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해외여행

체르마트에서 마테호른까지, 빙하특급으로 떠난 스위스 설산 감성여행

by 김춘옥 TV 2025. 3. 28.

시작하며

빠르게 지나치는 풍경은 기억에 오래 남지 않는다. 스위스 여행의 핵심이라 불리는 빙하특급(Glacier Express)는 그 사실을 몸소 체감하게 만든다. 이 기차는 ‘특급’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평균 시속 36km로 느릿하게 달린다. 그러나 그 느림 덕분에 알프스를 관통하는 경이로운 자연을 온전히 눈과 마음에 담을 수 있다.

이번 여행에서는 쿠어에서 체르마트까지 빙하특급을 타고, 도착한 체르마트에서 마테호른과 마주했다. 조용한 산골 마을에서 퐁뒤를 먹고, 산악열차를 타고 고르너그라트 전망대까지 올라가 마침내 알프스의 위엄을 제대로 마주한 순간은 이 여행을 특별하게 만들었다.

 

1. 빙하특급 탑승, 속도를 내려놓는 기차

빙하특급은 스위스의 대표적인 기차 노선 중 하나다. 빠른 교통이 목적이 아니라, 자연을 천천히 감상할 수 있도록 설계된 관광열차다.

1) 기본 정보 정리

  • 노선: 쿠어(Chur) 또는 장크트모리츠(St. Moritz)에서 체르마트(Zermatt)까지
  • 거리: 약 290km
  • 소요 시간: 약 8시간
  • 특징: 총 91개의 터널과 291개의 다리를 통과
  • 운행 속도: 평균 시속 36km

보통 기차보다 훨씬 느리지만, 그 느림은 단점이 아니다. 창밖 풍경을 찬찬히 감상하기에 완벽한 속도다.

2) 좌석과 내부 시설

빙하특급은 관광객을 위한 편의가 잘 갖춰진 열차다. 무엇보다도 파노라마 창 구조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 파노라마 창: 창문이 넓고, 천장까지 이어진 유리창으로 개방감이 뛰어나다
  • 좌석 등급: 1등석은 넓고 조용한 공간, 2등석도 충분히 쾌적
  • 오디오 가이드: 경유지마다 안내 방송이 나오며, 여러 언어를 지원한다

사계절 내내 다른 풍경이 펼쳐지지만, 특히 설경이 아름다운 겨울철이나 초여름 녹음이 짙은 시즌이 인기다.

3) 창밖 풍경의 밀도

기차는 출발과 동시에 산과 협곡, 전통 가옥이 어우러진 풍경 속으로 들어간다. 특히 인상적인 구간은 다음과 같다.

  • 란트바서 고가교: 아찔한 높이 위를 지나는 순간, 탄성이 절로 나온다
  • 라인강 발원지: 맑은 물줄기가 협곡을 따라 흐르며, 이곳이 라인강의 시작임을 알린다
  • 알프스 마을들: 스위스 전통 목조건물과 평화로운 초원이 이어진다

경유지마다 풍경이 바뀌며, 카메라 셔터를 쉬지 않게 만든다.

 

2. 열차 안에서의 식사, 경치와 함께 즐기는 코스 요리

빙하특급에서는 식사도 하나의 이벤트처럼 느껴진다. 좌석에서 직접 서빙되는 음식은 단순한 기차 도시락과는 차원이 다르다.

1) 메뉴 구성과 예약 방식

  • 식사 예약: 출발 전 사전 예약 필요
  • 메뉴 종류: 3코스 정식, 채식 메뉴, 단품 요리 등
  • 구성 예시: 돼지고기 커틀릿, 으깬 감자, 제철 채소, 디저트 포함

열차 전용 주방에서 요리사가 직접 조리하며, 음식은 깔끔하게 플레이팅되어 제공된다.

2) 실제 체감한 분위기

  • 테이블이 자동으로 펼쳐지고, 식기가 셋팅된다
  • 창밖 풍경과 함께 식사를 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 기차가 흔들려도 식사를 방해하지 않을 만큼 안정감 있는 구조

맛 자체도 훌륭하지만, 무엇보다 풍경과 함께 즐기는 식사의 경험이 인상적이다. 일반 레스토랑이 아닌 움직이는 기차 위라는 점에서 더 특별하게 다가온다.

 

3. 체르마트 도착, 마테호른이 반기는 마을

기차의 종착역인 체르마트는 스위스 알프스 관광의 중심지다. 이곳은 자동차 진입이 금지된 청정 마을이며, 전 세계에서 마테호른을 가장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1) 마을 분위기와 교통 수단

  • 자동차 금지 지역: 외부 차량은 들어올 수 없고, 마을 내에서는 전기차와 마차만 운행
  • 전기 택시: 소형 전기차로 조용하고 천천히 이동
  • 산책하기 좋은 거리: 걷기 좋게 정비된 도로와 풍경 좋은 산책로가 많다

마을에 발을 들이는 순간, 도심과는 전혀 다른 공기와 분위기가 느껴진다. 자연 그대로의 청량함이 피부로 와닿는다.

2) 마테호른의 존재감

  • 정상 높이: 4,478m
  • 모양: 대칭형 피라미드
  • 기후 영향: 구름이 많으면 산봉우리를 보기 어려울 수도 있지만, 바람이 불며 구름이 걷히는 순간, 감탄이 절로 나온다

이날도 처음엔 흐렸지만, 한참을 기다리자 구름 사이로 마테호른이 모습을 드러냈다. 마치 자연이 직접 무대를 열어주는 것 같은 장면이었다.

