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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

덕수궁 살구꽃부터 정동길 벚꽃까지, 4월 서울 봄꽃 산책코스

by 김춘옥 TV 2025. 4. 13.

시작하며

서울에서 봄 기운이 가장 먼저 퍼지는 곳 중 하나를 꼽으라면 덕수궁과 정동길을 빼놓기 어렵다. 고궁의 고즈넉한 분위기 위에 흐드러지게 피는 봄꽃들, 돌담길을 따라 걷는 따뜻한 햇살 아래의 산책은 매년 봄마다 많은 사람들의 발걸음을 이끌기에 충분하다.

4월 초, 봄비가 내리기 전 덕수궁에 다녀왔다. 당시에도 살구꽃은 이미 만개해 있었고, 개나리와 진달래도 궁 곳곳을 물들이고 있었다. 수양벚꽃은 아직 절반 정도 피어 있는 상태였지만, 비가 지나간 뒤에는 훨씬 더 풍성하게 피어났을 것으로 보인다. 아마 이번 주말과 다음 주 사이가 가장 보기 좋은 시기가 될 것이다.

정동길 벚꽃은 아직 몽우리 상태가 대부분이었지만, 햇볕이 잘 드는 서울시립미술관 앞쪽에는 이미 몇 그루가 만개해 있었다. 꽃들이 나무마다 조금씩 다르게 피어나고 있어서 화려한 벚꽃 터널은 기대하기 어려울 수 있지만, 오히려 그런 자연스러운 차이가 또 다른 매력으로 다가온다.

 

 

1. 덕수궁의 꽃 풍경

4월 3일에 방문했을 당시, 입구 바로 이어지는 벚꽃길은 아직 개화 전이었고, 많은 방문객들이 자연스럽게 카페 ‘덕수궁 사랑’이 있는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이쪽은 개나리가 활짝 피어 있는 상태였고, 벚꽃도 해가 잘 드는 곳을 중심으로 조금씩 피어오르고 있었다.

정관헌 근처에는 진달래와 개나리가 어우러져 봄 분위기를 한껏 살리고 있었고, 석어당 앞에 자리한 살구나무는 압도적인 존재감을 자랑하고 있었다. 가지마다 풍성하게 핀 연한 분홍빛의 살구꽃은 보는 사람의 마음까지 환하게 만들어준다. 특히 햇살이 비치는 오전 시간에는 계단 아래에서 위를 바라보며 사진을 찍으면, 꽃과 기와, 돌담이 어우러진 멋진 장면이 연출된다.

이 장소는 덕수궁을 자주 찾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숨은 명소로 손꼽히는 곳이다. 살구나무 아래에 앉아 사진을 찍는 사람과, 아래에서 카메라를 들고 바라보는 구도의 조화는 매해 봄마다 수많은 사진가들을 끌어모은다.

 

2. 사진 포인트 추천

덕수궁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공간 중 하나는 바로 석어당 앞 계단 주변이었다. 그곳은 살구꽃과 전통 건물, 그리고 낮은 돌담이 어우러져 걷는 것만으로도 그림이 되는 장소였다. 이곳에서 사진을 찍을 땐, 사람이 계단 위에 앉고 촬영자는 아래에서 올려다보며 찍는 구도가 특히 좋다. 꽃과 인물이 함께 자연스럽게 담겨서 누구나 만족스러운 사진을 남길 수 있다.

기와와 꽃이 함께 어우러지는 장면은 덕수궁만의 매력이다. 다른 고궁보다 크지 않고 아기자기한 구성이 많아서, 봄꽃과의 조합이 참 잘 어울린다. 덕수궁이 매년 봄이면 많은 사람들이 찾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 안에는 누구나 마음을 놓고 걸을 수 있는 고요함과 계절의 흐름이 담겨 있다.

이곳에서는 계단 샷 외에도 인물 사진을 예쁘게 담을 수 있는 각도가 몇 군데 더 있다. 예를 들면, 석어당 앞에서 덕홍전을 배경으로 찍는 각도, 덕홍전 앞에서 담장을 끼고 찍는 장면, 석어당 아래 계단에서 로우앵글로 인물을 담는 방식 등이다. 각각의 위치에서 전혀 다른 분위기가 나기 때문에, 천천히 여유롭게 사진을 남기는 것을 추천한다.

 

3. 수양벚꽃과 정동길 벚꽃

석조전 앞 수양벚꽃은 덕수궁에서 가장 유명한 봄 포인트다. 가지가 아래로 흐르듯 늘어지고, 분홍빛이 감도는 꽃이 가득 피면 마치 풍경화 속에 들어온 듯한 느낌이 든다. 4월 3일 기준으로는 약 40% 정도 개화한 상태였지만, 지금쯤이면 이미 만개했을 가능성이 높다. 벚꽃과 고궁이 만나 만들어내는 고전적인 풍경은 그 자체로 매력적이다.

덕수궁 산책을 마친 후에는 정동길로 나가는 코스를 추천한다. 평성문을 통해 나가면 바로 정동길로 이어진다. 벚꽃은 아직 일부 구간만 피어 있었지만, 서울시립미술관 앞쪽 몇 그루는 벌써 활짝 피어 봄 기운을 물씬 풍기고 있었다.

나무마다 개화 시기가 달라 화려한 벚꽃 터널은 아직이었지만,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꽃을 즐기기에는 오히려 더 좋았다.

정동길은 돌담길 특유의 아늑함과 함께, 성공회성당의 이국적인 외관이 조화를 이루며 도심 속 특별한 산책로가 된다. 사람들이 많지 않은 시간에 걷는다면, 도심 한복판에서 느끼는 여유로운 봄을 온전히 누릴 수 있다.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어느새 봄이 한 걸음 다가온 것을 실감하게 된다.

 

4. 세실마루 전망대에서의 마무리

정동길까지 걸었다면 세실극장 옥상에 있는 세실마루 전망대도 들러보면 좋다. 이곳에서는 덕수궁의 전경과 성공회성당의 전면부, 그리고 주변의 고층 건물들이 한 프레임 안에 담기는 특별한 장면을 볼 수 있다. 봄날의 서울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장소로, 가볍게 올라가기 좋은 마무리 코스다.

전체적으로 덕수궁과 정동길은 봄꽃이 피기 시작하는 이 시점에 걷기 좋은 길이다. 화려한 꽃을 따라 다니기보다는, 계절이 천천히 피어나는 모습을 바라보며 고요하게 걸어보는 것도 좋다. 사람들 틈에서 잠시 벗어나 고궁의 담장 옆을 걷는 것만으로도 봄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마치며

서울 도심에서 봄을 가장 가까이에서 느끼고 싶다면, 덕수궁과 정동길은 가장 먼저 떠올려볼 만한 곳이다. 고궁의 꽃길을 따라 걷고, 돌담길을 지나 이국적인 성당과 시립미술관을 배경으로 벚꽃을 바라보는 산책은 단순한 나들이 이상의 여유를 전해준다. 이번 봄이 가기 전, 한 번쯤은 꼭 걸어보길 바란다.