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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가지 논란 이후 침체된 소래포구, 현장 분위기와 상권 변화 분석

김춘옥 TV 2025. 4. 3. 05:00

시작하며

인천 소래포구는 한때 수도권에서 손꼽히던 수산물 명소였다. 지하철로도 갈 수 있는 접근성, 활어회를 즉석에서 즐길 수 있는 매력, 넉넉한 분위기의 어시장은 많은 사람들의 발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주말이면 관광객들로 북적였고, 연간 방문자 수가 800만명을 넘었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 그 풍경은 많이 달라졌다. 공실이 가득한 상가, 불 꺼진 점포, 그리고 썰렁한 거리. 이 변화는 단순한 경기 문제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지금의 소래포구는 왜 이렇게까지 변하게 된 걸까?

 

 

1. 관광지에서 유령시장으로

소래포구 종합어시장은 수도권 최대 규모의 수산시장 중 하나로 개장 당시만 해도 큰 기대를 모았다. 전통시장과 함께 운영되며, 다양한 수산물과 회를 판매하는 공간으로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최근 방문해 본 종합어시장은 사람이 거의 없는 수준이었다. 평일 점심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손님은 드물고, 점포의 상당수는 문을 닫은 상태였다. 영업 중인 점포라고 해도 조용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시장 안쪽까지 들어가 보면 '임대' 현수막이 붙은 곳이 눈에 띄고, 물만 채워진 수조만 덩그러니 놓인 점포도 있었다. 일부 점포는 상인이 출근하지 않아 영업 자체를 하지 않는 것으로 보였고, 이 때문에 한낮인데도 시장은 적막감이 감돌았다.

 

2. 신뢰를 잃은 이유

이처럼 소래포구에 손님이 사라진 가장 큰 이유는 반복된 바가지 논란 때문이다. 과거에는 활어회를 저렴하게 먹을 수 있다는 인식이 있었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정가를 속이거나, 고기를 바꿔치기한다는 이야기가 자주 들려오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가격표에는 1kg당 4만원이라 써 놓고 실제로는 5만원을 요구하는 사례가 보고됐고, 두 마리 회를 30만원 넘게 판매하는 사례도 알려졌다. 여기에 손님에게 불친절하게 응대하거나, 가격을 물어보는 사람에게 쏘아붙이는 일도 있었다. 이런 경험을 한 사람들이 온라인에 후기를 남기면서, '호갱 될까봐 무섭다'는 말까지 나왔다.

이처럼 신뢰를 잃은 상황에서, 소비자는 소래포구 전체를 피하는 분위기로 돌아섰고, 어시장도 직격탄을 맞았다.

 

3. 상인의 사과, 그러나 변하지 않은 현실

사태가 악화되자 상인들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2023년에는 100여 명의 상인들이 모여 바가지 논란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더 이상 그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른바 석고대제 형식으로 시민들에게 고개 숙여 사과한 것이다.

시장 내에는 공식 저울이 설치되고, 회 가격도 정찰제로 운영하겠다는 안내문이 붙었다. 겉보기에는 개선을 시도하는 듯 보였지만, 실제 점검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같은 해 인천 남동구청의 조사 결과, 저울 무게를 속인 사례가 60건이 넘는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말뿐인 사과였다는 비판이 다시 제기되면서, 돌아설 수 있었던 민심마저 완전히 떠나게 된 셈이다.

 

4. 무너진 시장과 주변 상권

사람이 끊기니 시장은 빠르게 무너졌다. 종합어시장 1층에서는 회를 사는 손님이 거의 없어 위층 식당들도 문을 닫았다. 한때 활기 넘쳤던 공간은 이제 공실이 기본이 된 풍경으로 바뀌었다. 계단을 올라가 보면 불 꺼진 점포들이 줄지어 있고, 상가 내부는 썰렁한 기운만 가득하다.

부동산 매물 현황을 봐도 이 분위기는 그대로 드러난다. 예컨대, 264㎡ 규모의 상가가 13억5,000만원에 매물로 나와 있고, 임대 조건은 보증금 5,000만원에 월세 500만원 수준이다. 하지만 관심을 보이는 사람은 적고, 거래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

어시장만 무너진 게 아니다. 근처 오피스텔 상가, 식당가 등도 함께 타격을 입었다. 단순히 한 시장이 쇠퇴한 것이 아니라, 그 주변 상권 전체가 함께 흔들리는 모습이다. 명백히 ‘바가지 논란’이라는 하나의 이슈가 지역 경제 전반에 얼마나 큰 파장을 미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5. 그나마 살아 있는 전통시장

종합어시장이 무너진 가운데, 전통 어시장은 비교적 활기를 띠고 있다. 2017년 대형 화재로 큰 피해를 입은 후 새로 단장한 이곳은 여전히 지역 주민들의 발걸음을 붙잡고 있다. 관광객은 줄었지만, 장을 보기 위한 동네 주민들이 주로 찾는 덕분에 운영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야외 테이블 쪽은 평일에도 사람들로 북적이는 모습을 보였다. 전통시장으로 지정돼 다양한 정부 지원 혜택도 받을 수 있다는 점이 긍정적으로 작용한 듯하다. 온누리상품권 사용 가능, 전통시장 특가 행사 등은 지역민들에게는 실질적인 혜택으로 다가간다.

과거처럼 외부 관광객이 몰리는 모습은 보기 어렵지만, 생활밀착형 시장으로서의 역할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6. 축제 방향도 달라진다

한때 인천을 대표하는 축제 중 하나였던 ‘소래포구 축제’도 변화를 맞고 있다. 예전에는 수산물을 중심으로 먹거리와 볼거리를 제공하는 것이 주된 테마였다면, 최근에는 그 방향이 조금 달라졌다.

이제는 갯벌, 철새 도래지 같은 생태 자원을 활용한 프로그램이 중심이 된다. 이는 바가지 논란 이후 침체된 어시장 이미지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로 보인다. 가족 단위 방문객을 위한 체험 행사, 자연 친화적인 콘텐츠 중심의 운영 방식으로 새롭게 기획 중인 것이다.

하지만 이런 방향 전환이 단기간에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축제는 지역 이미지를 살리는 데 중요한 도구이지만, 근본적인 신뢰 회복이 선행되지 않으면, 단발성 이벤트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마치며

소래포구가 겪고 있는 현재의 위기는 단순한 침체가 아니다. 소비자 신뢰가 무너지면 어떤 결과가 나타나는지를 그대로 보여주는 사례다. 손님을 상대로 정직하지 않았던 과거, 무례한 태도, 반복된 가격 논란 등은 시간이 지나도 사람들 기억 속에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아무리 상인들이 사과를 하고 정책이 바뀌었다 해도, 진심 어린 변화가 보이지 않으면 다시 돌아오려는 손님은 없다. 지역 경제는 단순히 돈의 흐름만으로 유지되는 게 아니라, 관계와 신뢰로 움직인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상기시켜 주는 현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