 보유한 사찰이 되었다.

동굴 내부에는 수많은 불상이 벽면을 따라 조성되어 있다. 작은 불상부터 큰 불상까지 그 수만 해도 약 1,300여 개에 이르며, 각 불상은 표정과 자세, 상징이 모두 다르다. 단순히 반복되는 조형이 아니라 각기 다른 의미를 담고 있어 천천히 들여다보는 재미가 있다. 특히 내부에서 들리는 물 흐르는 소리와 동굴 특유의 울림이 묘한 신비로움을 더한다.

동굴법당을 돌아볼 때는 조명이 비교적 어두운 편이므로 천천히 이동하며 불상 하나하나를 살펴보는 것이 좋다. 짧게 훑고 지나가기보다는 여유 있게 둘러보는 것이 이 공간의 진가를 느끼는 방법이다.

 

5. 백옥으로 조성된 관음대불과 관음전

여여정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조형물 중 하나는 백옥으로 만들어진 거대한 관음대불이다. 이 불상은 베트남 다낭에서 가져온 것으로, 높이는 9미터에 달하고 무게는 35톤이나 된다. 백옥 특유의 맑고 은은한 질감 덕분에 사찰 전체 분위기와도 잘 어우러진다.

관음대불은 왼손에 감로수를 들고 있는 모습으로 조성되어 있으며, 이는 중생의 고통을 씻어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불상 앞은 탁 트인 마당처럼 구성돼 있어 사찰에서 가장 조용하게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이 대불을 중심으로 관음전이 함께 자리하고 있다. 관세음보살은 두려움과 고난에서 중생을 구제하는 존재로 여겨지며, 관음전 내부 역시 일반적인 법당보다 부드럽고 평온한 분위기가 강조된다. 이곳에서 기도를 드리는 이들은 건강, 가족, 미래에 대한 기원을 담아 시간을 보내곤 한다.

 

6. 산신각과 아직 진행 중인 공간들

여여정사에는 산신각도 두 곳이 있다. 기존의 산신각 외에도 새롭게 조성 중인 산신각이 있으며, 이곳에는 금무산의 산신령을 모시고 있다. 아직 완전히 정비되지 않았지만, 새 산신각 주변은 향후 또 하나의 주요 공간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다.

이 신축 산신각은 상대적으로 방문객이 적어 조용하게 머물 수 있으며, 주변의 숲길과 연결되어 있어 산책처럼 걸으며 둘러보기 좋다. 건물 자체도 과하게 꾸미지 않고 단정하게 구성되어 있어 절제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7. 달마대사를 기리는 달마공원

사찰 한쪽에는 ‘달마공원’이라는 이름의 공간이 조성되어 있다. 달마대사는 불교에서 수행과 고행의 상징으로 자주 언급되며, 이 공원은 그의 철학과 이야기를 중심으로 꾸며져 있다.

달마가 졸음을 이기기 위해 자신의 눈꺼풀을 잘랐다는 전설에 기반한 조형물과 함께, 다양한 글귀가 새겨진 구조물이 공원 곳곳에 배치돼 있다. 주변 풍경과 어우러져 단순한 조형물 이상의 의미를 전달해 주며, 명상이나 생각 정리에 좋은 장소로 활용된다.

 

8. 여여정사라는 이름에 담긴 의미

여여정사(如如精舍)라는 이름은 불교 철학의 핵심 개념 중 하나인 ‘여여(如如)’와 수행처를 뜻하는 ‘정사(精舍)’에서 비롯되었다. ‘여여’는 시비를 가리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태도를 의미하며, 이는 사찰 전반의 분위기와도 일맥상통한다.

여여정사를 천천히 돌아보면, 꾸밈없는 건축물과 조용한 길, 자연과 불교가 어우러진 공간들에서 그 이름에 걸맞은 사색과 고요함을 경험할 수 있다. 각 공간마다 느껴지는 감정은 다르지만, 일관된 메시지는 ‘있는 그대로 머무는 삶’이다.

 

9. 방문 전 준비사항 및 안내

처음 방문하는 사람들을 위해 몇 가지 실용적인 팁을 정리했다.

방문 전 체크리스트

  • 자가용 이용 권장 (대중교통 접근성 낮음)
  • 운동화 착용 필수 (계단 및 경사로 많음)
  • 사찰 내 사진 촬영은 가능하지만, 삼각대는 제한될 수 있음
  • 불상이 많은 공간은 조도가 어두우므로 주의
  • 사찰 내에 매점이나 식당 없음, 외부에서 식사 후 방문 권장

자주 묻는 질문(Q&A)

질문 답변
동굴법당은 누구나 들어갈 수 있나요? 예, 개방되어 있지만 조용한 분위기 유지 필요
백옥관음대불은 어디에 있나요? 관음전 앞쪽 야외에 위치
문화재는 항상 공개되나요? 목조 관음보살상은 1년에 한 번만 공개됨
주차는 가능한가요? 무료 주차 가능

 

마치며

밀양 여여정사는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고찰은 아니지만, 현대적 사찰로서 충분한 매력을 지니고 있다. 자연과 불교가 조화를 이루는 구조, 국내 최대 규모의 동굴법당, 백옥으로 조성된 관음대불, 정적인 달마공원까지. 그 어느 공간 하나도 과하지 않게, 그러나 결코 가볍지 않게 사람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복잡한 일상에서 벗어나 조용히 자신을 돌아보고 싶은 순간, 여여정사는 그에 딱 맞는 공간이 되어줄 수 있다. 단순한 사찰 방문이 아닌, 마음에 머무르는 여운을 주는 장소로 기억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