 

4. 체르마트에서 맛본 치즈 퐁뒤, 스위스의 온기

고산지대의 차가운 공기 속에서 따뜻한 치즈 냄비를 마주한 순간, 이 여행이 주는 또 다른 감동이 시작됐다. 체르마트에는 오랜 전통을 이어온 퐁뒤 전문 식당들이 있다. 특히 알프스 지방에서 유래된 이 음식은, 스위스를 대표하는 식문화로 손꼽힌다.

1) 퐁뒤의 기본 구성

  • 치즈 종류: 에멘탈과 그뤼에르를 섞은 베이스가 가장 대중적이다
  • 곁들임: 바게트, 삶은 감자, 피클류, 드라이 햄 등
  • 조리법: 치즈를 백포도주와 함께 녹이고, 마늘과 향신료를 추가해 깊은 맛을 낸다

녹아내린 치즈에 바게트를 푹 찍어 올렸을 때, 치즈가 실처럼 늘어지는 모습이 식욕을 자극한다. 접시를 비울 때쯤 바닥에 눌어붙은 치즈는 ‘라 크루트’라고 부르며, 일부러 긁어 먹는 별미로 여겨진다.

2) 식당에서 느낀 분위기

  • 내부는 나무로 마감된 아늑한 구조였고, 벽난로 앞에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 직원이 직접 퐁뒤를 준비해 주면서, 먹는 방법과 어울리는 사이드 메뉴를 설명해 줬다
  • 와인과 함께 즐기면 더 풍성한 식사가 된다

치즈 냄비를 중심으로 마주 앉아 식사를 나누는 구조라, 여행 동행자와의 대화도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5. 자연과 어울린 마을, 체르마트의 풍경

체르마트의 매력은 단지 풍경이나 음식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마을 자체가 하나의 휴식 공간처럼 느껴진다. 특히 마테호른에서 흘러내린 물줄기, 조용한 전통 가옥 거리, 그리고 예상치 못한 동물들과의 만남은 여행을 더욱 인상 깊게 만든다.

1) 전통 가옥의 구조와 특징

  • 건물 대부분이 나무로 지어졌으며, 100년 이상 된 건물도 많다
  • 바닥에는 납작한 돌을 깔아 설치했는데, 이는 쥐나 해충이 올라오는 것을 막기 위한 옛 방식이다
  • 일부 가옥은 현재도 창고나 치즈 숙성실로 사용되고 있다

시간이 멈춘 듯한 골목길을 걷다 보면, 마치 동화 속 풍경 속을 걷는 듯한 착각이 든다.

 

2) 얼굴이 까만 양떼들과의 만남

  • 체르마트 외곽에서 특별한 양들을 볼 수 있다
  • 하얀 몸에 검은 얼굴을 가진 이 양들은 매우 사람을 잘 따른다
  • 관광객이 가까이 다가가도 도망가지 않고, 오히려 먼저 다가와 머리를 들이밀기도 한다

함께 사진을 찍거나 쓰다듬는 시간이 그 자체로 힐링이었다. 아이들이 있다면 무척 좋아할 만한 체험이다.

3) 계곡물의 청량함

  • 마테호른에서 내려온 빙하수가 마을 중심을 관통하며 흐른다
  • 물은 맑고 시원하며, 마을 곳곳에 있는 공공 급수대에서 바로 마실 수 있다
  • 계곡 옆 벤치에 앉아 발을 담그거나, 물소리를 들으며 쉬는 시간은 여행 중 최고의 여유였다

이 모든 풍경은 인위적인 관광지와는 다른 감정을 자극한다. 관광객으로 붐비는 거리에서도 체르마트는 시끄럽지 않고, 한결같이 차분하다.

 

6. 고르너그라트 전망대에서 본 알프스의 위엄

체르마트에서 꼭 가야 할 곳 중 하나는 고르너그라트(Gornergrat) 전망대다. 마테호른을 가장 가까이에서 정면으로 바라볼 수 있는 이곳은, 해발 3,089m에 위치한 알프스 전망의 명소다.

1) 산악열차로 오르는 길

  • 체르마트역에서 출발해 약 30여 분 만에 도착
  • 세계 최초의 전동 톱니바퀴 열차로, 급경사도 안정적으로 올라간다
  • 창밖 풍경은 점점 푸른 초원에서 눈 덮인 고산지대로 변해간다

차창 너머로 시시각각 바뀌는 알프스의 풍경은 사진보다 더 감동적이었다.

2) 전망대에 도착했을 때

  • 구름이 낮게 깔린 날씨였지만, 바람이 불자 순식간에 구름이 걷히며 마테호른이 모습을 드러냈다
  • 고르너 빙하가 멀리 이어지는 모습은 장관 그 자체였다
  • 전망대 인근에는 호텔도 있어서, 이곳에서 숙박하며 일출이나 별빛을 감상하는 여행도 가능하다

정상에서는 누구나 말없이 풍경을 바라본다. 그만큼 압도적인 장면이 눈앞에 펼쳐지기 때문이다.

 

마치며

느린 기차가 전해준 건, 풍경만이 아니었다. 빠르게 이동하던 일상에서 벗어나, 속도를 줄이고 자연과 호흡하는 법을 다시 배우는 시간이었다. 빙하특급의 느림은 불편이 아닌 여유였고, 체르마트의 고요함은 소음 없는 감동이었다.

마테호른은 한순간에 모습을 감췄다가, 또다시 구름을 뚫고 고개를 내밀었다. 그 찰나의 장면은 지금도 눈에 선하다. 속도를 내려놓았기 때문에 얻을 수 있었던 이 여행은, 오래도록 기억 속에 남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